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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혹은 안소니 퀸의 여인들(ladies of Zorba, or Anthony Quinn)사람 2021. 8. 1. 08:35
소설 속 캐릭터에 빠져 읽다보면 그 모습은 저럴 것이라는 이미지를 떠 올리게 한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의 조르바는
나에겐 1964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 속 캐릭터인 안소니 퀸으로 못박혀있다.
조르바의 여인 오르탕스의 영화 속 배역은 릴라 케드로바(Lila Kedroba; 1909-2000)다.'그리스인 조르바'에서의 안소니 퀸과 오르탕스 역의 릴라 케드로바(1964)
그런데 케드로바는 안소니 퀸보다 그 이미지가 약하다.
이 영화 속 오르탕스 역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케드로바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자꾸 케드로바 보다 비르나 리지(Virna Lisi; 1936-2014)를 떠 올린다.
안소니 퀸과 합을 이룬 영화 '25시'의 이미지가 강렬해서일까.'25시'에서의 비르나 리지와 안소니 퀸(1967)
'산타 비또리아의 비밀(The Secret of Santa Vittoria)'에서도 봄볼리니 안소니 퀸의
마누라인 로사의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1908-1973) 보다도 봄볼리니의 속을 태우게 하는
까테리나의 비르나 리지가 봄볼리니 안소니 퀸의 여자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비르나 리지('산타 비또리아의 비밀')(1969)
"...희꿋희끗한 황갈색 머리카락에 키가 작고 몸집이 실팍한 여자가
안짱다리 걸음으로 아장거리며 포플러 밑을 걸어 나왔다.
턱에는 털까지 돋아난 점이 있었다.
쪼그라진 뺨에는 자줏빛 분 자국이 드러나 보였다.
조그만 머리타래가 이마에서 찰랑거리는 폼이
노년에 '레글롱'에 나오던 사라 베른하르트 같았다..."'산타 비또리아의 비밀'에서의 안소니 퀸과 안나 마냐니
카잔차키스의 오르탕스에 대한 묘사(이윤기 譯)는 이탈리아 미녀 비르나 리지에겐 맞지 않는다.
근데 왜 자꾸 나는 오르탕스가 비르나 리지에 맞춰지는지 모르겠다.
미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싶은 얄궂은 심리일까.
그건 그렇고 '그리스인 조르바'는 볼적마다 착각내지는 착시를 안긴다.
오르탕스에 대한 카잔차키스의 저 표현도 예전 느낌과 달리 사뭇 새롭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만년의 비르나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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