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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嘉鳳樓 겨울 굴짬뽕먹 거리 2022. 2. 8. 16:47
추운 겨울에 먹는 굴짬뽕은 역시 광화문 가봉루(嘉鳳樓)다. 어제 점심 때 들렀더니, 맛이 옛 그대로다. 여기 굴짬봉의 매력은 국물이다. 고소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싱싱한 생굴 특유의 갯맛이 더해져 얼큰함도 안긴다. 예전 겨울 광화문 사무실 나갈 적엔 점심으로 거의 먹다시피한 게 여기 굴짬뽕이다. 그에다 이과두주 딱 한 병 마시고 나오면 속이 따끈해 진다. 어제는 이과두주를 시키지 않았다. 일행 중 여성분이 한 분 계셨기 때문이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과두주 없이 굴짬뽕 먹는 내가 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주머니는 경희대 67학번이다. 예전에 내가 67학번이라 했더니 곧이 들었는지 동기처럼 대하곤 했다. 그래서 가봉루 갈 적마다 항상 아는 체를 한다. 어제 아주머니를 보고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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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구湯먹 거리 2021. 12. 23. 07:19
어제는 날씨가 꽤 추웠다. 친구를 불러내 어디 뜨끈한 우족탕 잘 하는 집에서 낮술이 먹고 싶었다. 한 친구는 금새 나의 제안에 넘어 갔다. 상도동 사는 또다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무슨 우족탕이냐 한다. 그 때 퍼뜩 생각난 게 삼각지 대구뽈데기탕이다. 그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무슨 삼각지냐고 한다. 그럼 어디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나자 한다. 그래서 저녁 무렵 수산시장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한 상도동 친구는 이미 중짜 크기의 대구 한 마리를 사다 '미자식당'에 맡겨놓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식당에 가면서 싱싱한 해삼을 몇 마리 샀다. 대구는 지리탕으로 주문해 놓고 있었다. 해삼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엄청 큰 스텐양푼에 초벌로 끓여진 대구 지리탕이 나왔다. 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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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題(1) - 서귀포의 이탈리안 맛집, '젠 하이드어웨이'먹 거리 2021. 11. 5. 14:41
제주도 하면 한라산이다. 우리들도 한라산을 오르기위해 2일 제주를 찾았다. 상판악에서의 백록담 등정을 하루 앞두고 워밍업삼아 나선 서귀포 나들이에서 만난 맛집 하나. 일행 중 한 친구가 전언으로 찾아놓은 맛집인데, 처음에는 모두들 좀 갸우뚱했다. 이탈리아 음식점이었기 때문이다. 나이들 꽤나 먹은 우리들 주제의 입맛에 웬 피짜, 파스타? 그래도 친구의 고집이 워낙 강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서귀포 안덕면 신기한 형상의 산방산 아래 해변가에 연해있는' 젠 하이드어웨이(zen hideaway)'라는 이탈리아 식당이다. 선입감 같은 게 있었다. 제주 해변가 이탈리아 식당이래 해봤자 그저 그럴 것이겠지 하는. 하지만 우리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음식 맛이 속된 과장을 좀 보태 귀똥찼다는 것이다. 바질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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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香 가득한 '김훈 식' 라면 끓이기먹 거리 2021. 8. 13. 19:37
책 제목에 이끌리어 가끔씩 보게되는 책이 더러 있다. 소설가 김훈의 라는 책도 그 중의 하나다. 라면은 나에게는 극복의 대상이다. ‘망설임의 먹거리’라는 얘기다. 라면은 맛 있다. 그 맛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래서 때때로 먹기도 하지만, 먹고나면 또한 후회되는 게 또한 라면이다. 속이 더부룩한 것도 그렇지만, 일반 건강상식에서 라면의 부정적인 측면 자주 건드리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라면을 좀 더 건강하게 또는 맛 있게 끓이는 방법을 좀 찾아보기도 하는데, 김훈의 라는 책도 그런 과정에서 흥미를 갖고 보게 된 것이다. 김훈의 이 책은 타이틀을 라면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책 내용에 있어서 라면에 관한 글은 딱 한 꼭지고 나머지는 일반 먹거리에 대한 김훈의 단상을 적고 있다. 그래서 읽으며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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伯坡선생의 맛 기행집, <한국 맛있는 집 666店>먹 거리 2021. 7. 19. 11:18
음식 맛을 보고 품평의 글을 쓰는 ‘맛 칼럼니스트’들이 많다. 근년간에 생겨난 새로운 직업군이다. 이 일이 웰빙시대에 맞춰 각광을 받다보니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고, 그러다보니 더러는 얕은 지식에 과장된 언행으로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꼴사납다고나 할까. 아무튼 '맛 칼럼니스트'를 자처하며 설쳐대는 인물들 가운데 회자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문빠활동가인 황 머시기다. 이 양반은 그 나름으로 자신이 맛 칼럼니스트의 원조라는 격으로 은근히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그러다보니 과장과 일탈이 나온다. 맛과 음식에 관해 희한하고 얼토당토한 이론을 들고나와 실소케 하는 일을 잘 벌이곤 한다. 황 씨 이 양반이 '맛 칼럼니스트'의 선구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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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의 간식꺼리, 乾紅蛤, 건멸치먹 거리 2021. 7. 15. 08:25
나이가 들면 입맛도 시원찮다. 그저 세끼 밥만 잘 챙겨먹어도 그게 어딘가고 스스로 여길 때가 많다. 그렇지만 가끔씩 주전부리가 당겨질 때도 있다. 주전부리야 뭐 별게 있겠는가. 제 철에 나오는, 이를테면 시방이 여름이니 옥수수 정도를 갖고 입에서 우물거린다. 어쩌다 달콤한 게 먹고 싶을 때면 초코파이 같은 것 하나 먹는 정도다. 물론 먹고싶은 게 있기는 있다. 어릴 적부터 입에 당겨지던 것인데, 예컨대 말린 홍합이니 오징어같은 것들이다. 어쩌다 마른 오징어를 먹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언감생심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이빨 때문이다. 그 맛에 호기를 부리며 먹다가 이빨로 낭패를 당한 경우가 허다하다. 말린 홍합, 그러니까 건홍합은 맛도 좋고 먹기도 좋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동네시장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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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오징어 회먹 거리 2021. 7. 12. 10:56
한동안 잘 잡히지 않았던 동해 오징어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동해안 항.포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을 며칠 전 들었다. 어제 대구에서 여동생 차를 타고 올라오다 평촌역에서 이 동네 사는 후배를 만났다. 여동생은 산본에 사는데, 후배 만난다니까 나를 금정역에서 내려주었고, 거기서 두 정거장 거리의 평촌역에서 후배를 만난 것이다. 딴에는 평촌 부근까지 왔는데, 후배 얼굴 안 보고 가면 섭섭해 할 것이라는 핑계였지만, 사실 그저께 대구에서 마신 술의 여파가 해장술을 당긴 측면이 있다. 후배랑 적당히 한잔하고 싶었던 것이다. 평촌역에서 후배랑 어디를 갈까를 놓고 뜸을 들이다 문득 골목 어귀, 눈에 들어오는 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크게 '오징어'라고 써 붙인 플래가드다. 그걸 보며 문득 오징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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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죽, 혹은 참죽나물먹 거리 2021. 4. 26. 10:29
아내가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가죽나물을 다듬고, 데치고, 말리고... 어제 을지로로 나가 주막에서 36회 이상엽 후배로부터 받은 가죽나물이다. 용인서 한 배낭 가득 지고 온 것을 나 또한 배낭을 지고 나가 얻었다. 19회 이상호 선배님과 33회 어원회 후배가 그 인수과정을 지켜 보았고, 같이들 술을 나누었다. 좀 취했어도 배낭을 잘 챙겨갖고 왔다. 가죽나물 장아찌를 만들 것인데, 아내와 좀 티격태격했다. 가죽을 말리기 전에 데쳐야 마느냐를 놓고... 결국 아내 방식대로 했다. 아내는 일 나가기 전 한 줌을 집어 무쳐놓았다. 좀 전에 라면 반찬으로 먹어보았다. 맛 있다. 간밤의 술로 칼칼해진 입맛이 살아나고 있다. dailylife-photostory4284.tistory.com/504 가죽나물 장아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