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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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들추억 속으로 2021. 5. 29. 06:33
오래 전에 쓰던 USB 스틱 하나를 책상서랍 한 구석에서 발견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글과 사진들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10여년 전의 것들이다. 쓴 글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기억을 헤집으니 금방 감이 온다. 하지만 사진들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한 친구의 사진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다 찍었는지 모르겠다. 2009년, 그리 내밀하지 않던 우리 집 안방 풍경을 담은 사진이다. 그 무렵의 나를 드러내는 가장 괄목할만한 아이콘은 오래 된 올드 카메라들인데, 이 사진 한 장에 그게 온전히 담겨져 있다. 진열장 안에 카메라들이 즐비하다. 그 때는 저 카메라들 말고도 거실의 큰 서랍장에 카메라들이 가득했다. 아내가 진절머리를 낼 정도였다. 한창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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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und of Silence' in my 1970s추억 속으로 2021. 5. 11. 06:52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 이 노래를 근자에 어쩌다 한번씩 들으면 옛날의 망신살스러웠던 때가 떠 오른다. 1970년 5월 대학 신입생 시절, 학교에서 노래 콩쿨대회가 열렸다. 약대 4학년이던 경식이 형이 나가자고 나를 꼬드겼다. 형의 실력을 익히 알고있던 나는 수락했다. 형은 멜로디, 나는 화음 파트를 맡았다. 그리고 내가 알페지오, 형이 피크로 기타를 맡았다. 숙대 앞 경식이 형집 2층 방에서 한 이틀 연습했다. 자신이 있었다. 그 이유는 형의 노래와 기타 실력도 그렇고 그에 더해 '사운도 오브 사일런스' 이 노래 선곡 때문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 노래가 당시 국내로서는 비교적 신곡이었던데다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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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어릴 적 馬山에서의 '놀거리'들추억 속으로 2021. 4. 3. 07:51
일전에 한 고향후배가 SNS에 귀중한 추억의 마산 사진 한장을 올렸다. 어릴 적, 그러니까 1960년대 초 국민학교 입학을 전후해 당시 아이들이 놀고있는 사진인데, 후배는 사진 설명에서 '다마치기' '딱지치기'를 하고있다고 했다. 사진의 장소도 마산의 창동 뒷골목이라고 했으니, 내가 살던 남성동과는 지척이다. 3년 아래 후배이니 위아래 동네서 거의 같이들 놀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 사진을 보고 내가 댓글을 달았다. '다마치기' '딱지치기'가 아니라 '다마따묵기' '때기따묵기'로 그 때 그렇게 불렀다고 했고, 후배도 그걸 인정했다. 여기서 다마는 구슬이고 때기는 딱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들 어릴 적 놀거리들인 이들 놀이는 놀음을 통해 빼앗고 뺐기는 일종의 도박같은 것이었다. 물론 땅에다 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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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사람들'의 소설가 梁貴子추억 속으로 2021. 3. 17. 14:10
소설가 양귀자가 오늘짜 조선일보에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다. 양귀자의 소설을 즐겨 읽던 때가 1980년대 초이니, 까마득한 옛 적이다. 그러니까 양귀자의 소설은 나에게는 클래시컬한 의미가 있다. 지금도 가끔씩 재미있고, 술술 읽혀지는 양귀자의 소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양귀자가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는 일종의 시그널이 있었다. '영원한 제국'을 쓴 이인화 교수가 '양귀자론'으로 평론문단에 데뷔했다는, 이인화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다. 이인화와 양귀자의 소설 작품에 격을 달리해 보는 독자들이 많다. 쉽게 말해 양귀자는 좀 통속적인 소설가라는 게 상대적으로 이인화와 비교되는 것이었는데, 그 이인화가 양귀자의 소설을 주제로 한 '양귀자론'으로 평단에 나왔다는 걸 그 기사에서 본 나로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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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3월 봄날의 한 追憶추억 속으로 2021. 3. 7. 07:20
어느 해 3월의 봄날, 해운동 연구실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석태 형을 꼬드겨 고향 마산의 봄길을 걷자고 나섰습니다. 산복도로를 걸어 교방동 서원골 초입까지에 다다라 서원골로 올라갈 것인가를 망설이고 있는데, 석태 형의 발길은 자꾸 아래 선창가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남도의 봄날은 걷기에 좀 더웠습니다. 해장 막걸리 한 사발 하로 가자. 간 밤의 진한 술로 목이 말랐던지, 아니면 해장술이 당겼었던지 석태 형은 이미 선창 쪽으로 향하는 월남다리 아래에 있는, 된장 잘 하는 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된장 잘 하는 그 집은 점심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앉을 자리가 없었지요. 그 아래 주점은 한산해 보였습니다. 그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미 여럿이들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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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Leica)는 追憶추억 속으로 2021. 2. 17. 08:53
오랜만에 만지려니 잘 안 된다. 한참을 낑낑대다 겨우 필름을 장전했다. 라이카 스크류마운트 카메라는 필름 끼우기가 쉽지않다. 별도의 전용 기구까지 있을 정도다. 예전 한창 라이카를 만질 때는 눈 감고도 할 수가 있었는데, 손 놓은 지 좀 오래되니 처음부터 새로 하는 것처럼 생경하다. 근자에 페이스북에 올드 라이카관련 그룹이 많이 생겨 서너군데 가입을 했다. 거기를 매일 들러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가끔 댓글을 달기도 하지만 거의 '논팅'만 하는 수준이다. 그게 좀 미안스러워 사진을 한번 올려보기로 하고 옛 라이카와 필름을 꺼내본 것이다. 오늘 아침 산책 길의 대장천 습지의 아침 풍경이 좋았다. 흑백으로 처리해 보고픈 생각이 문득 든 것도 그 한 이유다. 이제 필름을 넣었으니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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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고판 책들추억 속으로 2021. 1. 12. 08:13
옛날 책을 꺼내 읽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대개는 1970년대 대학시절 학교 부근의 헌책방에서 산 것들인데, 걔중에는 문고판 책들이 많다. '思想界' 사에서 시리즈로 펴낸 '사상문고'는 거의 완판을 갖고있었는데, 이사 다니고 하면서 많이 없어졌다. 그래도 꽤 된다.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金俊燁 박사가 쓴 '中國共産堂史'가 '사상문고'의 제 1호 책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博英社'의 '박영문고'도 더러 있다. 걔중에 근자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趙光祖의 일대기를 그린 '趙靜庵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이다. 제일 오래 된 문고판 책들은 1950년대 '陽文社'에서 펴낸 '양문문고' 책이다. 이 문고판 책들도 꽤 있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몇 권 안 된다. 이들 가운데 한스 카롯사의 '전쟁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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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y 41st wedding annivesary...추억 속으로 2021. 1. 12. 08:03
새벽 이부자리 속에서 가만이 생각해보니 오늘이 무슨 날이다. 무슨 날? 그렇지. 결혼 41주년. 어제 쯤 그게 생각나야할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40년을 넘어가니 그리 되는 모양이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내는 아직도 새근 새근 잘 자고 있다. 41년 전 새벽 이 시간 쯤이 기억난다. 간 밤에 친척들과 마신 술로 작취미성 상태에서 찬 물에 머리를 감았다. 그렇게 하고 허둥지둥 시청 옆 프레스센터 결혼식장으로 갔다. 그때까지 내 모습을 거울로 보질 않았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내 머리가 가관이었다. 찬물에 '빤' 머리칼이 빨랫줄처럼 그대로 뻗뻗하게 서 있는 게 말 그대로 산발의 모습이었다. 예식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기억에 없다. 한 가지는 있다. "신랑 입장!" 소리를 들었을 때 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