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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씩 가는 고향길은 언제나 바쁘다. 약속이 된 사항을 맞추느라 그렇지만, 약간 부풀려지고 들뜬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고향은 언제나 그랬다. 그리던 그 게 항상 그 곳에 있을 것 같고, 보고싶은 사람도 항상 그 곳에 있을 것 같고. 그러니 온전한 마음일 수가 없다. 16일 점심도 그랬다. 모시..
한창 젊을 때, 충무로에서 10여년을 보냈다. 극동빌딩 건너 편 회사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충무로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충무로 하면 우리나라 영화의 산실로 치부되던 곳이다. 그 때라는 게 1980년 초반이다. 그런 만큼 그 무렵의 충무로는 크고 번화하고 화려했다. 갖은 음식점..
우리들은 대개 그랬다. 특히 장남이면 아버지와의 대화가 좀 궁했다. 딱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아버지는 항상 엄했고, 칭찬에 인색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나더러 같이 산에 가자고 했다. 웬일인가. 함께 있으면 어색함이 줄줄 흐르지 않던가. 그런데 같이 산에 가자고 한다. 알아봤더니 아버지..
어쩌다 '1박2일'을 보는데 가회동이 나온다. 어떤 장면에선가 예전 그 곳에서 살던 집 부근이 나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 아무개라는 분이 주인이었던 하숙집으로 내려가는 계단. 지금은 '돌계단'으로 명명돼 있었는데, 예전의 자취는 찾아볼 수가 없다. 가회동은 총각시절, 그러니까 1977년부터 79년까..
점심을 어쩌다 그 쪽에서 먹게 되는 바람에 모처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구경을 했다. 추어탕 집이 바로 선정릉(宣靖陵) 곁에 있는데, 자리 한번 잡기가 힘들다. 어제, 느즈막하게 갔더니 어쩌다 자리가 있어 추어탕 한 그릇을 먹었다. 선배님이 선정릉에서 차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선정릉은 옛날..
일산으로 이사간 게 1995년 10월이다. 먹고 살기위해 서울을 나다니지만, 살 곳은 좀 한적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싶어 찾은 땅이다. 과천, 산본을 거쳐 도달한 곳인데, 바로 여기다 싶었다. 후곡마을에 집을 잡았다. 바로 길 건너가 일산 기차역, 그러니까 지금 구일산으로 부르는 마을의 초입이었다. 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