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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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火 '오봉산 호랑이'와 백모님추억 속으로 2020. 3. 20. 11:59
간밤 꿈에 어렴풋하나마 어떤 분이 보였는데, 아침에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백모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 머리맡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것이었는데, 백모님이 왜 보였을까가 궁금하다. 이즈음이 봄날이라서 그랬을까.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경주 아화에 있는 큰집을 자주 갔다. '큰 어무이'라고 부르던 백모님은 바지런하셨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 잠시도 쉬지않고 사시사철 매일을 일만 하시는 것으로 보여 측은한 마음까지 들게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오후였을 것이다. 큰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는데, 백모님이 화급하게 집으로 들어 오신다. 뭔가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백모님을 따라 집으로 온 몇몇 아낙네들도 같은 모습이다. 백모님 말씀은 호랑이를 보셨다는 것이었고, 얼마나 무섭고 다급했던지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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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3.15의거'와 옥희 누나추억 속으로 2020. 3. 15. 13:54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마산 3.15의거' 60주년이다. 이 사건을 나는 어릴 때 겪었다. 선거 부정을 규탄하기 위해 떨쳐나선 사람들이 관에 의해 죽고 다친 무서운 사건이라 이를 '추억'으로 생각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그때 내 나이 고작 9살, 철 들기 전이라 그때를 돌이켜 추억이라 해도 그리 욕 먹을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때를 생각하면 한 소녀가 생각난다. 그 당시 좀 살만한 집에는 '식모'를 뒀다. 지금으로 치면 가정부다. 우리 집에도 있었다. 나보다 서너 살 더 먹은, 경북 김천에서 소개를 통해 온 소녀였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옥희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많이 울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먼 객지의 생면부지의 낯선 집에 왔으니 얼마나 서럽고 두려웠겠는가. 어머니는 나더러 그 소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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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악 '물맛'추억 속으로 2020. 2. 17. 08:31
배낭 풀기도 전에 건넨 수통 물을 아내는 통채로 들이 마신다. "아, 달다. 달아요." 마누라는 연신 감탄사다. 아무렴, 그게 어디 물인가. 시리디 시린 겨울 설악하고도 수렴동에서 떠온 물이 아니던가. 김 선배는 지쳐있었다. 걸음걸이가 불안타. 새벽부터 시작한 겨울 설악산 산길이 거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대청봉을 넘어 봉정암으로 해서 수렴동으로 내려왔다. 이제 백담사를 거쳐 용대리로 나가면 된다. 백담사에서 용대리 길은 시멘트 포장길이다. 팍팍하다. 그 걸 알기에 수렴동에서 소주를 마셨다. 각 2병 씩이던가. 술김에 냅다 포장길을 달린다. 앞서가던 김 선배가 어느 지점에서 걸음을 멈춘다. 배낭을 뒤적이더니 뭔가를 꺼낸다. 초콜렛 등 주전부리다. 한웅큼 입에 털어넣더니 우적우적 씹어댄다. 지친 산행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