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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선생 別世obituary 2022. 10. 5. 08:32
김동길 선생께서 94세를 일기로 어제 밤 별세하셨습니다. 오늘 아침 이 소식을 접하니 황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감당하셨지만, 우리 지성의 상징이었던 어른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 다 잊으시고 평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강조했듯,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선생의 갑작스런 부음을 접하고, 문득 선생이 10여년 전인 2011년 5월에 써 놓으신 유서가 생각나 꺼내 읽어봅니다. 그 유서에서 진즉 언급하신대로 선생의 시신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기증될 것이니, 선생은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유서의 마지막 대목에서 선생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과 함께 익살스러우면서도 깊이가 따르던 선생의 여러 유머를 떠 올리게 합니다. "...나는 죽은 뒤에도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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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隱忍自重,' 문재인의 '저항'時事 터치 2022. 10. 3. 09:45
5년 만의 정권교체 이후 문재인과 그 류들에 대한 단죄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적거림, 혹은 우유부단함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다. 어제 그 단초가 될 감사원 서면조사 통보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것을 보아하니, 늦어지고 있었던 게 윤 대통령이 그래서 그랬던 게 아니고 그 나름의 은인자중(隱忍自重)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의 비판 속에서도 조사와 수사를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해왔다는 반증이다. 이러니 국민여론 등 돌아가는 형국으로 보아 문재인과 그 류들에 대한 조사나 수사의 강도가 엄청 세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물론 문재인에 대한 조사 주무처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기관인 감사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윤석열의 문재인 정권 적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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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어제와 오늘時事 터치 2022. 10. 2. 09:37
1990년 다시 일간지 기자로 오면서 실감했던 건 이런 저런 언론환경의 변화였다. 그 중의 하나가 방송사, 방송기자들의 신분상승이다. 사실 1970년대 중반 그때만 해도 언론이라함은 곧 신문사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방송사는 그 축에 겨우 낄 형편이었다. 그러니 방송기자 홀대가 더러 있었다. 당시 정부부처 주요 출입처 가운데 하나인 내무부의 경우 핵심적인 출입기자는 신문기자로 한정돼 있기도 했다. 그러던 게 시대추세에 따른 컬러 텔레비전 등 영상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뉴스속보 등의 필요성에 따른 TV뉴스의 요구가 증대되면서 방송사의 처지가 변했고 그에 따라 방송기자들 또한 그 신분이 확연히 달라졌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단편적인 예이겠지만, YS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할 적에 방송기자들의 위세는 정말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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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苦痛日誌'세상사는 이야기 2022. 10. 1. 08:51
(9. 23) 왼쪽 윗 어금니 임플란트를 9월 19일 끝냈는데, 이게 시원찮다. 뭘 씹으면 아프고 불편한 것이다. 이빨에서 이제 겨우 좀 홀가분해지려니 했더니 말짱 도루묵이다. 나흘 만인 오늘 결국 치과엘 갔다. 임플란트한 어금니 앞 치아가 압박을 받아 그럴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한 20여 분 그 치아의 맞닿는 부분을 달그락거리는 기구로써 어떻게 하는 치료를 받았다. 집으로 오는 길, 괜찮아졌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고자 홍대입구 역 어느 분식 집에서 잔치국수를 시식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황’이다. 여전히 묵직한 통증과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치과에서는 걱정은 말라했다. 여전히 그러하다면 신경치료를 하면 된다는 것. 마음이 편치않다. 오늘은 금요일, 토. 일요일은 휴일, 그러니 삼일을 어떻게 견뎌낼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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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발언 논란, '그리스 식 神託'으로 판가름냈으면時事 터치 2022. 9. 30. 18:34
윤 대통령 뉴욕 발언을 둘러싸고 나라가 온통 시궁창이 돼 버렸다. 도저히 상식과 합리적으로 생각될 수 없는 주장과 모략들이 난무하면서 이성과 상식은 갈 길을 잃은 형국의 몰상식한 나라가 되고있다. 무엇이 도대체 옳고 그른가를 판가름하는 건 궁극적으로 법과 상식, 지식의 영역일 것인데, 그것들마저 패거리 억지 주장과 모략선동 앞에서 맥을 못 추면서, 그 영역 특유의 허무주의 기운마저 감돌고있는 게 작금의 우리 나라, 우리 사회의 실정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수천년 전 고대 그리스에 있었던 델포이 아폴론 신전(Sanctuary of Apollo at Delphi) 같은 곳이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 神託을 통해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쾌도난마처럼 판가름해 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하기야 그래봤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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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의 술村 學 究 2022. 9. 30. 18:32
사흘을 연이어 술을 마셨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러지는 않았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계기없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친구가 얼마 간의 한국 체류를 끝내고 10월 초 중국으로 돌아간다. 그게 말하자면 '껀수'가 된 것이다. 얼마 간 보지못할 것이니, 가기 전에 날을 잡아 한 잔들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친구가 그런 의향의 글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으되 좀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다. 만나자는 장소가 강남의 양재동이어서, 대개들 경기도 사는 친구들 처지로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 틈을 내가 끼어들었다. 양재동에서 하지말고 강북 쪽 그러니까 지하철 3호선 연신내 역에서 만나자는 글을 올렸다. 만나는 방식도 몇날 씩 뜸을 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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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단풍들것네'村 學 究 2022. 9. 29. 14:25
옛날에 쓴 글에 이런 게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제목이 '오~매 단풍들것네'이니 문화관련 글이라 생각들 하시겠지만, 정치부장 시절 쓴 거니까 정치 칼럼이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왜 이런 글을 썼나 하는 기억이 난다. 그 때, 그러니까 1997년 가을은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었다. 쓸 꺼리도 마땅찮은데 글 쓸 순번은 돌아오고, 그래서 어쩌다 가을이고 해서 영랑의 시를 소재로 쓴 것 같다. 후줄근한 낙엽같은 낡은 정치를 가을바람으로 쓸어냈으면 하는 민초의 바람을 나타내려 한 것같은데, 지금 읽어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칼럼 나가고 편집국 내에서도 언짢은 반응들이 많았다. 무슨 정치부장이라는 사람이 문화부 기자같은 글을 쓰고 운운으로. 얼마 전에 만난 사우 한 양반도 반 술에 취해 그런 말을 하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