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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절’ 102주년과 尹東柱 시인사람 2021. 3. 1. 11:04
‘3. 1절’ 102주년 아침, 비가 내린다. 엄숙, 경건, 차분하게 맞이해야 할 오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국민을 무시하는 독재의 광포한 질주도 그렇고, 그에 맞서는 국민 저항의 물결도 예사롭지 않다. ‘3. 1절’ 아침 일즉, 비내리는 흐릿한 하늘을 보며 윤동주 시인을 떠 올렸다. 그를 추모했다. ---------------------------------------------------------- '3.1 만세운동' 102주년이다. 한 세기전 나라의 독립을 위한 민족의 외침은 그 세월의 바퀴를 줄기차게 돌리고 달려와 오늘을 이룬 바탕이 됐다. 해마다 맞는 '3.1절'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尹東柱 시인이다. 일제강점 치하 저항시인으로 주옥같은 시를 남긴 민족 시인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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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卽發佛心'세상사는 이야기 2021. 2. 28. 10:17
모처럼 대구 간 김에 팔공산에 올라 갓바위 부처 앞에 섰다. 나이들어는 처음이다. 아주 어릴 적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팔공산에 오른 기억이 있는데, 외할머니의 불심으로 미루어 나도 그 때 갓바위 부처 께 분명 불공을 드렸을 것이다. 그런 기억을 되살려 팔공산 갓바위 부처의 얼굴을 대하니 참 묘하다 싶다. 수 없이 봐온 부처상의 얼굴과는 형상 및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자비감이 깃든, 한 없이 인자한 얼굴이 기존에 봐 왔던 부처상의 얼굴이다. 그런데 팔공산 갓바위 부처 얼굴은 그들과 사뭇 다르다. 인자하면서도 뭔가 고뇌에 찬듯,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한 없는 자비심을 베품에 있어서도도 뭔가를 못마땅해 하는 마음이 서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비심에도 옥석을 가리고자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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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새 한 마리curiosity 2021. 2. 26. 21:00
집으로 가는 길, 흐린 오후 하늘의 휘뿌연한 해 곁에, 멈춘 상태로 날개 짓만 하고있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 형상이 내 눈에는 예사스럽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었다. 크기나 모습으로 보아 매 류는 아니었다. 저러다 날라가겠지 하고 한 동안 보고 있는데도 새는 날지를 않고 계속 거의 정지 상태다. 집으로 가는 농로 주위는 벌판이라 그런지, 하늘에 가끔씩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나르는 장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장면에 좀 익숙한 나의 눈은, 그래서 새 한 마리가 해 곁에 멈춰 날개 짓만 하고 있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다. 길을 걷다 멈춰 서 하늘의 그 새를 보고 있으려니,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하늘의 그 새가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몇몇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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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肖像curiosity 2021. 2. 26. 09:02
19세기 미국의 천재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은 그녀의 생애를 관통한 내성적인 은둔의 삶 만큼이나 여러 면에서 신비적인 존재의 시인이다. 그가 남긴 2,000 편의 주옥같은 시에 제목을 달지 않은 것도 그렇거니와, 그녀의 모습 또한 남겨진 사진이나 초상 등에서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두 가지다. 하나는 1847년, 그녀 나이 17세 때 혼자 검은 옷을 입고 찍은 모습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디킨슨의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12년 그녀의 고향인 앰허스트(Amherst)에서 발견된, 그녀의 나이 서른 무렵 친한 친구인 케이트 터너(Kate Turner)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은판사진(da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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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발관에서세상사는 이야기 2021. 2. 25. 11:19
이른 마침 동네 이발관. 근 4개월 만이다. 10여년 단골이니 주인 아저씨와는 잘 안다. 이런 저런 말 끝에 내 주변 분들의 이발하는 주기를 언급하면서, 대부분 될 수 있으면 이발관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래요? 하는데 표정이 좀 심드렁해지는 것 같다. 나이도 들고, 또 코로나로 인해 이발관 가기를 꺼리면서 머리가 길더라도 대충 집에서 면도기 트리머로 깎고 손질한다고들 하더라고 했고, 나도 그러는 바람에 오랜 만에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저씨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이발사 다 굶어죽겠네" 한다. 힐끗 거울에 비친 아저씨 표정이 좀 진지해 보인다. 내가 "그럴 수도 있겄소이다. 아저씨만 그런 것도 아이고 다들 난립니다"며 토를 달았다. 둘 간의 짤막한 대화는 그랬다. 면도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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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울대 학생의 글時事 터치 2021. 2. 23. 08:26
어느 서울대 재학생의 현 시국을 보는 글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작금의 나라 돌아가는 형국을 보는 시각은 각자마다 다를 것입니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젊은 학생들의 관점과 판단의 시각이 전례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이 학생의 글에는 선동적인 요소가 없잖아 있습니다. 읽어들 보시고 판단은 각자들 하시기 바랍니다. --------------------------------------------------------------------- “나의 祖國을 위하여 나는 태극기를 들 것이다.” “어느 시대나 아무 쓸모없는 자들은 자신들의 추악한 행위를 종교나 도덕심 애국심으로 포장한다.”라고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말했다. 우리나라의 앞날에 장애가 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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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情(all tucked in)볼 거 리 2021. 2. 22. 06:15
곤히 잠든 5남매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안온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 사진의 제목이 '(자식들 모두 잠에) 푹 빠진(all tucked in)...'일까.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이 사진은 어린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진한 모정(母情)을 느끼게 한다. 1941년 노스 캐롤라이나 시골(North Carolina farm)에서 먹고살기 위해 버지지아 노폭(Norfolk)으로 이주한 한 가난한 가정의 애환이 어머니의 애틋한 모정과 함께 이 사진 한 장에 담겨져 있다. 사진 설명에 따르면 아버지와 몇몇 아이들은 노폭의 방위산업체에 일자리를 얻었다. 아이 잠든 모습을 바라다 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안온하게 보이는 것은 모정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득의만만해 보이는 것은 남편과 자식들의 일자리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