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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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영화보기세상사는 이야기 2021. 12. 17. 12:29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이른바 '집콕'의 여파가 깊어진다. 집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 해봤자, 뭘 보는 것, 아니면 혼자 술마시기 등의 '혼술,' 뭐 이런 것밖에 더 있겠는가. 아내와 더불어 단둘히 사는 나이먹은 처지라 더욱 그렇다. 이런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뭘 보는 것에 치중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는 것은 다양하다. 책도 있을 것이고 신문이나, TV도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제는 책이나 신문 등의 뭘 읽기는 시력이나 척추 등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소파에 앉아보는 TV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TV도 매일 보는 뉴스도 그렇고 딱히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무슨 '미스트롯'이나 하는 대중가요 프로도 식상감이 든지 오래다. 이런 식상감을 그 나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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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건망증세상사는 이야기 2021. 9. 17. 11:06
세탁기 배수구에서 누런 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던 아내는 땀에 전 채 소파에 앉아있다. 엊저녁 내 베갯닛이 더러워졌다고 궁시렁대던 아내는, 아침준비를 끝내자마자 그 일부터 챙겼다. 한 김이었을까, 소파 방석컵까지 재다 벗겨내고 있었다. 잔뜩 안고 세탁기로 가는 것까지만 봤는데, 그 세탁기 배수구에서 누렇고 이상한 물이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마침 아내가 다가오길래, 그 걸 가리켰다. 그 게 그리도 놀랄 일이었던가. 아내는 자지러지는 듯 했다. 그리고 미안함과 씁쓸함이 뒤섞인 표정. 베갯닛 대신 베갯속을 세탁기에 넣은 것이다. 베갯 속 내용물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 게 씻겨지니 누렇고 이상한 물이 안 나올수 있겠는가. 예전 같으면 한 소리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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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에서의 하루세상사는 이야기 2021. 9. 16. 12:22
두물머리에서의 하루. 조안면 능내리, 두물머리에서 갤러리카페를 하는 친구 집에서 어제 하루 잘 보냈다. 어떤 의미를 담을까. 캐나다 김종욱 박사의 귀국을 환영한다는 것으로 하자. 김 박사가 바리바리 준비해왔다. 고기에 상추에 심지어 캠프파이어 용 장작까지도 가져왔다. 나의 대부인 윤철원 친구가 갖고온 대용량의 와인으로 저녁 분위기를 띄웠고, 김 박사가 준비해 온 포르투 와인과 핀란드 보드카는 우리를 들뜨게 했다. 카페 사장인 제상철 친구는 카루소 풍의 가곡을 불렀다. 술을 못 마시는 게 안타까웠다. 이곳을 우리들의 은신처겸 놀이터로 삼은지 근 30년이다. 올 적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두물머리의 풍광은, beyond description, 그러니까 말하자면 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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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세상사는 이야기 2021. 8. 2. 07:21
졸지에 꽃 화분이 많이 생겼다. 난을 많이 키우는 친구가 준 것이다. 물론 내가 달라했다. 기억은 뚜렷하지 않은데,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 친구에게 그런 것 같다. 친구가 그걸 기억하고는 어제 연락을 보내온 것이다. 나에게 꽃은 좀 가당찮은 측면이 있다. 우선 꽃을 가꿀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전제가 붙는다. 딴에는 잘 피우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 그런데도 꽃은 나몰라라하며 그냥 저대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제껏 집에 꽃은 드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집에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어디서 한 두어개 꽃 화분을 구해온 것이다. 아내는 화분을 베란다 창 앞에다 두고 나름 열심히 가꾸는 모습이었는데, 글세,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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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의 情세상사는 이야기 2021. 8. 2. 07:12
얼마 전부터 이른 아침, 누군가 우리 아파트 현관문 고리에 상추, 고추, 호박 등 푸성귀를 정성스럽게 봉지에 담아 살짝 걸어놓고 가시는 분이 있다. 한 두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이어지니까 대체 어떤 고마운 분일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제는 깨끗히 손질한 많은 양의 대파를 걸어놓더니 오늘은 싱싱한 고추다. 아내로부터 그 분이 누구신지 대략 얘기는 들었다. 아파트 아래 층 아주머니라고 했다. 아주머니라니까, 여자는 여자들끼리 얘기하라며 나는 뒤로 빠지려 했다. 그랬더니 아내 하는 말이 그 집 바깥양반이 나를 잘 안다고 한다. 누굴까? 오늘 그 바깥양반 분이 누군지 알게됐다. 1997년,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 분양당시 시공업체의 사기사건이 있었다. 큰 사건이었다. 분양받은 처지에서는 입주여부를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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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덥다, 새벽부터세상사는 이야기 2021. 7. 29. 08:18
여럿 날 밤을 설치게 하고있는 더위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 새벽 내 기어이 그 모습을 보리라며 그 더위를 찾아 나섰다. 이쪽 저쪽 하늘에 불그스레한 띠들이 꿈틀거리는 게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 같더니 이내 벌건 태양을 토해내고 있었다. 영락없는 炎帝의 모습이었고, 이글거리는 맹렬한 기세로 오늘 하루를 잡아먹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간밤의 찌는듯한 더위의 기세에 새벽 달은 눌렸다. 치솟은 기중기 한쪽 사이로 찌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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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on June 17세상사는 이야기 2021. 6. 17. 18:00
O... 그 농원을 지나가려면 항상 큰 소리의 나이든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 몇 차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계속 그랬다. 그러다 언젠가 지나치면서 호기심에 농원 안을 들여다보게 됐는데, 그 장면이 묘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다그치고 있었다. 두 분이서 무슨 과수나무를 손보면서 주고받는 말이었다. 주고받는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할머니가 일방적으로 할아버지를 다그치는 것이었다. 할머니 말이 워낙 거세어선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감 잡기가 어려웠다. 보고 대충 느끼기로 과수나무 손질에 할아버지가 뭘 잘못한 것에 대한 할머니의 타박 같았다. 오늘도 그 농원을 지나가는데 그 할머니의 예의 그 크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울타리 밖에서 안으로 들여다보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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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결혼식세상사는 이야기 2021. 5. 17. 07:49
아들, 오늘 장가갔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결국은 오고 말았다는 감회를 느낍니다. 아들은 나이 마흔 들어설 때까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누차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모릅니다. 아들이 갑작스레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이 작년 7월인가 입니다. 결혼할 여자는 이미 진즉부터 마련해 놓았었고, 그간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마음 고생'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결혼의사를 밝히기 전, 한 친구가 아들 중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여자 분인데, 사진까지 찍어 보내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질 못하고 아내에게만 살짝 얘기했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결심이 워낙 완강하다는 걸 알고있기에 아들에게 말 꺼내기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