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렉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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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詩컬 렉 션 2022. 3. 28. 12:05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내가 읽은 서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서시(序詩)…” 최영미 시인에 관해 과문한 편이지만, 한 가지 느껴지는 건 있다. 상당히 크리티컬하다는 것. 그녀가 시를 평하는 걸 어쩌다 보면, 대개는 내 이해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아무튼 날카롭다. 물론 호평도 더러 한다. 하지만 오늘 조선일보에서 보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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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와의 여행(Travels with Herodotus)>컬 렉 션 2022. 2. 5. 08:34
. 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 와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이 내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책 제목의 ‘헤로도토스’라는 이름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주지하다시피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로서, 방대한 규모의 를 썼는데, 그 책을 지금껏 한번도 완독하지 못해 나를 주눅들게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책을 보면, 헤로도토스의 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그게 아니다. 물론 헤로도토스와 연관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헤로도토스와 그의 를 멘토로 삼았던 폴란드 출신 한 저널리스트의 취재에 얽힌 얘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헤로도토스와 그의 의 배경인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에 관한 것을 읽고자 했던 생각에 비춰 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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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클래식카메라, Diax IIa컬 렉 션 2022. 1. 28. 17:51
한 때 집안에 나뒹굴 정도로 많았던 옛날(vintage) 카메라가 이제는 수중에 얼마 없다. 처분하기로 작심한지 2년 여 만에 그 많던 필름 클래식카메라가 사라진 것이다. 갖고있는 것이라 해봤자, 라이카(Leica) 몇 대와 짜이스 이콘(Zeiss Ikon) 등 몇 대 뿐이다. 정리하기로 했지만, 정리가 안 되는 카메라가 몇 대 있다. 나에게는 추억이 담긴 카메라들이라 애시당초 처분할 생각은 없었던 카메라들이다. 그 중의 하나가 Diax IIa다. 이 카메라는 카메라 수집을 하기 시작한 1998년 그 무렵에 구입한 것이다. 가장 독일적이면서 19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카메라로, 한창 독일 클래식 카메라에 빠져있을 즈음에 내 수중에 들어온 것이기에 다른 카메라보다 애착이 많이 가는 카메라다.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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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전쟁의 문턱(Munich, The Edge of War)'컬 렉 션 2022. 1. 24. 16:46
‘뮌헨, 전쟁의 문턱(Munich, The Edge of War).’ 엊저녁에 본 넷플릭스 2022년 영화다.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이 전쟁을 막으려는 두 젊은 외교관들의 노력을 그린 영화다. 전쟁이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가지만, 전쟁 장면은 없다. 다만 영국과 독일의 두 젊은 청년외교관이 목숨을 걸고 반 히틀러, 반 나치즘 투쟁을 벌이는 게 전쟁 그 자체다. 영화는 물론 픽션이 가미된 것이지만, 독일 청년외교관 파울이 히틀러를 제거할 수 있었을 결정적인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한다. 하기야 한편으로 히틀러가 암살되고 그러면 2차 세계대전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속의 역사적 가정,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히틀러와의 굴욕적인 뮌헨협약으로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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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컬 렉 션 2022. 1. 16. 13:26
CD 정리 중에 이런 게 나온다. 'The House Concert'라는 CD. 재생지 종이 케이스에 담겨져 한 눈에도 좀 허접스럽다. 이 CD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필시 무슨 계기가 있어 내 손에 들어왔을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좀 살펴보니, 타이틀 그대로 개인 집이나 소규모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이 공연한 것을 제작한 클래식 CD다. 박창수라는 분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비매품으로 나와있는데, 좀 찾아 보았더니 이 분의 이런 콘서트를 통한 음악에의 열정이 대단하다.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껏 20년 넘게 콘서트를 열고 CD를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갖고있는 것을 보니 201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담겨진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조성진의 피아노, 권혁주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비롯해 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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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컬 렉 션 2022. 1. 11. 11:33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를 두고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보고난 후 별로 남는 게 없다. 영화의 감상법에 그런 게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극장의 대형화면에 몰입해 재미있게 본 후 극장을 나와서는 언제 봤냐는 듯 까먹어 버리는. 그래서 일 것이다. '돈 룩 업'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며 리뷰 등을 통해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를 솔직하게 나는 잘 모르겠다. 하기야 영화라는 게 보는 사람이 어디에 촛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수긍은 간다. 나는 이 영화를 본 후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어찌어찌하다, 어찌어찌' 되는 영화.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데, 지구인들은 '어찌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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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독(The Power of the Dog)'이라는 영화컬 렉 션 2021. 12. 19. 10:29
'The Power of the Dog.' 넷플릭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고 하니 친구가 권한 영화. 그러나 보고나니 헷갈리는 영화다. 친구가 재미있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공감을 해줘야하는데, 망설여진다. 나로서는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고 영화를 본 후 리뷰를 몇 개 읽어보니 비로소 '파워 오브 독' 이 영화가 무척 난해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를 영화감상의 최고로 치는 나의 관점에서는 그래서 재미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제목 등을 통해 느껴지는 선입감이 있다. 'dog'가 들어가길래 나는 무슨 개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고, 내 선입관이 거기서부터 틀어지니 영화가 재미있을리가 없었다. 이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보는 관객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