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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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 옆 빨간 집curiosity 2021. 4. 13. 12:04
기차길 옆 빨간 집. 예전부터 보아왔던, 산책 길에 있는 집인데, 뒤로 대곡역이 빤히 보이는 경의선 철로변에 빨갛게 홀로 서있다. 멀리서 보면 꽤 운치가 있는 집이어서 무슨 집일까고 궁금해하던 차에 오늘 가까이서 한번 살펴 보았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이다. 화단도 가꾸어 놓고 주변에 조명등도 설치해 놓았다. 집 빨간 색에 어울리게 검은 색의 철제 팔랑개비도 만들어 세워놓은 것으로 보아 나름 공을 들여 지은 집 같다. 집 출입문은 다이얼 키로 굳게 잠겨있다. 집 주인이 좀 오래 비워놓고 있는게 아니가 하는 느낌이 든다. 테라스도 잘 꾸며 놓았는데, 거기에 바베큐 그릴과 의자, 난로 등이 놓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주거를 겸한 카페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집은 오래 방치해 놓았던 흔적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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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새 한 마리curiosity 2021. 2. 26. 21:00
집으로 가는 길, 흐린 오후 하늘의 휘뿌연한 해 곁에, 멈춘 상태로 날개 짓만 하고있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 형상이 내 눈에는 예사스럽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었다. 크기나 모습으로 보아 매 류는 아니었다. 저러다 날라가겠지 하고 한 동안 보고 있는데도 새는 날지를 않고 계속 거의 정지 상태다. 집으로 가는 농로 주위는 벌판이라 그런지, 하늘에 가끔씩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나르는 장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장면에 좀 익숙한 나의 눈은, 그래서 새 한 마리가 해 곁에 멈춰 날개 짓만 하고 있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다. 길을 걷다 멈춰 서 하늘의 그 새를 보고 있으려니,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하늘의 그 새가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몇몇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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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肖像curiosity 2021. 2. 26. 09:02
19세기 미국의 천재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은 그녀의 생애를 관통한 내성적인 은둔의 삶 만큼이나 여러 면에서 신비적인 존재의 시인이다. 그가 남긴 2,000 편의 주옥같은 시에 제목을 달지 않은 것도 그렇거니와, 그녀의 모습 또한 남겨진 사진이나 초상 등에서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두 가지다. 하나는 1847년, 그녀 나이 17세 때 혼자 검은 옷을 입고 찍은 모습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디킨슨의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12년 그녀의 고향인 앰허스트(Amherst)에서 발견된, 그녀의 나이 서른 무렵 친한 친구인 케이트 터너(Kate Turner)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은판사진(da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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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curiosity 2021. 2. 17. 08:50
어제 어떤 유튜브를 보다, 이름에 관한 생각을 하게됐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름이 순서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이름 자였다. 예컨대 할아버지 이름이 김영철이라면 김철영이 손자의 이름 인 것이다. "이름은 운명을 지닌다." 독일의 신학자인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유명한 말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 그대로 운명을 타고 살아간다는 말인데,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 지하철에서 똘똘하게 생긴 꼬마 하나가 곁에 서 있는데, 유난히도 큰 이름표를 오른 쪽 가슴에 달았다. 그 이름이 '최 고봉'이었다. 이름이 독특해서 물어 보았다. 얘, 네 이름 누가 지었니? 아버지가요. 왜 최고봉이니? 뭣이든 최고가 돼라면서 지어 주셨어요. 그 꼬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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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코드(Leica Codes)'curiosity 2020. 12. 18. 11:15
XIOOM, APDOO... 이런 코드가 있다. 이름하여 '라이카 코드(Leica Codes)'라고 하는데, 라이카 생산품목에 붙는 이름들이다. 20년 넘게 라이카에 빠져오면서도 이 라이카 코드가 어떻게 만들어져 붙여졌는지 몰랐다. 그저 그렇게 부르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사이에 그 코드의 '비밀'을 알게됐다. 페이스북에 라이카 수집가들의 동호모임 격인 'Leica Collectors Group'이 있는데, 엊저녁에 마틴(Martin Zeljak)이라는 분이 슬쩍 그 라이카 코드를 건드린 것이다. 자신도 그 코드의 어원을 알기위해 애를 썼는데, 마침내 그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틴 이 분은 라이카 코드가 '전신주문코드(telegraph order code)'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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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전 라이카(Leica)에 담긴 사진들curiosity 2020. 12. 1. 11:02
(어제, 영국의 BBC에서 올드 카메라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기사가 하나 게재됐다. '70년 사진의 미스테리(A 70-year-old Photographic Mystery)'란 타이틀의 이 기사는 카메라 수집가인 윌리엄 페이건(William Fagan)의 얘기다. 수집을 위해 구입한 옛 라이카 카메라(Leica IIIa)와 함께 딸려온 필름 캐트리지에 감겨진 릴 필름에 흥미를 느껴, 이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들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인데, 올드 라이카와 그와 함께 한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기사를 요약해 본다.) 오늘날, 사진을 찍어서 그 결과물을 보지 못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 폰을 가지고 멀리 가서 찍을 때 우리는 찍은 사진을 즉시 볼 수 있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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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津은 '瘴氣(장기)'가 감도는 땅?curiosity 2020. 11. 17. 14:58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쓴 시에 瘴氣(장기)라는 말이 더러 나온다. 일반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말인 것 같은데, 찾아보니 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기운이라는 뜻이다. 주로 습기가 많고 따뜻한 남쪽 지방에 감돌아 풍토병을 유발하기에 악기(惡氣)라고도 한다는데, 다산이 유배를 간 강진 땅이 그러기에 다산이 이 단어를 유배지의 시에서 썼을까. 1801년 겨울, 그러니까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에 도착해 거처를 정하고 처음 쓴 시에 '客中書懷'가 있다. 송재소 선생은 이 시 제목을 '강진읍 주막'으로 달고 있는데, 이 시의 한 구절에 '장기'라는 뜻의 표현이 나온다. 衣緣地瘴冬還滅(장기있는 땅이라 겨울 옷 벗어내고) 酒爲愁多夜更加(근심이 많으니 밤술 더욱 더 마시네) 또 유배 삼년이 지난 1804년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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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 중 왕'의 예수, 제프리 헌터(Jeffery Hunter)curiosity 2020. 9. 27. 13:59
예수를 주제로 한 영화는 많다. 예수 역을 맡은 유명배우들도 많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이들 영화들 중 가장 예수에 근접한 용모와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는 누구일까. 이와 관련한 통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는 제프리 헌터(Jeffery Hunter; 1926-1969)를 꼽고 싶다. 제프리 헌터는 그의 나이 31세 때인 1961년 예수 역을 맡았다. ‘왕 중 왕(King of Kings)’이라는 영화에서다. 이 영화를 어릴 적, 그러니까 중학교 갓 입학해서 봤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기억은 없다. 어제 우연히 어떤 채널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길래 언뜻 기억을 되살려가며 보다 그만 푹 빠져버렸다. 영화도 영화지만 무엇보다 제프리 헌터의 예수로서의 용모와 연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침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