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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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글쓰기村 學 究 2022. 6. 30. 16:36
편한 것만 추구한다. 집에 있을 때도 그렇고 어딜 갈 때도 그렇고, 먹을 때도 그렇고, 누구랑 얘기 나눌 때도 그렇고. 그럴만한 나이라는 것을 익스큐스로 삼는다.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글 쓸 때도 그렇다. 편한 자리와 편한 글쓰기 도구가 있어야 한다. 나름의 이런 ‘수작’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진화돼 왔다. 예전에는 글쓰기에 있어 이런 것들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다. 어디 기대 서서든, 앉아서든, 엎드려서든 자세도 그렇고, 연필이든, 볼펜이든, 만년필이든, 자판이든, 그리고 원고지든, 종이쪼가리이든, 컴퓨터이건 도구를 가리지 않았다. 그저 뭘 어떻게 쓸 것인가에만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던 게 언제부터인가 오로지 편하게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어떤가.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일은 드물다. 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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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村 學 究 2022. 4. 8. 14:11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이 있었다. 왜 그렇게 허리에다 머리까지 구부정하게 걸어다니냐는 것. 어린 나이에 내가 그렇게 걷는 것을 내 스스로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 무슨 별 다른 이유가 나름으로 있었을리는 더더구나 만무하다. 어린 마음에 오히려 왜 나만 보고 그러지 하는 반감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좀 커서 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도 그런 말을 종종 나무람삼아 들은 걸 보니 내 걸음이 확실히 남들과 많이 다르기는 했나보다. 철이들고 커가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 내가 뭔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바닥에 혹시 돈이라도 떨어져있을까 봐 그러고 다닙니다.” 내 대답이 이랬는데, 그때부터 내가 내 걸음걸이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로 좀 유들유들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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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햄버거村 學 究 2022. 3. 23. 13:30
아침 일즉 며칠 전 함께 술을 마신 군대후배로부터의 전화. 이런 저런 말 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괜찮느냐는 것. 단번에 알아챘다. 자기는 코로나에 걸렸는데 나는 어떻냐는 것 아니겠는가. 괜찮다, 그랬더니 “과연” 그런다. ‘과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같이 술을 마시다 자기는 걸렸는데, 나는 멀쩡한 것에 대한 일종의 투심일 수도 있겠고, 예전 군 생활할 때의 나를 떠올리며 견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괜찮다. 헌데 후배의 말을 듣고보니 요 며칠 새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침에 기침하면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좀 잦아졌던 것이다. 그럼 그게 나로서의 코로나 증세였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아무튼 후배도 며칠 지나면서 괜찮아졌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곁에서 후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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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첫 날, 뒤숭숭한 생각들村 學 究 2022. 3. 4. 19:51
내가 언제 적부터 이리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답지 않다. 마음이 온통 선거에 가 있다는 얘기다. 오늘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서촌 체부동 시장을 지나면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나도 모르게 그 줄에 끼어 사전투표를 할 뻔했다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하지는 못했다. 내가 바라는대로 이뤄질까에 대한 조바심 또한 크다. 그러니 오늘 하루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후배들과 만나 술을 곁들인 점심을 하면서도 좌중의 화제는 선거였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컸던 것 같다. 부정선거 전망과 관련해 한 후배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고, 나는 그에 맞섰다. 애시당초 결론이 나질, 날 수도 없는 얘기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높여 서로들 강한 주장을 편 건 일종의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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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 心 一 日村 學 究 2022. 2. 20. 20:21
1) 근 한달 사이 잇단 4번의 부고를 접하며 겪고보니, 저 스스로 사람을 보는 눈이 좀 이상하고 달라진 것 같습니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좀 더 강한 동류의식, 그러면서도 뭐랄까, 측은지심이 가득해졌다고나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사람 죽어 나가는 것이 거의 아무렇지 않게도 여겨지는 팬데믹 시절이라, 주변의 죽음에도 혹여 둔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저 홀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지요. 수명을 거의 다한다든가, 불가항력적인 병으로 생을 마감합니다만, 이런 시절은 웬지 그런 죽음조차 역병에 묻어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러면서 그런 시선으로 자꾸 주변을 챙기고 보면서 저 홀로 쓸쓸하고 외롭고 우울해졌습니다. 많은 술을 마셨지만, 술은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 것이라는 걸 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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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日 考村 學 究 2022. 1. 5. 21:08
나는 생일이 세 개다. 하나는 내가 실제로 태어난 날인데, 음력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적으로 나라에 출생 신고를 한 날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있다. 실제 생일을 양력으로 한 것으로, 페이스북 등 SNS에 등록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물론 실제로 태어난 날이 나의 생일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생일들이 각 자들 그 나름대로 들 역할을 하고 움직이는데, 좀 혼란스럽다. 태어난 날의 생일은 그다지 문제가 없다. 다만, 그 날이 되면 다른 날들의 생일이 어른거린다. 그들이 우리들은 뭐냐며 항변이라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생일이 이렇듯 여러 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태어난 날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출생 신고 생일의 경우도 딱 태어난 날을 생일로 하지 못한 시대적인 상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