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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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수선을 맡기며村 學 究 2021. 9. 30. 10:18
어제, 바지 수선하러 동네 옷수선 집을 찾아가다 비를 만났다. 바지 두벌이 담겨진 쇼핑백을 들고 길거리 어느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내 처지, 내 모습을 가만 생각해보니 실실 웃음이 났다. 바지 허리 늘리는 수선값도 만만찮으니 차라리 바지를 새로 사면 될 일이었다. 근데 나는 왜 굳이 옷을 수선해 입으려는 고집을 아내에게 피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옷이 거의 다 그렇다. 맞는 게 없다. 나름 옷에 몸을 맞추면 되겠지 생각하며 입어 보니, 한 서너끼 정도 굶으면 얼추 맞을 것 같았다. 아침에 아내와 이런 저런 궁리를 해도 딱히 마땅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고쳐 입든지, 아니면 새 바지를 사 입던지 둘 중의 하나인데, 그 둘 중 하나 선택하는 걸 놓고 아내와 생각을 맞추는 게 그리 쉽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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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村 學 究 2021. 9. 26. 08:20
새벽부터 운이 좋았다. 산책을 나서려고 아파트 문을 여닫다가 중지 손가락이 현관문에 약간 끼었다. 일촉측발의 순간적인 상황에서 손가락을 빼냈는데, 굉장한 통증이 왔다. 그러나 천만다행이었다. 만일 손가락이 끼어진 상황에서 문이 댣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 조그만 이상이 와도 그 과정과 후유증은 오래 간다. 한마디로 호들갑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된다. 손가락에 입김을 부어가며 만지작거렸더니, 이내 통증은 갈아 앉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늘이 맑아오면서 해가 떠 오르고 있었다. 오늘 하루에 희망이 일렁인다. 오늘 묵주 9일기도 33일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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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村 學 究 2021. 7. 13. 07:51
이른 아침 산책길. 하늘엔 조개구름이 가득하고 대기는 그런대로 맑으나, 후텁지근한 게 한낮의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를 갔다오는 등 한 이틀간 찌들고 시달린 몸이 흐늘거린다. 한동안 마시지 않던 술도 이틀 간 마셨다. 속이 부대끼고 정신도 맑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몸과 마음의 자세를 추스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매일 하는 묵주기도를 새로운 마음으로 바치자. 그리고 한참을 걷자. 그런 마음으로 걷고 있지만,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다. 묵주기도도 어느 부분에서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런 경우가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당황스럽다. 오늘 화요일은 '고통의 신비' 기도 날인데, 3단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한참을 더듬다가 겨우 생각이 나 그 부분을 되새김질 해 기도를 드렸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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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村 學 究 2021. 7. 6. 07:12
새로 나오는 책, 그러니까 신간(新刊)에 대해 무뎌진지도 꽤 된다. 2014년까지 그나마 명맥 수준이지만, 현직에 있을 적에는 하는 일이 그런 거라 신간을 더러 챙겨보고 했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으니 그에 신경 쓸 일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습성이라는 게 있다. 해온 게 그 짓이니 그 게 버릇이 된 탓인데, 아직까지도 책을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이 좀 달라졌다. 신간은 엄두도 못 낼 뿐더러, 교보서점 등 대형서점에도 이젠 잘 가지질 않는다. 뭔가 압도되고 위축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지나간 신문쪼가리 등에서 이따금 눈에 들어오는 책이나 혹은 어쩌다 이 동네 저 동네 헌 책방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는 책에 관심을 가져보는 정도다. ‘비밀의 요리책(The Book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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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벨트용 케이스村 學 究 2021. 7. 6. 06:40
오늘 아침, 일산 라페스타 거리를 헤매다시피 해 구한 스마트폰 벨트용 케이스다. 거리에 즐비한 가게, 그리고 그 많고 많은 폰케이스들 가운데, 허리에 차는 벨트용은 없었다. 가게에서 물어보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듣는다. 그런 거, 요즘 없습니다. 왜요? 요즘 누가 벨트에 차고 다닙니까 한다. 하기야 벨트용 케이스에 대한 기억은 2012년이다. 그 때 사무실이 있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그걸 샀을 때도 눈총아닌 눈총을 좀 받았다. 나를 완전 구닥다리 쯤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스마트폰을 새 것으로 바꾸니 마누라가 득달이다. 한 두푼 짜리도 아닌데, 잃어먹을 것이 분명하다며 강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하기야 나도 하도 많이 잃어먹어 봤길래, 내 스스로도 우려되던 참이었다. 아침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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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스마트폰 교체 - 갤럭시 S21울트라村 學 究 2021. 7. 1. 07:17
어제 스마트폰 기기 변경 했습니다. 노트5 쓴지가 거의 5년이 돼가니 속도도 느려지고 밧데리도 빨리 닳습디다. 그리고 모든 기능, 예컨대 앱들의 움직임에 오류가 많이 걸렸습니다. 결국 갤럭시 S21Ultra로 교체했는데, 어제 이것 세팅하려 만지작거리다 하루 다 보낸 것 같습니다. 편리한 세상입니다. 노트5 데이타를 삼성의 smartswitch 앱을 이용하니 금방 S21에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얼리어답터(earlyadopter)'는 아닐지언정, 나름 새로운 기기에 적응하는 순발력이 꽤 있다고 자처해왔는데, 이제 그게 잘 되질 않습니다. 눈도 어둡고 손도 떨리고, 무엇보다 과감하게 시도하는 화이팅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탓이겠지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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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죽음, 그리고 걷다村 學 究 2021. 6. 30. 08:36
죽은 친구가 꿈에 나타났다. 모자를 썼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반가웠다. 내가 친구 보고 이름을 불렀다. 친구는 나의 부름에 나를 보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무표정으로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곁의 문이 있는 출입구 쪽에 섰다. 내가 다시 이름을 불렀다. 그랬더니 친구는 나를 언뜻 쳐다보더니 문으로 그냥 나가 버린다. 그런데 나가는 모습이 그랬다. 귀신이 아무런 물리적 행위없이 그냥 쑥 문을 관통해 연기처럼 나가는 것 같이 친구는 그렇게 그 문을 통해 사라졌다. 꿈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아, 저런 짓은 귀신이 하는 것인데 하며 두렵고 안타까워 했다. 친구의 꿈에서의 그런 모습이 오늘 많이 걸리적 거렸다. 무슨 꿈이 이런가 싶은. 며칠 전 본 죽음에 관한 한 유튜브 방송 때문일까. 사실 그 방송은 기존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