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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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수학포기자)' 同病相憐, but...村 學 究 2022. 1. 1. 16:59
새해 아침에 펼쳐든 신문에서 퍼뜩 눈에 들어오는 기사. 이른바 수학천재에 관한 기사로, 미국 프린스턴大 수학과 허준이(39) 교수에 관한 글이다. 이 기사가 나의 눈을 끌리게 한 것은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기사 타이틀 때문이다. 왜냐? 나도 '수포자'였으니까. 그것도 완벽하게 수학을 포기한 채로 지금껏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허 교수는 수포자였음에도 지금은 미 굴지 대학의 수학과 교수로, 수학의 천재로 불리고 있다. 그게 나를 정초부터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수포자였음에도 허 교수와 나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같은 수포자일지언정 수포자들 마다에도 그레이드가 있다는 점이다. 허 교수에 비해 나는 하위계층의 하급, 아니 하빨이랄까. https://ww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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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送年考'村 學 究 2021. 12. 31. 13:24
한 해를 마감하는 날에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아제 나이 70 古希를 나름껏 넘겼으니 년년세세 덤덤해야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올 한 해, 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의 부덕과 편협함을 우선 탓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람을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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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Leica, 그리고 '회장님'村 學 究 2021. 12. 12. 12:51
어떤 노인 분이 만나자길래 갔다. 왜 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그 분 사무실엘 갔더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젊은 학생으로 보였다. 그 분은 나더러 곁에 앉으라고 했을 뿐, 그 학생을 소개시키지는 않았다. 테이블에 웬 낡은 듯이 보이는 카메라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라이카를 오래 만져온 나로서는 한 눈에 봐도 어떤 카메라인지 알 수가 있었다. 라이카(Leica)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렌즈를 본체에 나사처럼 돌려 끼우는, 스크류 마운트 타입(screw mount type)의 IIIF 라이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낡았다. 낡은 카메라 본체에 비해 렌즈는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렌즈도 어떤 건지 대강 눈에 들어온다. 그 렌즈는 Red-scale Elmar 50mm. 나로서는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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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내시경村 學 究 2021. 11. 27. 14:14
내시경실 옆이 회복실인 모양이다. 두어 번 해봤기에 짐작은 간다. 수면마취 상태에서 일을 본 후 덜 깬 상태로 회복실로 가 잠시 누웠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는 모양이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내 앞 차례였던 어느 아주머니가 간호사에 의해 부축돼 회복실로 들어간다. 걸음걸이가 흐느적거리고 뒤뚱거리는 게 왜 저러나 싶었고, 우스꽝스럽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내심 다짐했다. 내 차례. 입에 거품제거 약물을 넣고 손등에 무슨 주사를 놓고… 그러고 깨어보니 누워있다. 회복실 침대다. 그럼 나도 간호사에 부축돼 회복실에 누워졌다는 것인데, 나 또한 흐느적 흐느적 비몽사몽 간에 이동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건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고 내 다짐조차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내 뒷 차례 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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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꿈村 學 究 2021. 11. 9. 13:02
SNS에서 만나 알게 된 신문기자 출신의 어떤 분이 어제 아침에 이런 글을 적고있다. "마감이 코앞인 칼럼 첫 줄 얻으려고 뒷산에 올랐더니 첫 줄은 안 떠오르고 낙엽만 우수수 늦가을 양광 속에 떨어지더라." 글은 낭만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의 직업병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청탁받은 글을 쓰려는데, 그 첫 구절을 어떻게 해서든 떠올려 만들고자 하는... 긴 것이든 짧은 것이든 기사를 쓰고자 하면 리드(lead)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게 잘 잡혀지면 쓰고자 하는 기사의 반은 이미 쓴 것이나 같다. 그러니 나 또한 젊었을 현직 시절, 마감을 앞두고는 좋은 리드 하나 잡느라고 별 짓을 다했다. 한글 파트에서 주. 월간 영문 파트 일을 맡으면서는 더 그랬다. 별 짓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술이다. 혼자 자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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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북한산 山行村 學 究 2021. 10. 24. 08:17
산에 들어가 산을 오르면서는 산 아래 일을 생각한다. 딴 생각인가, 바른 생각인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시름을 잊기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아득바득 살아가는 세상사를 그나마 산을 오르며 시름을 달래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부득히 산 아래 일을 생각해야 하고 그의 옳고 그름이나 이해관계 같은 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산을 오르며 산 아래 일을 생각하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할 것이다. 산 아래 일을 잊기 위해 산을 오른다고도 한다. 그러면 산에서는 산 생각만 하고 오를 일이다. 어느 게 맞는가를 따지는 것 자체부터가 좀 어불성설적이기는 하다. 어제, 불광동 장미공원에서 출발한 나의 북한산 산행은 모처럼 사모바위까지 이어졌다. 탕춘대 암문에서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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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북한산에서村 學 究 2021. 10. 10. 17:43
어제 북한산을 가려 불광동 역에서 장미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고교후배들. 엮여질 수밖에 없는 처지들이다. 그런데 나는 할 일이 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나 홀로 하는 일이다. 후배들과 같이 산을 오르면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후배들을 떼어내야 했다. 자연 내 언행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 후배들도 어정쩡해 하는 내 언행이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 후배는 잘 떨어지지 않으려 자꾸 곁에 붙는다. 산 초입에서 후배들더러 먼저 올라가라 했다.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 후배는 이상해하는 눈치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후배들과 떨어져 뒤에서 올랐다. 데크길을 올라 쉬어가는 첫 지점에서 후배들과 또 만났다. 후배들은 아침을 먹지 않았는지 빵을 먹고 있었다. 후배들은 나를 보자마자 빵을 안긴다. 그걸 사양하고는 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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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일村 學 究 2021. 10. 3. 10:54
가끔 뭘 잘 잃어먹는다. 알고서 그러질 않으니 부지불식이다. 그러면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체념한다. 어제도 뭘 잃어먹었다. 그런데 그냥 체념이 안 된다. 나로서는 참 기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내려와 친구들과 '삼각산'에 앉았다. 나는 자리를 잡은 후 땀에 절은 모자와 수건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생각 중이었다. 화장실에서 씻은 후 수건을 그냥 앉은 자리에서 말릴까, 아니면 그냥 배낭에 넣어 버릴까를 궁리 중이다가 친구들이 연이어 화장실로 가는 걸 보고 그냥 배낭에 모자와 수건을 집어 넣었다. 종업원이 우리들 자리가 마땅찮다며 좋은 자리로 옮기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옮긴 자리에서 문득 모자와 수건 생각이 나 배낭을 열어 보았더니, 그것들이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샅샅이 뒤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