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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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다가...村 學 究 2021. 2. 12. 13:45
"... 내가 그 집 하인에게 용변을 볼 장소를 묻자 그는 뜰을 가리켰다. '저기서 누십시오.' 내가 '어디 말이오?'라고 묻자, 그는 '어디든지 마음에 드시는 곳에다'..." 여기서 '내'는 괴테(Gothe)로, 그의 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괴테가 독일.이탈리아 국경 마을인 로베레토를 지나 토르볼레에 도착해 여장을 푼 여관에는 변소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물어 본즉슨 그런 대답을 얻은 것이다.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뒤적거려 보면 눈이 멈춰지는 지점이 더러 있다. 그 지점은 예전 읽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뭔가 새롭고 큰 '게시'를 주는 것처럼 관심과 흥미를 주는 대목이다.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곳, 혹은 마음대로 오줌을 눌 수 있는 곳'을 지금은 어디 상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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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冊)村 學 究 2021. 2. 4. 12:27
제목만 봐도 머리와 눈이 뻐근해 진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의 북한산 산행 후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친구가 내게 준 책이다. 교보문고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들린 책방에서 내 생각이 나서 샀다는 책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은 후 집에 와서 언뜻 보고는 그저 책상에 얹어 만 두고 몇날이 흘렀는데, 그게 오늘 아침 눈에 들어왔다. 그날 저녁 술에 절어 집에 와서는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책을 펼쳤다. 읽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내 닫았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철학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책인데, ‘物自體’ 등 칸트의 관념 철학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되살린 기억 속에 호기심은 앞선다마는, 그것 뿐이다. 글을 읽고는 있지만 맹글맹글 머리에 만 맴돌 뿐 도시 그 내용에 대한 개괄이나 인식이 생기지 않았다.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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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이라는 영화村 學 究 2021. 2. 1. 12:24
넷플릭스를 통해 예전에 미처 몰랐던 영화들을 더러 본다. 'The Fall'이라는 TV픽처도 그 중의 하나다. 한 며칠 보면서 '시리즈 III'까지 들어왔는데, 이쯤에서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런던경시청 소속의 스텔라 깁슨 경정과 연쇄살인범 폴 스펙터가 어떻게 엮여질지에 대한 것 때문인데, 쫓고 쫓기는 상대적 관계 속에서도 어떤 '심리적 호감'으로 둘 간에 교감을 나누는 쪽으로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 스펙터도 그렇지만, 질리안 앤더슨이 분한 영화 속 깁슨 경정 또한 스펙터 못지않게 그 캐릭터가 묘하다. 범죄심리학적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경찰로서 살인범을 잡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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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반응(暝眩 反應)'(?)村 學 究 2021. 1. 8. 13:41
'명현반응'이라는 걸 들어 알고있다. 몸이 좋아지기 전의 이상 현상이라는 것인데, 그게 한방에만 적용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께 광화문 나가서 커피를 좀 많이 마셨다. 병원에서는 마시지 말라고 해서 얼마 간 입에도 대질 않았다. 그러다 마셨는데, 커피 맛이 좋다고 했더니 리필까지 해주는 바람에 큰 머그 컵으로 가득 두 잔 마셨다. 그날 오후에 탈이 났다. 소변량이 엄청 많아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頻尿 증세로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있던 참이어서 꺼림칙 했다. 그날 오후부터 그러더니 저녁이 되니까 주체를 못할 정도로 尿意가 잦아지고 소변 량도 많아졌다. 밤에는 잠 한숨 못 잤다. 병원 얘기 안 들은 탓이구나고 생각했다. 뜬 눈으로 날을 새고 어제 새벽, 아무래도 이상해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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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 年 考村 學 究 2020. 12. 31. 10:20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의 새벽 산책 길. 춥다. 무척 춥다. 여명의 하늘에 뜬 달빛이 으스러지고 있다. 차가운 달빛이다. 送年의 추운 새벽 길에 느껴보는 감회 또한 차갑게 다가온다. 냉정하다. 칠순을 정도껏 넘겼으니 덤덤해야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까.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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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各者圖生’村 學 究 2020. 12. 20. 10:34
코로나에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 나름 궁리 끝에 생각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당국 하는 짓에 당췌 신뢰가 가질 않을 뿐더러, 이제는 병실도 모자라 대기하다 죽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스스로들 챙겨가는 수 밖에. 우선 산소포화도 측정기인 옥시미터(Oximeter). 이건 마침 구해놓은 게 있다. 몇년 전 구입한 것인데, 마치 지금 이 시기를 짐작하고 그랬는 것 같아 스스로 대견스럽다. 그리고 양성판정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했고, WHO에서도 공식 인정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아스피린. 이 약들은 시중 약국에서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산소포화도 측정을 했더니 95로 나온다. 95 이상은 정상이다. 곁에서 아내도 재 달란다. 99. 정상이다. 내 금생에 이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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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 陽 人’村 學 究 2020. 12. 12. 13:10
李濟馬 선생의 四象체질 가운데 내가 ‘少陽人’이라는 걸 알았다. 어제 일산의 청아한의원에서 그렇게 들었다. 최준배 원장이 그 분야에 능통한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실 최 원장이 여러 질병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들린 것은 그걸 알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양방으로 잘 듣지 않고있는 빈뇨와 야간뇨 증상을 치료받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최 원장은 빈뇨와 관련한 증상이라든가 처방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 동안 진맥을 하고 표정을 살피고 문진을 하더니, ‘소양인’ 판정을 내리면서 그에 따른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식의 진료를 해 주었다. 사상체질에 관해서는 나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최 원장이 조목조목 나의 여러 식습관과 몸의 이상 현상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게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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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 二題村 學 究 2020. 11. 14. 13:26
(I) 설악산에 가 있는 후배가 이제 막 보내온 따끈따끈한 사진이다. 오늘 일찍부터 공룡능선을 타고 있는 모양인데,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작년 이 맘때, 선배를 포함한 몇몇들이서 충정로 주점에 앉아 공룡능선을 ‘모의’한 적이 있는데, 오로지 이 후배만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제 설악의 공룡능선은 나에게는 언감생심의 대상이다. 어느덧 마음 속에만 담궈놓고 그리워하는 신세가 되었다. (II) 중.고교 동기들과 매주 토요일 가는 북한산 산행에 오늘도 빠졌다. 이유는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일 때문이다. 근데 좀 꼼지락거리면 갈 수 있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로서 4주 째 빠지는데,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측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