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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가면서 아내와 다툴 일이 별로 없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내가 아내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아내 말을 잘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이기(利己)의 측면이 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나로서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내 말을 잘 듣는다는 게 실제로는 정..
수색 쪽으로 해서 서울로 나가는 항공대 부근이라고 했다. 우연히 얼마 전에 만난, 옛 출입처 동료가 한번 왔으면 하고 가르쳐 준 자기 농장이라고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런 것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어제 토요일 아침에 또 전화다. 지금 매화가 한창이다. 매화 아래서 이런 저..
선배와 친구들과 '철자 모임'을 갖는다. 말 그대로 이름에 '철'자가 들어있는 선배.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다. 제 철 선배와 동기인 감철희 여사, 김 철, 윤철원 그리고 나다. 우리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임을 갖는다. 모임이래야 별 거 아니고 그저 만나 술 한잔 씩 ..
지난 2013년 6월 경인가, 자살을 예방해주는 '자살예측시스템'이라는 게 개발됐다고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탄 적이 있는데 그게 지금도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후 이 시스템과 관련해 이렇다 저렇다 할 아무런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효용가치가 없어 아마도 유야무야된 것 같습니..
아침 전철 역 플랫폼. 사람이 별로 없다. 나이 드신 어떤 한 분이 구내를 어슬렁 왔다갔다 할 뿐이다. 그런데, 창문 선반 위에 뭔가 놓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책이다. 무슨 중국어 교재다. 페이지가 펼쳐져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보다가 둔 모양새다. 왔다갔다하는 ..
한 6년 간 잘 사용해오던 노트북에 이상이 생겼다. 전원이 들어오질 않는 것이다. 충전기 이상인지 본체 이상인지 잘 몰랐다. 그저 한 20여 분간 이리저리 무슨 짓을 해 봐도 전원은 들어오질 않았다. 그랬을 수 있다. 미국서 누가 사용하던 것을 2013년에 내가 구입해 여태까지 6년 여를 썼..
고인이 된 친구 빈소에서 만난 한 후배. 서로가 웬지 어색하다.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다. 거진 반세기를 알고 지내오면서 이런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몇 번 그런 얘기가 오간다. "형, 우리 이래도 됩니꺼, 술도 없이." 달리 해 줄 말이 없다. 물론 몸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그..
후배랑 북한산, 그러니까 송추로 가는 솔머리 고개 쪽에 섰다. 후배는 뭔가를 들고 있다. 형, 이거를 거기다 갖다 놓아야 합니다. 어디? 따라 와보면 압니다. 후배를 따라 붙었다. 숨은 벽 쪽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르막은 자신이 있다 싶었다. 몸도 잘 따라준다. 후배는 보따리에 싼 그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