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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을 당겨서 맞기로 하고 가족들이 대구 어머니 집에 다들 모였다.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5, 6일 이틀 간을 운전하느라, 음식 장만하느라, 어머니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6일 서울 올라오는 길에 아내를 좀 유심히 봤더니, 완전 지친 얼굴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올바른 휴식도 ..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이 있다. 인체 내에서 합성된 생리활성물질이다. 남녀 간의 성행위 시 자궁의 이완 및 수축을 돕는다. 이 물질은 ‘20세기의 역병’이라고 일컬어지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즉 에이즈(AID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녀간, 그러니까 異種간 사랑의 행위 시에는 유..
아파트 현관 문을 누군가 탕, 탕! 친다. 문을 열었더니 나이도 얼마 안 먹은 듯한 중년이 눈을 부라리며 말 하는데, 어깨에 찬 빨간 완장이 눈에 들어 온다. 뭐 하고 있느냐. 빨리 인민반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인민반 교육이라니요? 했더니, 이 양반 아직 물이 안 빠졌구나 하며, 신발 신은 ..
엊저녁 모처럼 가진 후배와의 술 자리가 이상하게 끝났다. 논쟁이 좀 험악하게 되다가 급기야는 그 상태로 파장이 됐다. 후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후배를 달랠 수도 없고 몇 마디의 대꾸로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둘다 말 없이..
건강검진 결과서에 이렇게 적혀있다. '정상(B).' 최고로 보이는 '정상(A)' 다음 등급이다. 결과서를 받았을 때 좀 긴장되긴 했다. 위 내시경 등도 했기 때문이다. 너댓 장 되는 결과서를 눈대중으로 얼추 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첫 페이지에 나와있는 '정상'이라는 등급에 좀 안도..
병원을 나와 약국. 할머니 한 분이 고함에 가깝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다. "남아도는 쌀이라면서, 쌀값은 왜 이리 비싸졌는지 모르겠네. 김정은이 한테 갖다 바치느라고 그런가. 그런데 또 문재인은 못 퍼주어 저 야단이여!" 약국 사무장에게 하는 소리다. 약국 사무장 왈, "지금이 어떤 세상..
지리산에서 살고있는 친구가 올라왔다. 일산 킨텍스 무슨 전시회 보러 왔다고 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오랜 만에 만난 그 친구를 놀려대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너거 마누라는 그 잘난 S여고 출신아니냐. 그런데 니는 어째서 여적꺼정 한 자리 못하고 있노..
오월의 첫 아침. 창밖은 흐리다. 아직도 달력은 어둠 속 4월이다. 나의 오월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인가. "오월이 오면 꽃피는 산기슭 그곳에서 손을 잡자. 인가도 보이지 않고, 인적도 보이지 않고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기슭 오월이면 일 년 한 번 그곳에서 손을 잡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