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때문에 발이 묶였다. "오늘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태풍바람에 날려갈 것이니." 내가 마징가Z도 아니니 바람을 뚫고 걸어 길 파이팅이 이젠 없다. 그러니 마누라 말을 온전히 들을 수밖에. 창 밖은 무겁고 요상스레한 형상의 구름 아래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
이른바 악플이란 것의 세례를 처음 받아봤다. 어떤 언론인의 글에 댓글을 달았더니, 정작 본인보다는 그 양반을 추종하는 무리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내가 유발한 측면이 있다. 그 언론인의 글에 상당한 편향성이 보여 그걸 지적했는데, 내 댓글 자체에..
친구들과의 엊저녁 서초동 모임에 근황이 궁금했던 한 친구가 나왔다. 친구는 투병 중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한 말 던진게 "요새 우떻노, 몸은 괜찮제?"였다. 그 말을 친구에게 하면서 뭔가 어떤 기시감 같은 게 확 느껴졌다. 간 밤에 꾼 꿈이 문득 떠 ..
저녁무렵에도 비가 계속 내리니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잇따르는 이런 저런 우환 탓이다. 하지만 말할 수는 없고 내 속으로만 태워야 하는 우환이다. 당산동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
경의선 전철, 내가 앉은 맞은 편 '임산부'석에 할머니는 아닌, 하지만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앉았다. 전철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얼마 쯤 가는데 뭔가 조그조근 다투는 소리가 난다. 임산부 석 아주머니와 그 옆에 앉은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와의 다툼소리다. 뭔 일인가고 귀 기울여 들..
나이를 먹어가니 이런 저런 소리에 귀가 얇아진다. 집 풍수를 둘러싸고 우리 집에 대해 어떤 분이 좀 심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대문, 그러니까 아파트로 얘기하자면 현관 문을 열었을 때 화장실이 똑 바로 마주치며 눈에 들어오는 집은 풍수 상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인데, 우리 집이 딱 그..
아내는 일 터에 나가 있으면서도 신경은 집에 있는 듯 하다. 여러 단도리 질을 해 놓았는데도 마음이 안 놓인다는 것이겠지. 아내는 카톡 문자로 "괜찮아요?"라고 묻고 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우리 집은 이제나 저제나 비만 오면 걱정 쓰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집이 부실해 생긴 일 때..
매월 한 차례 씩 만나는 친구들간의 모임이 있다. 장소와 시간 등 모임의 구체적인 주도는 매달 친구들간에 돌아가며 맡겨진다. 7월은 내 차례다. 십 수년간을 이어 온 모임이라, 친구들의 모임에 대한 생각과 기호, 식성 등의 속성은 어느 정도 안다. 따라서 그에 맞춰 장소와 먹을 메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