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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북한산 산행 二題즐거운 세상 2022. 5. 29. 13:37
이런 걸 조우(遭遇, encounter)라 할 것이다. 어제 북한산 산행에서 한 친구를 고등학교 졸업 후 반세기가 지나 만난 것이다. 우연이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하나의 잘 짜여진 각본 같았다. 우리들이 사모바위 인근에서 요기를 할 장소를 찾아 사모바위 위 쪽의 참한 바위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바로 곁에서 동기친구 둘이 자리를 펴고 앉아서 요기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흡사 만나기로 약속해 만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앉아있는 둘 중의 왼쪽 친구가 박석환으로, 1970년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나로서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이 친구는 중학교도 함께 다녔는데, 둘이서 얘기를 나누며 기억을 모아본 바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때 6반 같은 반으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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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癌은 '불운'에 의한 것, 혹은 '복불복'?curiosity 2022. 5. 26. 15:48
오늘자 조선일보의 암과 관련한 기사는 무슨 장난 같은 느낌을 준다. 적어도 암으로 고통받는 처지의 사람이나 그 가족들은 그러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사가 가볍고 위험하다. 그러니 나도 그저 장난스럽게 한마디 거들고자 한다. 대부분의 암이 '복불복(福不福)'이라는 것. 그러니까 이는 말하자면, 암은 결국 팔자소관이라는 말에 다름없지 않다는 것 아닌가. 기사는 더 구체적으로, 암 발생의 3분의 2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무작위적 돌연변이에 의한 '불운(不運)의 암'이라는 것이다. "... 따라서 줄기세포 증식과 분열이 많아서 생기는 3분의 2 암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몸속 줄기세포 분열횟수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대다수 암은 복불복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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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봄소풍세상사는 이야기 2022. 5. 24. 15:53
23일, 고교 동기들과의 오랜 만의 나들이. 코로나 이전에들 봤으니, 햇수로 2년 만에 함께 손을 잡고 느지막한 봄소풍 길에 나선 것이다. 문경새재는 70줄 나이의 우리들에겐 여러모로 격에 맞아 떨어지는 봄소풍 장소가 아니었던가 싶다. 문경새재 옛길의 아기자기하고 옛스러운 풍광들은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새재 2관문까지 걸어가며 우리들은 무르익은 봄날, 새재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눈과 귀로 만끽했다. 옛 과거보러가는 길을 걸을 땐 예전 학창시절 얘기를 많이 주고들 받았다. 아무래도 공부와 관련있는 길이기에 그럴 것이지만, 누가 공부를 잘했니 못했니, 어느 선생님이 실력이 있었니 없었니 등 모두들 잡다한 소회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니 추억의 형태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제 2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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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쉐레이 암반수 사우나’즐거운 세상 2022. 5. 22. 18:25
구기동 ‘쉐레이 사우나.’ 어제 2년 여만에 들러 목욕을 했다. 거기서 목욕을 했다는 건, 그러니까 2년여 만에 처음 목욕탕이라는 곳을 가 목욕을 했다는 얘기다. 여기 사우나는 우리 북한산 산행친구들이 근 20년 간 이용해오던 곳인데, 코로나로 지난 2년여 간 발길을 끊었었다. 코로나 방역조치가 풀어지면서 우리 북한산 산행친구들 사이에 하산 후 사우나를 가자는 의견이 솔솔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더 강해서 각자 개인별로 알아서 하자고 했고, 그러는 사이 지난 몇 주간 한 두어 친구가 거기서 사우나를 했다. 나는 어제 산행이 출발부터 좀 힘들었다. 그래서 포금정사지에서 사모바위까지의 산행을 포기하고 먼저 내려왔다. 그리고 들린 곳이 사우나. 애시당초 염두에 두고있던 사우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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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백구두'즐거운 세상 2022. 5. 20. 14:59
오늘 아침, 한 어르신 분이 흰색 ‘백구두’를 신고 나오셨다. 고령이지만, 입성이 워낙 곱고 이채로워 시선을 많이 받으시는 분인데, 오늘은 하얀 양복에 백구두 차림이라 단연 화제에 올랐다. 요즘이야 누가 ‘백구두’를 신을 사람들이 있을란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여름날 멋쟁이의 상징이 바로 ‘백구두 신사’였다. 물론 이에는 약간의 부정적인 시선도 없잖아 있기도 해 ‘백구두 신사’라는 호칭이 그렇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 말씀으로는 이제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닌데다, 이런 신발, 이런 복장으로 다니는 게 편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차림이 인생 황혼기, 다시 못올 전성시대를 다시 한번 만끽해보는 계기로의 느낌도 든다고 했다. 말문을 여신 어르신이 내가 ‘백구두’를 지적하자 표정이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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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의 어떤 카툰(cartoon)뉴스와 인물 2022. 5. 17. 14:29
이 양반더러도 ‘화백’이라고들 하니 나도 그리 부르기로 하자. 지난 2020년 말, 박재동 화백의 이틀에 걸친 일련의 희화적인 카툰(戱評)이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얼토당토 않은 추미애와 싸우고 있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풍자하고 있는 카툰이었는데, 카툰 치고는 당시 보기에 상당히 섬뜩했다. 첫 날은 추미애에 의해 목이 잘린 윤석열의 애처로운 모습의 것이다. 이게 논란이 되니까 그 다음 날은 목이 붙어있는 윤석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보기엔 오히려 두번 째 것이 더 섬뜩하다. 이를테면 잘라진 목을 덕지덕지 땜빵식으로 기워 붙여진 목이라서 그렇다. 아무리 보기 싫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카툰이라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남의 생목을 잘랐다가 붙이고 이러는 건 카툰의 범위와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하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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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마현화랑' 제상철 관장볼 거 리 2022. 5. 17. 14:23
4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18년 5월 17일 광화문 중학교 동기모임에서의 사진 한 장. 양수리 마현갤러리 제상철 관장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기억하기로,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서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제 관장은 이날 좀 어려운 노래를 택했다. 이수인 선생의 가곡 '석굴암'인데, 이 노래가 어렵다는 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노래가 서정적이면서도 묵직해서 부르기가 나로서는 쉽지않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노래로 보고있는 것인데, 물론 듣고 감상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기실 그 날 그 자리에서 이 노래를 알만한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됐을까 싶다. 제 관장의 노래 부르는 모습 아래, 좀 머쓱한 표정을 짓고있는 한 친구의 표정에서도 그게 묻어나지 않은가. 제 관장이 나름 그 노래를 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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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인연사람 2022. 5. 15. 13:48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어떤 분이 계신다. 연배로는 나보다 2-3년 아래지만, 한국일보 출신이니 동업자적인 측면에서 서로 살아가는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글을 아주 잘 쓰시기에 매일 아침 이 분의 글을 읽는 게 재미있다. 오늘 아침은 무슨 글일까고 페이스북을 열었더니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35년 후배가 고양시의 어느 선거구에서 도의원으로 출마한 것과 관련한 얘기다. 고등학교 후배, 그것도 특히 전통있는 야구부 후배로 유달리 아끼고 귀여워하는 후배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까지 참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는 지역이 서로 다른 곳이라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에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되는 것을 '애석'해 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어라! 싶었다. 이 분의 고등학교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