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Untitled村 學 究 2022. 4. 8. 14:11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이 있었다. 왜 그렇게 허리에다 머리까지 구부정하게 걸어다니냐는 것. 어린 나이에 내가 그렇게 걷는 것을 내 스스로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 무슨 별 다른 이유가 나름으로 있었을리는 더더구나 만무하다. 어린 마음에 오히려 왜 나만 보고 그러지 하는 반감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좀 커서 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도 그런 말을 종종 나무람삼아 들은 걸 보니 내 걸음이 확실히 남들과 많이 다르기는 했나보다. 철이들고 커가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 내가 뭔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바닥에 혹시 돈이라도 떨어져있을까 봐 그러고 다닙니다.” 내 대답이 이랬는데, 그때부터 내가 내 걸음걸이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로 좀 유들유들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
-
경복궁 벚꽃landscape 2022. 4. 7. 13:43
서촌 쪽에 볼 일이 있어 나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경복궁이다. 그러니까 항상 약속시각보다 좀 넉넉하게 잡아 나간다.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가면 고궁박물관이 나오고 바로 경복궁이다. 고궁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공사 중이었다. 멀쩡한 통로로 보이는데, 공사를 한다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아마도 5월 9일 윤석열대통령 정부 취임과 함께 있게되는 청와대 개방과 관련이 있는 것인 줄 모르겠다. 이건 내 추측이다. 통로 공사로 인한 어수선하고 복잡한 와중을 벗어나 경복궁으로 나왔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었다.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담장 곁의 벚꽃나무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많지않은 벚꽃들이 봄을 맞아 일제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니 경복궁 전체가 봄의 꽃..
-
내가 만난 북한사람들사람 2022. 4. 4. 15:08
(1) 초짜기자 시절인 1978년 경인가, 북한사람 몇을 처음 대해 봤다. 오리섭(吳利燮)이라는 북한의 어부. 어로작업을 하다 사고로 남한해역으로 넘어 와 우리 측에 의해 구조 당한 사람이다. 이 사람 말고 다른 어부들도 몇 명 더 있었다. 그 당시는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체제 경쟁이 치열했다. 남이든 북이든 ‘귀순’을 반겼다. 귀순 자체가 체제 우월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섭 씨는 귀순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을 만나 취재를 했다. 정보당국에 의한 세뇌가 없을 수 없었기에 그로부터 속내나 어떤 진정성있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자리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난 건 사탕 한 알 때문이다. 그와 마주앉은 테이블 위에 차와 함께 알사탕같은 캔디..
-
옛 서양여성 미용기구들curiosity 2022. 4. 3. 09:58
여자들의 얼굴과 몸 가꾸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류역사에 깃든 여러 요모조모한 애증관계와도 그 괘를 함께 하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예전 서양여성들의 미용기구는 어떠했을까요. 페이스북 그룹인 'Historic Photographs'에서 이와 관련한 일련의 사진들을 게재했는데, 눈에 익숙한 것들이어서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모습들입니다. 아래 사진들 중 첫째는1920년대 여성들의 전기퍼머기(electric permanent wave machine)인데, 어떻습니까, 좀 그로테스크해 보이질 않습니까. 둘째는 다리 지방제거 운동기구(exercise machine used to 'roll the flat' out of legs)이구요, 맨 아래는 1940년..
-
윤석열 당선자를 만나다사람 2022. 4. 2. 13:21
살면서 더러 이런 일도 나에게 생긴다. 윤석열 당선자를 어제 술집에서 만난 것이다. 대통령당선자가 서울 서촌의 외진 주점인 ‘백석, 흰 당나귀’에 불쑥 나타난 사실이 오늘 아침에사 생각을 해보니 좀 경이롭다. 그야말로 ’불쑥’이다. 그 집엔 나와 동행한 이상기 전 한국기자협회장 외에 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는데, 아무런 사전 노우티스 없이 당선자가 김은혜 대변인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취재진도 없었다. 우리 둘은 화요 두 병을 이미 비운 상태라 취해가고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윤 당선자가 나타난 것은 역설적으로 술빨을 더 오르게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좀 주접을 떨었다는 얘기다. 나는 당선자에게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정권교체를 국민들이 좀 실감하게 해 달라.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는데, 다..
-
'죽음의 문턱(Jaws of Death)'볼 거 리 2022. 3. 31. 14:05
오늘 아침 페이스북 'Historic Photographs' 그룹에서 올린 한 장의 사진.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해안으로 오르고있는 연합군 병사들의 모습으로, 사진제목이 '죽음 속으로(into the jaws of death)'이다. 사지를 향해 허둥지둥 달려가고 있는 저 때의 그 심경들이 어쨌을까. 사진 위 죽음의 그림자마냥 펼쳐진 미명 속 검은 어둠은 죽음의 손짓 같다. 사진제목의 '죽음의 문턱' 즉, 'jaws of death'라는 관용구를 보니 그걸 실감해 보았던 옛날이 생각난다. 1995년 10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프로펠러) 속에서 겪었다. 비가 내리는 최악의 기상상황에서 난기류(turbulence) 속에 휘말린 것이다. 4, 50분을 그야말로 하늘..
-
光化門 二題세상사는 이야기 2022. 3. 28. 12:07
비오는 광화문에서 길을 잃다. 가는 목적지, 그러니까 약속이 있어 나왔는데,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네 거리에서 비안개 잔뜩 낀 북악산 쪽을 보며 잠시 옛 생각에 젖다가 갈 곳이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옛날에 하던 속성대로라면 이런 비오는 날이면, 프레스센터 뒤 '부민옥'을 가 소주를 마시던지 아니면, 세종문화회관 쪽 '가봉루' 나 '동천홍'으로 가 빼갈을 마셨었지.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 생각이 났다. 참, 내가 코리아나 호텔로 가는 길이지… 어렵고 팍팍하지만, 노숙인들도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어제 광화문 지하도에서 본 두 노숙인들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가. 한 분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있고, 다른 한 분은 독서에 전념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엇을 보고있는가가 궁금하..
-
이성복 시인의 詩컬 렉 션 2022. 3. 28. 12:05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내가 읽은 서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서시(序詩)…” 최영미 시인에 관해 과문한 편이지만, 한 가지 느껴지는 건 있다. 상당히 크리티컬하다는 것. 그녀가 시를 평하는 걸 어쩌다 보면, 대개는 내 이해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아무튼 날카롭다. 물론 호평도 더러 한다. 하지만 오늘 조선일보에서 보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