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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반응(暝眩 反應)'(?)村 學 究 2021. 1. 8. 13:41
'명현반응'이라는 걸 들어 알고있다. 몸이 좋아지기 전의 이상 현상이라는 것인데, 그게 한방에만 적용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께 광화문 나가서 커피를 좀 많이 마셨다. 병원에서는 마시지 말라고 해서 얼마 간 입에도 대질 않았다. 그러다 마셨는데, 커피 맛이 좋다고 했더니 리필까지 해주는 바람에 큰 머그 컵으로 가득 두 잔 마셨다. 그날 오후에 탈이 났다. 소변량이 엄청 많아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頻尿 증세로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있던 참이어서 꺼림칙 했다. 그날 오후부터 그러더니 저녁이 되니까 주체를 못할 정도로 尿意가 잦아지고 소변 량도 많아졌다. 밤에는 잠 한숨 못 잤다. 병원 얘기 안 들은 탓이구나고 생각했다. 뜬 눈으로 날을 새고 어제 새벽, 아무래도 이상해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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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학번 대학동기들사람 2021. 1. 8. 08:45
대학동기 몇몇들을 한 며칠 사이 한꺼번에 만났다. 통화를 했으니 만난 거나 진배없다. 몇 십년 만이다. 신방과 70학번이니 거의 반세기 만이다. 졸업 후 저마다들 먹고 사느라 무심히들 살았는데, 어떤 계기가 주어지니 한꺼번에 쪼로록 연락이 취해진 것이다. 한 동기는 전직 국회의원이다. 지난 4일 저녁 후배들과 신년 始酒會를 가진 인사동 모 주점의 주인 아주머니가 장수 출신이라고 했다. 무주, 진안, 장수를 통칭한 무진장의 그 장수다. 진안 얘기가 나왔다. 국회의원 한 그 동기가 진안이다. 아주머니와 무진장 얘기를 주고 받는데, 몇 마디 안 돼 그 분 입에서 아, 그 오빠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고는 전화를 하더니 오빠라면서 나와 연결시켜 주었다. 금감원 공무원을 한 한 동기는 마침 오늘 전화를 걸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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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절에 다시 보여지는 E. 호퍼의 '푸른 저녁(Soir Bleu)'컬 렉 션 2021. 1. 6. 16:08
추운 겨울 날 아침, 문득 왜 이 그림이 다시 보고싶어 졌을까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1914년 작품인 '푸른 저녁(Soir Bleu)'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간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는 이즈음의 시기는, 새삼 인간들 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향기를 그리웁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려워지면서 서로들 외톨박이 처지로 나락에 떨어져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호퍼는 100여년 전의 이 그림에서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인간들의 격리와 단절을 그때 이미 예견했다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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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와 그의 사진들사람 2021. 1. 4. 14:17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 알 만한 사람, 특히 사진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미국의 세계적인 여류 사진작가다.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몇 장의 사진을 들이대 보자. 대부분 찍은 사람은 잘 몰라도 “아, 이 사진!”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비틀즈의 존 레넌. 1980년 12월, 자기 집 침대에서 옷을 모두 벗은 채 그의 연인 오노 요코 옆에 누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사진. 검은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요코와 일란성 쌍둥이 같은 모습의 레넌은 이 사진을 찍은 후 네 시간 뒤 집 앞에서 한 정신병자의 총격으로 피살된다. 이 사진은 레넌의 마지막 사진이자 그의 운명을 예고한 사진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다음은 미국의 여배우 데미 무어. 1991년 만삭의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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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홀로코스트 다큐멘터리 - '공포의 이반(Ivan the Terrible)'컬 렉 션 2021. 1. 2. 13:40
'Ivan the Terrible.' '공포의 이반'으로 번역된 나치 홀로코스트 관련 다큐멘터리다. 나온지 꽤 된 것인데, 나는 어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면,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다가 그에 집착해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컨대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의 경우 영화를 본 후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의 원작을 애써 구해 보기도 했고 영화와 관련된 이런 저런 소품을 구해보기도 했고, 영화도 대여섯번 봤다. 그 이유는 나 스스로 뭐라 딱 집어 말하기가 애매하다. 홀로코스트 만행에 대한 분노도 있을 것이고, 그 대상인 유태인들에 대한 연민도 있을 것이고, 정의와 신앙을 포함한 상식과 가치에 대한 회의 도 있고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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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訃音obituary 2021. 1. 1. 11:20
새해 첫 날 아침의 訃音. 꺼림칙하다고 여겨질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이 해맑아 지는 느낌이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니까. 故 윤일재 형. 다섯 해 위 선배지만,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셨던 분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심상곤 선배와 함께 1990년대 초반을 거의 도반처럼 지냈다. 심 선배 돌아가신 후 좀 뜸해졌다. 2017년인가, 한번 만났다. 종로 3가 주점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문득 그때를 떠 올렸다. 1996년인가, 소설 ‘아버지’가 낙양의 지가를 한참 올리고 있을 무렵이다. 일제 형 자신이 그 소설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우겼더니, 어느 날 여의도 모 주점에서 김정현 작가를 데려 나와 그걸 증명하려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계속 아니라고 우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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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 年 考村 學 究 2020. 12. 31. 10:20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의 새벽 산책 길. 춥다. 무척 춥다. 여명의 하늘에 뜬 달빛이 으스러지고 있다. 차가운 달빛이다. 送年의 추운 새벽 길에 느껴보는 감회 또한 차갑게 다가온다. 냉정하다. 칠순을 정도껏 넘겼으니 덤덤해야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까.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