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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母세상사는 이야기 2020. 9. 20. 19:47
“요번 추석엔 내 올라 가마. 생선 사지 마라. 내 마산서 사갖고 챙기 갈끼다.” 대구 동생 집에 계시는 九旬 노모로 부터의 전화.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니는 제사나 명절 때면 항상 이 말씀을 하신다. 습관처럼 됐다. 나는 잘 올라 오시라고 말씀 드린다. 물론 어머니는 말씀 뿐이다. 올라오시질 못 한다. 어머니 못 올라 오시고 제사를 함께 못 모신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예전 명절이나 제사 때 쓰는 생선은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마산 남성동 선창가 수십년 단골 어물전에서 바리바리 챙겨갖고 어머니는 올라오시곤 했다. 이제는 어머니가 못 오시니 마산 생선 본지도 오래다. 지금도 여기 어물전을 가기는 가지만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머니 생선 생각에. 못 올라오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때마다 생선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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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뱅이 '얼리 어답터'村 學 究 2020. 9. 18. 09:22
왕년에는 이른바 '얼리 어답터'라는 소리도 듣고 또 스스로도 자부하기도 했다. 뭘 이론적으로는 잘 몰라도 기계를 만지고 적응시켜 나가는 건 곧 잘 했다. 예컨대 매킨토시 파워북 145-B를 쓸 때가 1992년이다. BH기자실에서 나 빼고 그 노트북 쓰는 기자가 없었다. 외국 출장 갔을 때 그 빼어난 성능에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 잼뱅이다. 가정을 꾸린 큰 아이가 제 방 정리를 하다 나더러 쓰라고 iPad를 줬다. air 3 모델이다. 근데 그 아이패드을 갖고 어제 하루 종일을 보냈다. 아이패드2를 써 봤기에 자신만만해 했는데, 막상 만져보니 그게 아니다. 앱을 깔고 가동시키는데도 잘 되질 않는다. 애플 아이디와 PW가 기존의 것과 중복이 되니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짜증나게 했다.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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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선생의 '秋日書懷'컬 렉 션 2020. 9. 15. 17:00
가을이 왔으나, 도무지 가을답지 아니하다. 나라가 역병과 허덕이는 民心 탓이라 그런가. 그래도 모두들의 마음에는 가을이 가득할 것이다. 마음에 가을을 담는 秋心으로나마 위안으로 삼을 것인가. 茶山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어느 해 맞는 가을은 가슴앓이의 그것이다. 객지 한양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앓이의 가을이다. 鄕愁의 행간에 풀어내는 가을날의 서정이 손가락으로 맑은 옥수를 튕기는 것 같다. 가슴앓이의 秋心으로 가을날 秋日의 회한을 시에 담아 풀어내고 있으니 이름하여 '秋日書懷'다. 吾家東指水雲鄕 細憶秋來樂事長 오가동지수운향 세억추래 낙사장 風度栗園朱科落 月臨漁港紫螯香 풍도율원주과락 월임어항자오향 乍行籬塢皆詩料 不備銀錢有酒觴 사행이오개시료 불비은전 유주상 旅泊經年歸不得 每逢書札暗魂傷 여박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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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F(bible study fellowship)가 규정하고 있는 '하느님'curiosity 2020. 9. 14. 09:50
미국의 교파를 초월한 국제적인 개신교 성경연구단체인 'BSF(Bible Stury Fellowship)'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궁금해 하는 하느님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공부하고 있는 제 친구가 보내온 것입니다. (아래 우리 글은 제가 의역해 본 것입니다) God's World Declares His Glory The concept of the glory radiates throughout Scripture. God's glory encompasses the fullness of all He is. God is Intrinsically holy, infinitely wise and completely perfect. The all-knowing, all-powerful,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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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 大壯川이 맑아졌다볼 거 리 2020. 9. 13. 08:20
능곡 집 뒤로 흐르는 대장천이 많이 맑아졌습니다. 수량도 많고 물 흐름이 뚜렷한 게 하천같은 풍모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해졌습니다. 저 아래 생태습지가 조성되면서 하천이 대대적으로 정비됐고, 그에따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 새벽 산책길에 대곡역 쪽에서 바라다 본 대장천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머-얼리 북한산과 함께 하니 山水가 어우러져 경개가 좋습니다. 아래는 대장천 정비사업과 관련한 지역 고양신문의 기사입니다. 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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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휴대폰 벨소리즐거운 세상 2020. 9. 12. 11:52
경의선 전철 안. 경로석 앞에 서서 졸며 가는데, 갑자기 "자옥아, 자옥아" 노래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앞에 앉은 어떤 할머니의 휴대폰 벨 소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경로석 주변의 졸던 사람들은 다 깼을 것이다. 그 할머니 곁의 다른 할머니는 눈총까지 준다. 그러고 좀 더 가는데, 이번에는 흘러간 올드 팝송이 나온다. 짐 리브스의 '디스턴트 드럼(distant drum).' 웬 감미로운 노래인가 싶어 보니 그 할머니 옆의 할아버지 휴대폰 전화 벨 소리다. 그 소리도 커서 사람들의 시선이 그 할아버지에게 모아지고 있었다. 나의 스마트폰 벨소리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이다. 3년 정도 됐다. 그런데, 이즈음 전화 온 것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주변이 조용할 적에는 모르는데, 사람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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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行에 대하여세상사는 이야기 2020. 9. 11. 13:36
성경에 이르기를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습니다. 착한 일을 행하면서도 그 속내에 도사린 가벼움과 공명심, 이기심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베풀었지만, 그 초심을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행을 베품을 받은 자 등, 누군가가 알아주리라는 자기 과시와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보상기대 심리를 경계하라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불교에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경구가 있습니다. '無住相布施' '머무름이 없는 베품'이라는 말이지요. 즉, 물질이나 마음에 머무름없이 보시를 행하라는 것입니다. 예수와 붓다는 행함이 없는 행,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착한 일을 통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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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지 개curiosity 2020. 9. 8. 10:24
오늘 새벽산책 길에 무지개를 만났다. 길에는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태풍의 여파일 것인데, 그런 줄 모르고 우산도 안 들고 나왔다. 인적없는 길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고 있으니 흡사 무변광대의 광야에 선 상쾌한 기분이었다. '마리아수도회' 성당을 보며 왔다 갔다 하다가 방향을 바꿔 성당을 측면에서 보고 걷는 길로 접어들었다. 새벽산책은 내 나름의 기도 길이기도 하다. 거의 매일 바치는 기도 내지 바람에는 이런 저런 게 있다. 그 중에는 주변의 아픈 분, 그리고 세상을 뜬 분을 위한 것도 있는데, 아마도 이 두 주제로 그러는 중이었을 것이다. 비는 소강상태였지만, 계속 내리고 있어 움츠리며 걷고 있는데, 왼쪽, 그러니까 성당 쪽에서 시선을 끌게하는 뭔가가 느껴졌다. 부지불식 간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