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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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母頌'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1. 08:34
나는 이를테면 사이비다. 카톨릭사이비라는 얘기다. 근데 예전에 읊던 몇몇 기도문은 입에 좀 발렸다. 요 며칠 새 절로 입에 올려지는 기도문이 있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은총이 가득하신..."으로 시작되는 '성모송'이다. 내가 신앙에서 사이비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이 기도문이 입에 발렸다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급하고 뭔가를 추구할 때 입에 말 그대로 절로 주절거려지는 게 이 기도문이다. 아내에게 좀 안 좋은 질환이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요 며칠 사이다. 그래서 그런가, 근자에 또 절로 이 기도문이 주절거려진다. 나도 모르게. 내일 아내의 S대 병원 진료가 잡혀있다. 마음이 싱숭맹숭하다. 근데 오후에 병원을 변경했다. 외사촌 조카 때문이다. 조카는 A병원 간호사로 있다. 오늘 어떻게 해서 이뤄진 통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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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우체국 직원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0. 15:18
동네 우체국 직원. 젊은 친구다. 일 처리도 잘하고 싹싹하다. 오늘 아침 미국가는 소포 두개를 부치는데, 한 개의 무게가 1009g이다. 스케일에 올려 놓고는 9그램만 줄이면 되는데... 혼자서 중얼거린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9그램만 줄이면 요금이 3천원 준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했더니, 박스 밑 부분의 날개 부분을 잘라내면 된다고 했다. 귀찮고 번거러워 그냥 그 무게대로 해 주라 했더니, 이 친구 그여코 박스를 뜯어 날개 부분을 잘라내고는 무게를 9백그램 후반대로 맞춘다. 고맙다고 했더니, 나더러 우체국 고객이신데... 한다. 동네 우체국을 자주 들린다. 국제발송을 많이 하는 바람에 담당 직원과는 좀 친숙해 왔다. 지금 직원은 한 4개월 정도 됐을 것인데, 업무 처리도 그렇고 특히 국제우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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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 정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3. 08:07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을 달고 사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일 수도 있다. 그러니 걱정은 말하자면 인간 생활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좀 과하게 말해 사람은 걱정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사람과 걱정은 불가분의 관계지만, 걱정을 자신으로부터 드러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으로써 걱정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이 저마다 달라진다. 나로서는 큰 걱정거리인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 반대로의 처지도 생긴다. 그러니 사람들 저마다의 걱정거리는 그들마다의 견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걱정의 수준과 관련한 정답이 아닐까 싶다. 그런 걱정을 해소하는 방식도 저마다들 다르다. 걱정거리를 오픈시켜 다른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면서 그 해결방안을 궁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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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Doomsday)'의 조짐(?)세상사는 이야기 2020. 2. 21. 13:08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세상이 공포와 불안으로 뒤덮혀 전변된 느낌이다. 월요일, 모처럼의 외출에서 선배, 후배와 노닥거리며 주고받은 얘기들 중에 '우한 괴질'에 관한 것도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그거, 그리 민감하게 신경 쓸 필요없다. 그저 평소 상식적인 선에서 보건위생 정도만 챙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들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으니까. 수요일, 교대 쪽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렇게들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게 그 다음 날 목요일 확 변해버린 것이다. 종일 들리는 뉴스가 확진자 수의 대폭적인 증가에 관한 것이다. 게다가 사망자까지 생겼다. 대구가 어떻고 신천지가 어떻고 청도가 어떻고 하는데 귀에 들리고 보여지는 뉴스마다가 음습하고 불길한 것들이다.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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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호수공원세상사는 이야기 2020. 2. 17. 08:10
일요일 이른 아침, 호수공원을 가려고 마두 전철역에서 내리려는데 어떤 할머니가 아무도 없는 전철 안에 홀로 앉아 악보집 같은 것을 보며 뭘 이어폰으로 듣고있다. 할머니가 그걸 따라 부르는 것인지 그 소리가 나에게도 또렷히 들린다. 들어보니 가톨릭 성가다. 지나치며 언뜻 악보집 표지를 보았더니 '엠마뉴엘 성가대'라고 적혀있다. 그러니까 그 할머니는 오늘 아침 미사 시간에 부를 성가를 연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할머니가 보고 듣고 부르고 계시는 그 노래가 무슨 성가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전철 역을 나와 호수공원으로 가고 있는데도 그 성가가 계속 내 귀에 들리면서 나를 따라 온다. 웬 일일까. 호수공원 길을 걸어 가는데, 할머니의 그 성가가 계속 귀에 맴돌면서 그 할머니의 모습도 눈에 아른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