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렉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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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isery'의 'Royal Typewriter'컬 렉 션 2020. 11. 13. 14:04
영화를 보면서도 직업병인지 뭔지가 도지는 경향이 있다. 타이프라이터 등 문방도구가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거의 관찰적으로 본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의 기억이 유독 오래 간다. '미저리(Misery)'라는 영화도 그 중의 하나다. 윌크스로 분한 캐시 베이츠(Kathy Bates)의 광기어린 연기를 절로 떠 올리게 하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영화다.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작가를 강제로 '사육'시키다시피 하면서 자기 의중대로 소설을 쓰게 하려는 윌크스의 편집증의 도구로 등장하는 게 바로 타이프라이터다. 윌크스는 작가인 폴던(James Caan)으로 하여금 자기가 바라는대로 소설을 쓰게하기 위해 서재를 가꾸고 타자기도 장만해 놓는다. '로열(Royal)' 타자기였는데, 보기에 1900년대 초에 출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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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pain' by D. Haycock - 스페인內戰 참전지식인들의 의지와 좌절컬 렉 션 2020. 11. 11. 08:28
'I'm Spain.' 책 제목이 좀 밋밋하다. '나는 스페인이다'로 해석하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튼 'I Am Spain'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조지 오웰 등 당대 유명 지식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들의 개인적인 편지와 일기, 그리고 회고록 등을 통해 이 책은 그들이 참전당시 느낀 흥분과 전율, 그리고 그들의 의지와 좌절 등을 담고 있는데, 이런 형식으로 그들이 스페인내전에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곳에 있었고, 어떻게 싸웠는지를 기록한 책은 처음이다. 3년에 걸친 스페인 내전은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격인 국제 전쟁이다. 프랑코 장군의 파시즘 군부세력을 돕기 위해 독일과 이탈리아가 지원을 하고, 좌파인 인민전선정부를 지원키 위해 스탈린의 소련이 참전함으로써, 그 규모와 이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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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東의 '마리서사(茉莉書舍)'컬 렉 션 2020. 11. 8. 11:07
‘마리서사(茉莉書舍)’ 책방 이름이다. 1945년 해방 후 ‘세월이 가면’의 박인환(1926-1956) 시인이 서울 종로 3가에 차린 책방이다. ‘마리서사’의 마리 혹은 말리는 자스민 꽃의 한자어다. 그러니 박 시인의 책방은 바꿔 말하면 ‘자스민 책방’이 된다. 요절한 낭만파 박 시인이 생전에 이 꽃을 좋아했던 것일까. ‘마리서사’ 얘기를 갑자기 꺼낸 것은 안동에 계시는 폐이스북 친구 한 분 때문이다. 이 분이 그저께 안동의 한 헌 책방에서 헌 책 한 권을 샀는데 그 책방 이름이 ‘마리서사’라고 소개하면서 그걸 포스팅했다. 그 포스팅을 보니 박 시인의 '마리서사'가 떠 올려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경북 안동에도 박 시인의 서점 이름을 딴 '마리서사'가 있다는 얘기다. 그 책방 옥호가 '마리서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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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太 宰治)의 '가을,' 혹은 '아, 가을'컬 렉 션 2020. 11. 2. 08:26
가을이면 떠올려지는 한 편의 수필이 있다. 반드시 떠올려지는 글이다. 다자이 오사무(太 宰治. 1909-1948)의 '가을'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의 그 시대를 대변하듯, 그의 작품들에는 일관하게 흐르는 분위기가 있다. 바로 황량함이다. 그의 소설 '사양'이 그렇고 '인간실격'도 그렇다. 그 또한 황량함과 허망감을 주체하지 못 해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자살로 마감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가을' 이 수필 또한 황량하기 그지 없다. 가을에 그가 보고 대하는 모든 것은 황량함이다. 코스모스가 그렇고, 유카다를 입은 여인도 그렇다. 농가도 그렇고 먼 들판도 그러하다. 다자이 오사무는 '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이라고 쓰고 있다. '초토(焦土)'라고도 했다. 지난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폭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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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Mystic River)'(2003)컬 렉 션 2020. 10. 14. 09:28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몇 번씩 본다. 매번 볼 때마다 느낌이라든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토리 전개나 결말이 변할 수 없다. 하지만 볼 때마다 그것들이 헷갈려지고 혼돈스럽다. 그러한 혼돈과 헷갈림이 나는 좋다. 그래서 같은 영화보기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볼 적에는 이런 저런 내용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다음에 볼 때는 그게 아니다. 왜 그럴까. 나의 경우 같은 영화라도 볼 때마다, 어떤 선입관적인 이미지나 메시지가 있고 그에 몰두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도 그렇다. 처음 볼 때 느껴진 것은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같은 사람에 의해 처단되는 사형만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의 선입관으로, 생존에 처절하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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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만의 장사익 사진展 - '당신은 찔레꽃'컬 렉 션 2020. 10. 9. 07:49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김녕만의 흑백사진 속에서 '찔레꽃'을 부르고 있다. 이 시대 걸출한 사진작가와 소리꾼이 사진을 매개로 만났다. 장사익은 노래를 부르고 있고, 김녕만은 장사익과 그의 노래를 사진에 담은 것이다. 사진전의 타이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잘 만들어진 사진첩은 이름하여 '당신은 찔레꽃'이다. 찔레꽃은 장사익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장사익 하면 찔레꽃이고, 찔레꽃하면 장사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장사익이 노래하는 곳마다에서 부르는 노래가 '찔레꽃'이다. 속칭으로 말하자면 그의 '십팔번'인 셈이다. "하이얀 찔레꽃/순박한 꽃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노래의 가사는 장사익이 직접 썼다. 장사익의 친구인 김녕만은 장사익의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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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의 어떤 조합, 혹은 '완성'컬 렉 션 2020. 10. 6. 08:42
드디어 조합을 이뤘다. 나름 내 라이카의 하나의 '완성'이라 해도 되겠다. 옛 라이카 멀티 프레임 파인더인 비후(VIOOH)에 2.8cm 프레임용의 투부(TUVOO)를 붙인 것이다. VIOOH는 표준인 5cm를 비롯해 3.5, 8.5, 9, 13.5cm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데, 2.8은 없다. 그래서 라이카에서 별도로 TUVOO를 만든 것이다. 조합을 해놓고 IId 카메라에 꽂아놓고 보니, 역시 라이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맞는 렌즈를 구하는 일이 남았다. Summaron이나 Hektor 중 하나를 구해야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라이카에 대한 이 집착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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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선생의 '秋日書懷'컬 렉 션 2020. 9. 15. 17:00
가을이 왔으나, 도무지 가을답지 아니하다. 나라가 역병과 허덕이는 民心 탓이라 그런가. 그래도 모두들의 마음에는 가을이 가득할 것이다. 마음에 가을을 담는 秋心으로나마 위안으로 삼을 것인가. 茶山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어느 해 맞는 가을은 가슴앓이의 그것이다. 객지 한양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앓이의 가을이다. 鄕愁의 행간에 풀어내는 가을날의 서정이 손가락으로 맑은 옥수를 튕기는 것 같다. 가슴앓이의 秋心으로 가을날 秋日의 회한을 시에 담아 풀어내고 있으니 이름하여 '秋日書懷'다. 吾家東指水雲鄕 細憶秋來樂事長 오가동지수운향 세억추래 낙사장 風度栗園朱科落 月臨漁港紫螯香 풍도율원주과락 월임어항자오향 乍行籬塢皆詩料 不備銀錢有酒觴 사행이오개시료 불비은전 유주상 旅泊經年歸不得 每逢書札暗魂傷 여박경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