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렉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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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陵谷) '대장천 생태습지 공원'컬 렉 션 2020. 6. 9. 07:57
경기도 일산 쪽으로 와 능곡에 산지 20년이다. 지금껏 살면서 이곳에 대한 느낌은 크게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능곡은 대학 다닐 적에 친구가 자취를 했던 곳이라 그 때 몇번 왔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눈에 띄게 변한 건 없다. 능곡시장을 중심으로 아파트만 좀 들어섰다 뿐이지 거리나 골목 등은 예전 그대로다. 그런 점이 사람에 따라 좋거나 나쁠 수 있지만, 나는 전자다. 사는 곳이 큰 변화없이 천년이고 만년이고 그냥 그대로라면 그 속에 사는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농담이다. 어쨌든 능곡은 대부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이곳이었는데, 근자에 뭔가 좀 바뀌어가고 있는 조짐이 일고있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재개발 바람이 불어 높은 고층 아파트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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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그림들과 외사촌 형님컬 렉 션 2020. 6. 8. 08:02
그림에 관해 잘 모른다. 어릴 적에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좀 들었는데, 커가면서 다 까먹고 내 살아가는 관심 밖의 일이 됐다. 그림 소질은 타고난다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나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어릴 때 같이 그림을 하던 친구들이 미술대학엘 가는 바람에 주변에 그림하는 친구나 후배들은 좀 있다. 그래도 미술에는 여전히 문외한이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어도 이해의 폭이 남 달라 쉽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외사촌들 가운데 늦게 그림에 눈이 트인 형님이 한 분 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수년 전부터 이따금씩 SNS 등을 통해 접해보는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에서 얘기했듯 그림에는 과문한지라 그냥 대수롭잖게 여겨왔다. 그래도 그 수준에서 처음 형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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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Long, Marianne' - Leonard Cohen & Marianne Ihlen컬 렉 션 2020. 6. 1. 18:03
마리안느 일렌(Marianne Ihlen), 혹은 마리안느 젠센(Jensen).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이 1960년 그리스 히드라 섬에서 만나 일생을 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그리스 여자. 그리고 평생 코헨의 주옥같은 노래의 영감이 됐던 여자. 코헨이 사랑하는 마리안느를 위해 만들어 1967년 발표한 노래가 'So long, Marianne'다. 일렌은 그리스 이름이고, 젠센은 코헨이 놀웨이 식으로 지어 준 이름이다. 2016년 7월 그녀의 임종이 다가오자, 코헨은 그녀에게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를 남긴다. "한 없는 나의사랑하는 오랜 친구, 이제 저 세상에서 봅시다 (Goodbye my old friend. Endless love, see you down the road)." 그녀가 죽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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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리아핀, 샬리아핀컬 렉 션 2020. 5. 30. 06:50
러시아 관련 책은 역시 어렵다. 읽기는 읽는데,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러시아 역사와 문화에 워낙 과문한 탓일 것이다.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 많은 이름들은 대부분 생소하다. 그러니 아는 이름이라도 나오면 반갑다. 그러나 몇 안 된다. 톨스토이, 푸쉬킨이니 투르케네프, 체홉, 고리키,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상에 널리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음악 쪽에서 알만한 인물은 겨우 한 두 명이다. 무소르그스키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역사 쪽으로 오면 더 그렇다. 그 유명하다는 '러시아 국가의 역사'를 쓴 카람친도, 그 책을 본 적이 없으니 나에긴 생소할 수 밖에. 보리스 고두노프도 그렇고 네크라소프도 그렇다. 책을 반 쯤 읽은 상태에서, 어제 한 인물이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좀 아는 사람이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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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of of Heaven' by Eben Alexander - 하버드 의대교수가 본 '천국'컬 렉 션 2020. 5. 27. 07:57
'프루프 오브 헤븐(Proof of Heaven)'. 책 제목부터가 좀 거창하다. 말하자면 천국을 증명한다는 의미인데, 언뜻 보아 종교서적 같은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그런 류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천국은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죽은 후의 일을 이승의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천국을 증명하고 있다? 책의 부제를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사후세계로의 여행(A Journey into the afterlife). 그러니 이 책은 죽어 사후세계(afterlife)를 경험한 후 살아난 이른바 '임사(臨死)체험(near-death experience)'의 기록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은 꽤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각양각색의 얘기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이런 체험담은 좀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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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Mozart "Abendempfindung an Laura" K.523 - Arleen Auger컬 렉 션 2020. 5. 25. 14:08
"Abendempfindung an Laura" 모짜르트의 가곡으로 작품번호 K. 523입니다. 독일어 제목이 좀 어렵지요. 의역하자면 ’로라에게 황혼의 느낌을’이란 제목입니다. 인생의 죽음을 황혼에 비유하면서 그것을 슬퍼해 흘리는 눈물을 가장 아름다운 진주로 묘사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별 하는 일도 없이 그랬으니 그저 마음만 바빴다는 게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전화만 십여 통 주고받았지만, 별로 풀려진 일도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노래가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아름답고 유명한 모짜르트의 가곡이라 엘리자베스 슈워츠코프, 바버라 보니 등 여러 소프라노들이 불렀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알린 오거(Arleen Auger)의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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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詩人의 에세이 집컬 렉 션 2020. 5. 18. 12:35
이상교 시인이 보내주신 책. 에세이 집이다. 짤막한 생활 에세이들인데, 손수 그린 동화(童畵) 같은 그림들이 곁들어져 동화. 동시처럼 다가오고 또 그렇게 읽혀진다. 이 시인이 동화. 동시 작가라는 선입관 때문이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오늘 새벽 산책 길에 한바탕 비를 맞은 후 SNS에 내가 올린 글에 선생은 이런 댓글을 주셨다. "비 맞기 좋아하는 1인." 비를 좋아한다는 뜻일게다. 그래서 그럴까, 책에서 비 내음이 많이 풍긴다. "...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초가지붕 깊은 처마 밑 담장에 기대어 너른논벌을 빠른 걸음으로 쳐들어오는 뽀얀 빗방울들의 발을 보았다. 어느 때 비는 새하얗게 손사래를 치며 달려오는 듯 보였다." "... 비온 뒤 아파트 뒷길을 걸을 때마다 어린 날의 시골숲길이 떠올라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