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렉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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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부르고수 대성당과 엘 시드(El Cid)컬 렉 션 2020. 5. 3. 21:35
엘 시드(El Cid)는 스페인에서 숭앙받고 있는 전쟁영웅이다. 11세기 스페인 왕위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페인의 기독교왕국으로서의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명장이다. 그의 무덤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관문 도시인 부르고스의 대성당에 있다. 어제 북한산 산행 후 가진 뒤풀이에서 산티아고를 걷고 온 한 친구가 그 얘기를 해 알게됐다. 우리들은 찰턴 헤스턴이 나온 영화 '엘 시드'를 떠 올리며 재미있게 그 얘기를 들었다. 영화가 1964년 한국에서 개봉됐으니, 그 때 우리들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주선해 새벽밥 먹고 이 영화를 보러 강남극장으로 몰려가던 그 때가 기억난다. 엘 시드의 부인인 히메나 역은 소피아 로렌이었다. 엘 시드가 큰 부상으로 끝내 사망하자, 병사들의 사기를 고려해 죽음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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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컬 렉 션 2020. 4. 20. 16:33
어느 날 늦은 귀갓길 전철 안에 앉아 찍은 사진인데, 그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잔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찰나 포착의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취한 와중이었지만 아마도 그런 느낌이 퍼뜩 들어 부지불식 간에 들이댄 카메라에 이 정경이 잡혔던 모양이다. 늦은 밤, 피곤한 표정들로 집으로 가는 표정들인데, 역시 부지불식 간에 찍혀진 분들에게는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니 송구스럽다. 라이카(Leica) D-Lux를 항상 포켓에 넣어 다니는데, 어쩌다 카메라를 열어보면 이런 사진들이 한 두어장 씩 들어있다. 사진 제목은 '무제(Untitled)'로 했다.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많이 쓰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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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흐린 陵谷 하늘컬 렉 션 2020. 4. 20. 10:10
오늘 이른 아침, 잔뜩 흐린 능곡의 하늘 풍경입니다. 능곡에 산지 20년인데, 아마도 저 포인트에서 능곡 하늘을 찍은 사진이 꽤 될겁니다. 같은 지점에서의 사진들이지만, 찍을 때의 느낌은 항상 다릅니다. 무념무상일 때도 있고 어떤 바램, 혹은 기원 같은 걸 담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또 좀 다릅니다.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내가 '마리안 로드(Marian Road)'로 명명한 산책길의 그 포인트에서 처음으로 찍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지점일지언정 또 다른 의미로 잔뜩 흐린 하늘을 보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Cloudy Neung-go sky in the early morning today, viewed from my 'Maria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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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코로나 타이프라이터(Corona Folding Portable Typewriter)' Circa 1917컬 렉 션 2020. 4. 18. 10:32
미국의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는 타자기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입니다. 저도 1980년대 초반부터 한 7년간 영문기사 쓰는 일을 하면서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래 된 빈티지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한 대 구입하면서 스미스 코로나와 관련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미스 코로나가 오랜 역사적인 측면에서 단일 브랜드로서 미국의 문방산업 부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게 아니라, 많은 과정을 겪어 생겨난 브랜드라는 사실입니다. 스미스 코로나의 연원은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욕주 리슬(Lisle) 출신의 라이먼 C. 스미스(Lyman Cornelius Smith)가 인근 시라큐스에 '스미스 프리미어 타이프라이터 컴패니(Smith Premier T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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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Zawistowski컬 렉 션 2020. 4. 16. 10:34
그렇게 기대했던 선거가 허망하게 끝난 오늘 아침, 갑자기 왜 이 여인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이 여인이 자꾸 떠오릅니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여 생을 마감한 여인. 문득 나는 이즈음 소피(Sophie)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역시 아직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영화와 책을 접한 이후 삼십 수 년이 흘렀습니다만, 아직 그렇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범주 속에 항상 소피는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치와 홀로코스트는 소피를 연상케 하는 키워드입니다. 소피 짜비스토우스키(Sophie Zawistowski). 그녀는 월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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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 熏 선생의 '그 날이 오면'컬 렉 션 2020. 4. 15. 11:38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 훈(1901-1936), '그 날이 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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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想의 北漢山 진달래컬 렉 션 2020. 4. 1. 09:14
봄의 전령인 진달래는 북한산에도 한창이다. 이즈음의 북한산 진달래는 산의 형세에 따라 제각각이다. 활짝 꽃을 피운 것도 있고, 끝물도 있다. 더러는 아직도 꽃을 피울 망울이 봄바람에 팔랑인다. 서북쪽 대서문 쪽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진달래는 좀 늦다. 서북사면이라 그런지 이 쪽은 겨울도 유난히 길고 춥다. 진달래도 그런 류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보는 진달래는 좀 갸날픈 느낌을 준다. 화려한 봄의 정취를 더 해주는 꽃이라기 보다, 뭔가 좀 쓸쓸하고 생각에 젖게하는 진달래다. 노적봉 아래 노적사 길목에 노적교가 있다. 등산로에서 꺽어지는 길목인데, 이 다리는 저만치 먼곳에서 보는 조망이 나름 좋다는 생각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이라 언제 보아도 고즈녁한데 봄날, 이곳을 지나치면서 드문드문 핀 진달래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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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 듯 글을 쓰는 사람컬 렉 션 2020. 3. 17. 16:54
말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그러니까 말이 곧 글이 되는 것이니 타고 난 글쟁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분 중에 두 분이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분은 조 모라는 기자였다(근자에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고있어 과거형으로 적는다). 종편에 많이 나오는 기자인데, 논조가 정연하고 기자답게, 하고자 하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 이를 토대로 말 또한 달변이다. 그런데 이 분이 페이스북에 쓰는 글도 그렇다. 방송을 보고 느끼는 것이지만, 방송에서의 그 달변이 그대로 글로 이어지고 있는 걸 많이 봤다.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또 한 분은 나의 고등학교 선배님이다.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하고 계신데, 시인이다. 그 선배의 이런저런 글을 또한 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