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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 TV에서 이 영화를 다시 틀어주고 있었다. '작전명 발키리(Operation Valkyrie).' 히틀러의 암살미수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9년 영화로, 나는 지금껏 이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오늘도 눈을 떼지 못하겠다. 나라 돌아가는 꼴도 그렇고 허수아비 군대로 전락해가는 우리 軍 꼴도 그렇고 그래서..
당부사항이 있었다. 호텔 20층엔 올라가지 마라. 그러나 우리는 그 것을 무시했다.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한 타시켄트는 말 그대로 찜통 그 자체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려는데, 좀 아는 여 승무원이 비닐봉지에 뭔가를 싸준다. 술이다. 조그만 병의 와인들. 그 가운데 비행기 안에서 마시다 남..
어제 아침, 홍대전철 역에서 갑자기 길을 잃어 버렸다. 습관처럼 오가던 2호선 갈아타는 길이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오던 길을 되돌아 왔다갔다 하며 여러 궁리 끝에 겨우 찾았다. 왜 그랬을까. 골똘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 생각 중에 허둥지둥 내렸다. 그리곤 그렇게 헤맸다. 결국 뭔..
소설 쓰는 김훈은 일산에 산다. 김훈의 산문집을 오늘 우연히 도서관에서 봤다. 얼마 전에 낸 것인데, 제목이 '연필로 쓰기'다. 연필이 주는 간결한 느낌의 제목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보니 어라, 첫 글이 '호수공원의 산신령'이다. 일산사는 자신이 말하자면 호수공원을 오래 봐 왔다..
푹푹 찌는 폭염속에 읽어보는 다산 시가 선선하고 청량하다. 이열치열이 아니다. 워낙 유명해 덧붙일 게 없는 분이지만, 그의 시 또한 세상과 인심의 흐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수백 가지의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도 밝고 정감있는 묘사로 구사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생전에 2천5백 ..
억수로 퍼붓던 장마비가 아침에 잠시 멎었다. 약간 소강 상태다. 7시도 채 안 된 이른 아침인데, 문득 호수공원이 생각났다. 연꽃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와 장마비에 호수의 연꽃은 어떤 모습으로 피어 있을까. 장마비와 연꽃에 대한 어떤 기시감이 있다. 어느 해 여름, 줄기차..
나이를 먹어가니 이런 저런 소리에 귀가 얇아진다. 집 풍수를 둘러싸고 우리 집에 대해 어떤 분이 좀 심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대문, 그러니까 아파트로 얘기하자면 현관 문을 열었을 때 화장실이 똑 바로 마주치며 눈에 들어오는 집은 풍수 상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인데, 우리 집이 딱 그..
아내는 일 터에 나가 있으면서도 신경은 집에 있는 듯 하다. 여러 단도리 질을 해 놓았는데도 마음이 안 놓인다는 것이겠지. 아내는 카톡 문자로 "괜찮아요?"라고 묻고 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우리 집은 이제나 저제나 비만 오면 걱정 쓰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집이 부실해 생긴 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