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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엊저녁 서초동 모임에 근황이 궁금했던 한 친구가 나왔다. 친구는 투병 중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한 말 던진게 "요새 우떻노, 몸은 괜찮제?"였다. 그 말을 친구에게 하면서 뭔가 어떤 기시감 같은 게 확 느껴졌다. 간 밤에 꾼 꿈이 문득 떠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지도 2년이 훨씬 넘었다. 그를 둘러싼 죄목의 합산 형량이 30년 이상이니 거의 종신형에 가깝다. 물론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사면이 점쳐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생활을 할 것으로 기록될 것 같다. 이런 처지의 ..
오늘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역사가의 시간'이라는 책은 역사학자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서전이다. 근 10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오늘 눈에 띈 것은, 나름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랬다. 3년 전에 쓴 책에서 자료 부족..
어릴 적에 마산에서 살았습니다. 남성동 113번지의 집이었는데, 마산의 소문난 부자인 '玉 부자'의 땅에 지은 여러 집들 가운데 한 집이었지요. 낡고 오래 된 그 집에는 창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일제시대 때 만든 창고였는데, 어떤 용도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어둡고 음침해..
1970년대 초 서부전선 1사단 소총중대에서 통신병을 하고 있을 때다. 상급부대 등과 교신할 적에는 혼선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다른 교신도 듣게 된다. 어느 날 정규교신을 하는데, 연대본부 쪽과 하는 어떤 교신을 듣게 됐다. 그런데 그 내용이 재미있고 충격적이다. 아군 GP에 여자 귀신이..
立秋가 지난 탓인지 호수공원에 초가을의 기미가 느껴진다. 부는 바람 속에 소슬함이 묻어나는 것이다. 끼리끼리 자전차를 타고 지나가는 아줌마들의 수근거림도 그렇다. "야! 바람이 시원하다. 가을 바람이다." 한 여름 폭염을 자랑삼아 내 뿜던 炎帝도 이제 그 기세를 누그려 뜨리며 고..
저녁무렵에도 비가 계속 내리니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잇따르는 이런 저런 우환 탓이다. 하지만 말할 수는 없고 내 속으로만 태워야 하는 우환이다. 당산동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
문재인 대통령 정권의 이번 '8. 5 개각'에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발탁된 정세현에게 따라붙는 별칭이 하나 있는데, 이게 좀 웃긴다. '한반도의 현인(賢人)'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 비핵화 등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여러 현안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賢人'이라는 말 그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