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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운길산, 그리고 故 김홍섭 판사사람 2021. 5. 3. 16:51
운길산에서 '바람'을 맞았다. 그 바람은 순전히 내탓이다. 날짜를 착각한 것이다. 운길산 역에서 3일 오늘 아침 11시에 선배와 만나기로 했다. 선배가 운길산 근처 집에 관심이 많다. 집도 좀 알아보고, 다산 유적지를 비롯해 인근의 이런 저런 곳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오늘이 아니라 5일, 수요일이었다. 선배와 통화를 하면서 자칫 내가 우길 뻔 했다. 가만 생각을 해 보니 내가 틀렸다. 이런 증세가 근자에 좀 잦다. 그러니 순전히 내 탓이다. 그래도 기왕에 왔으니 다산유적지 쪽으로 좀 걸어볼까 하는데, 선배가 광화문으로 나오라 한다. 점심이나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전철을 '빠꾸'로 타고 광화문으로 나갔다. 오늘 어쩌다 이리 됐지만, 운길산 온 건 사실이다. 그러니 '어쨌든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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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月 일산 호수공원볼 거 리 2021. 5. 2. 08:04
오월 초입의 일산 호수공원은 화사한 꽃의 나라입니다. 무르익은 봄날, 수변의 꽃들이 그 절정의 자태를 저마다들 한껏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르익은 봄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물어 가는 봄날입니다. 꽃들은 그 양면의 의미를 알고있을까요. 보기 나름일 것입니다. 인생의 한 단면 같습니다. 오늘 호수공원에서의 진귀한 한 풍경입니다. 물 위 조그만 바위 위로 청거북들이 떼로 몰려나와 옹기종기들 앉아있습니다. 흐릿하던 날씨가 모처럼 해를 내니 햇볕을 쬐러 나온 모양입니다. 청거북 처지에서 따뜻한 햇볕은 파충류의 핸디캡인 신진대사 촉진을 위한 것이니, 그들로서는 생존과 관계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청거북들끼리 옹기종기 모여들 앉아있는 모습이 따스하고 평화롭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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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Reporter 250' being listed on eBay컬 렉 션 2021. 5. 1. 06:48
라이카(Leica) 카메라 컬렉터들의 군침을 돋우게 하는 물건이 어제 이베이(eBay)에 하나 나왔다. 'Leica Reporter 250.' 롤필름으로 250판을 찍게 만들어진 랜지파인더 카메라로 1930년 대 독일 '거리의 사진사(street photographer)'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지금은 라이카 수집의 희귀 아이템이다. 정확한 모델 명칭은 Leica Reporter GG이고 시리얼 넘버는 353880. 렌즈는 시리얼 넘버와 매칭되는 Elmar 5cm f. 3.5. 저속 셔터를 약간 개조한 것으로 description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아 카메라는 매우 깨끗해 보인다.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적혀있다. 저 카메라를 2000에 하나 구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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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날리기즐거운 세상 2021. 4. 30. 08:48
연 날리기. 오랜 만에 보는 '진귀한' 광경이다. 어제 오후 서울 나가는 길, 아파트 뒤 너른 농로 길에서다. 꽤 멀리 날려지고 있는 하늘의 연은 육안으로 잘 안 보일 정도로 가물거린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잡을 수가 없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려니, 연 날리는 분이 짐짓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길래 잘 찍을 수가 없었다. 연 날리는 분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데, 아주 세련돼 보인다. 연을 많이 날려본 풍모의 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줄 감고 푸는 기구, 그러니까 얼레가 좀 색다르다. 짙은 연두 빛의, 보기에 플라스틱 재질의 원형으로 생겼다. 한 눈에 봐도 날렵하게 보이지만, 나로서는 저런 얼레가 생경하다. 저걸 우리들 어릴 적에는 마산 말로 '짜세'라고 했는데,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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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와인(wine), 그리고 브레송(Bresson)볼 거 리 2021. 4. 29. 10:08
어제 어떤 분이 SNS에 올려 준 한장의 흑백사진. 눈에 익다 했는데, 역시 그렇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이다. 1952년 파리의 무프타르 거리를 와인 두병을 들고 즐겁게 걸어가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다. 사진 타이틀도 그렇다. '무프타르 거리에서 와인 두병을 갖고오는 어린이 (Enfant rue Mouffetard avec deux bouteilles de vin).' 소년은 설마 자기가 마시려고 저 큰병에 든 와인을 들고가는 게 아닐 것이다. 와인을 찾는 아버지나 혹은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어디선가에서 와인을 구해 들고가는 것이다. 그게 소년의 얼굴 표정에서 읽혀진다. 브레송은 소년의 표정을 그의 특기인 '결정적 순간'으로 포착한 것이다. 브레송 사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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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의원의 '공영뉴스 포털' 제안이 황당한 이유사람 2021. 4. 28. 12:04
“인간본성의 취약한 측면과 자극적 유혹에 대한 호기심에 알고리즘이 결합돼 뉴스포털 공론장을 어지럽힌다”며 “거대 보수언론의 헤드라인 노출도 상대적으로 높다.” 열린민주당 김의겸이 정부기금으로 별도의 뉴스포털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그 이유로 든 말이다. 무슨 말인지 요해가 잘 안 되는데, 애써 문맥상으로 연결해보자면, 김의겸은 그러니까 ‘인간본성이 취약하고 자극적 유혹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부류들을 보수 쪽 사람들로 보면서 의도된 어떤 목적을 뒷받침하는 말로 엮으려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런 취향의 보수성향이 알고리즘에 반영돼 보수언론의 주요 뉴스가 포털의 상위에 배치된다는 것인데, 정말 '급조'된 집권당 비례 국회의원의 수준을 가늠케하는 낯 뜨거운 말장난으로 들린다. 김의겸과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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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善終obituary 2021. 4. 28. 08:52
정진석 니콜라스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얼마 전 위독한 상태에서 가까스로 회복하셨다는 소식을 접한 후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새벽에 선종한 사실을 알았다. 오늘 이른 새벽에 잠이 깨 뒤척이다, 뭔가 끌어당기는 것에 이끌리듯 알게 됐다. 정진석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다는 것. 새벽 묵주기도를 바치며 추기경의 명복을 빌었다.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추기경께서도 하늘, 예수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과 행복,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했다. 정진석 추기경에 관해 잘 모른다. 지난 2006년 추기경 서임 당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 2006년이면 내가 견진성사를 받은 해다. 그런데도 나는 교회 돌아가는 일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다. 197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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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죽, 혹은 참죽나물먹 거리 2021. 4. 26. 10:29
아내가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가죽나물을 다듬고, 데치고, 말리고... 어제 을지로로 나가 주막에서 36회 이상엽 후배로부터 받은 가죽나물이다. 용인서 한 배낭 가득 지고 온 것을 나 또한 배낭을 지고 나가 얻었다. 19회 이상호 선배님과 33회 어원회 후배가 그 인수과정을 지켜 보았고, 같이들 술을 나누었다. 좀 취했어도 배낭을 잘 챙겨갖고 왔다. 가죽나물 장아찌를 만들 것인데, 아내와 좀 티격태격했다. 가죽을 말리기 전에 데쳐야 마느냐를 놓고... 결국 아내 방식대로 했다. 아내는 일 나가기 전 한 줌을 집어 무쳐놓았다. 좀 전에 라면 반찬으로 먹어보았다. 맛 있다. 간밤의 술로 칼칼해진 입맛이 살아나고 있다. dailylife-photostory4284.tistory.com/504 가죽나물 장아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