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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보다 갈비탕먹 거리 2020. 6. 30. 11:49
어제 광화문에서 선배를 만나 점심을 먹다가 한 소리(?) 들었다. 갈비탕을 주문하며 호기롭게 소주 한병! 했다가 그랬다. 웬 낮술? 이런 핀잔아닌 핀잔(?)이었다. 그래서 마시질 않았다. 경복궁 역 앞에서 헤어질 무렵에 그런다. 며칠 후 저녁답에 고기 구워 먹으며 한잔하자. 선배가 이 말을 하기 전 나는 갈비탕에 소주 마시질 않은 게 잘했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벌건 대낮에 소주는 무슨 소주. 가당찮은 짓이지 않은가. 마음이 좀 들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들뜰만한 이유는 분명 있었다. 그걸 좀 부풀려 얘기를 하다 내가 좀 오버하면서 각중에 술이 당긴 것이다. 경복궁 역 윗길에서 정부청사 쪽으로 걸어가는 길 코너에 있는 '삼정하누.' 꽤 이름난 맛집인 모양이다. 점심시간 전에 들어가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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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 할머니의 햇볕(Sunshine in the Blind Woman's Room)' by 아나 앙케르(Anna K. Ancher),1885컬 렉 션 2020. 6. 29. 08:57
'소경 할머니와 햇볕(Sunshine in the Blind Woman's Room).' 덴마크 출신의 여류화가 아나 크리스티네 앙케르(Anna Kristine Ancher, 1859-1935)의 1885년 작품(Oil on Canvas). 햇빛이 따스하게 어둔 방을 비추고 있고, 그 방에 묵묵히 앉아있는 할머니를 그린 그림이다. 할머니는 앞을 볼 수 없는 소경이지만, 따뜻한 햇볕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파로 분류되고 있는 앙케르는 빛을 잘 처리하는 화가로서의 명망이 높다. 말하자면 빛과 색을 시각적인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결합했던 화가였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들 중에는 이런 주제의 그림이 많은데, '소경 할머니 방의 햇볕'도 그들 중의 하나다. 아나 앙케르는 그녀의 남편인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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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村 學 究 2020. 6. 29. 08:36
오늘 '묵주의 9일기도' 56일 째. 기도를 바치는 정해진 룰에 따른 마지막 날이다. 내 생애 처음 해본 묵주 9일기도다. 5월 5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도를 드리게 해 준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께 감사를 드렸다. 절절한 마음이었다. 오늘 새벽 길 기도 중에 유독 떠올려지는 장면과 말씀이 있다. 예수님이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에서 사람의 아들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 42). 묵주 9일기도를 바치면서 바람이 왜 없었겠는가. 애시당초 기도의 시작이 그것이었지 않은가. 그러나 기도를 바치면서 마음은 무거워져 갔고, 나의 바람의 생각은 자꾸 엷어져 갔다. 간절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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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55일 째村 學 究 2020. 6. 28. 08:53
오늘로 묵주기도 55일째. 이제 하루 남았다. 2박 3일 마산을 다녀오고, 어제 북한산 산행으로 몸이 피곤에 절었으나, 새벽 4시도 전에 눈을 떴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마리아기도회성당이 보이는 곳에서 55일 째 묵주기도를 시작하고 걸었다. 생태습지공원으로 걷고 있는데, 대장천 천변 어느 길에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묵주기도를 잠시 멈추고 일출의 장관을 한참 서서 보았다.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성모송 기도가 입에서 흘러 나온다. 친구 관형이 집 사람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얘기를 어제 들었는데, 그 생각이 났고 그와 함께 관형이 집 사람을 위한 기도가 흘러 나오는 것이다. 관형이 말 소리를 알아 듣는지 못 듣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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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 '마산방어전투,' 그리고 배대균 박사내 고향 馬山 2020. 6. 27. 20:34
피아간에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를 낸 비극적인 6. 25 한국전쟁을 두고 올해도 말들이 많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 전쟁을 '내전'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고 모호하게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6. 25가 어째서 내전인가. 6. 25는 민족상잔이라는 뼈아픈 요소가 있지만, 2차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시작된 미국과 소련간 냉전을 극명하게 드러내 치러진 대리전 양상의 '국제전'이었다. 6. 25를 시발로 소비에트 소련이 붕괴하는 1990년대 초까지 세계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간 그야말로 일촉측발의 위기가 지배했던 국제 냉전의 시기였다. 그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국이면서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특정세력이 민족 간 이념 갈등으로 포장해 내전 쪽으로만 몰고가려는데서도, 6. 25를 이른바 '잊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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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시절의 한 여름, 어떤 '도식(盜食)'의 추억추억 속으로 2020. 6. 26. 21:42
송악 OP에서의 군 시절, 나는 식사배달 병이었다. 그러니까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의 OP 중대본부 식사를, OP 산 아래 화기소대 식당에서 마련해주는 것을 배달해오는 역할이었다. 매끼 식사 배달은 간단하다. 지게에다 바케스 두 개를 매달아, 한 쪽은 밥, 또 한 쪽은 국을 넣어 짊어지고 오는 것이었다. 김치 등 부식 몇 가지는 사흘에 한 번꼴로 갖고 와 중대본부에 보관해놓고 먹었다. OP에서 화기소대를 오가는 길은 산길이다. 거리로는 한 7, 8백 미터쯤 되는데,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이다. 그 산길을 20여 명 분의 밥과 국이 든 지게를 매고 매일 오르내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여름철 무더운 날씨엔 한 번 오르내리면 녹초가 된다. 요령삼아 중간에 좀 오래 쉬기라도 하는 낌새가 보이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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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득수' 상병사람 2020. 6. 23. 09:58
매년 6. 25가 오면 옛날 전방부대에서의 군 생활이 떠올려지곤 한다. 나라 지키는데 무슨 큰 역할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저 자동 반사적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면서 뭔가 울컥해지게 한다. 나라 생각이 유독 나는 날도 6. 25 즈음의 날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그렇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장삼이사 남정네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옛날 앨범을 뒤져보니 이 사진이 나왔다. 1973년 개성 바로 앞 송악OP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의 사진이다. 날짜는 7월 27일로 나와있고 '천득수'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 이름을 보니 생각났다. 상병으로 있던 중대본부 고참인데, 문서수발병이었다. 둘이서 철책선 길을 따라 대대본부를 많이 다녔다. 나는 암호 수령을 해야했고, 천 상병은 문서 수발 때문이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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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人들을 위한 '꽃보다 할배' vs.'Last Vegas'추억 속으로 2020. 6. 22. 11:56
모건 프리먼(81), 로버트 드 니로(77), 케빈 클라인(73), 마이클 더글라스(76). 모두들 헐리웃을 풍미했던, 아니 지금도 하고 있는 글로벌 명배우들이다. 모건 프리먼 하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떠오른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지방을 배경으로 돈 많고 완고한 유대계 미망인의 중후하면서도 자존심 강한 흑인 운전기사 역이 압권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도 새삼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연기자다. 마침 며칠 전 한 주말 방송에 그의 대표작인 '디어 헌터'가 재방돼 젊었을 적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케빈 클라인은 앞의 두 배우보다는 젊지만, 각기 헐리웃을 대표하는 배우로 손색이 없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들 네 배우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다는 점에서 헐리웃에서는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