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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 山 之 石村 學 究 2020. 6. 21. 14:02
새벽 산책에 나서는 길은 동네에 있는 생태습지 공원이다. 목재 데크 길로 조성을 해 놓은 곳인데, 그리 길지가 않고 뱅뱅 도는 길이다. 여기서 매일 어떤 분을 만난다. 내 또래 쯤 된 분인데, 혼자서 걷는게 나에 비해 상당히 활력이 있고 걸음걸이도 빠르다. 데크 길을 뱅뱅 도는 것이니 어느 지점에서인가 몇 차례 서로 마주치며 지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인가 마주치는 걸 꺼려하는 걸 알았다. 이유는 이 분에게서 유난히 크게 들려나오는 대중가요 때문이었을 것이다. 닐리리 맘보도 있고, 매화타령도 있고, 하여튼 별 노래가 이 분 포켓으로부터 나온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걸 들으며 걷는 것인데, 아침부터 듣기에는 좀 요상스런 노래들이라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오늘 새벽에도 몇 차례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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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답이다村 學 究 2020. 6. 21. 09:46
마라톤을 즐기는 한 고등학교 후배가 있다. 그리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다.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과 마라톤 유명세 탓으로 여기 저기 오르 내리는 그 후배의 이름 석 자, 딱 그 정도로만 알고있는 처지다. 이 후배는 보기에 마라톤 풀 코스를 아주 쉽게 뛴다. 풀 코스 완주만 70회 정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후배는 마라톤 완주를 한 후에 자신의 SNS에 후기를 올린다. 그 글들에서 가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몸이 답이다"는 것. 처음 그 대목을 접했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런데 몇 번 접하니까, 나름으로 이해되는 구석이 있었다. 그 말은 마라톤을 완주케 한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일 것이다. 42.195km를 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거 따질 필요없이 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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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산신령'사람 2020. 6. 19. 13:03
소설 쓰는 김훈은 일산에 산다. 오늘 우연히 서재 한 켠에 놓여진 김훈의 산문집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연필로 쓰기'인데, 작년에 나온 것으로 나와있다. 서재에 있는 것으로 미뤄 이 책을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런데 기억이 애매하다. 책 제목이 생경한 것도 그렇다. 어쨌든 연필이 주는 간결한 느낌의 제목이 새롭게 와닿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보니 어라, 첫 글이 '호수공원의 산신령'이다. 일산사는 자신이 말하자면 호수공원을 오래 봐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쓴 글 같은데, 언듯 읽어보니 과연 그랬다. 첫 글이 호수공원이라는 게 우선 나로서는 반갑다. 나 또한 20년 넘게 일산 인근에 살면서 마실 다니듯 호수공원을 끼고 살았는데, 김훈도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물론 김훈을 호수공원에서 몇 차례 마주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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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賢人'의 전성시대사람 2020. 6. 16. 09:34
나라가 바야흐로 종북분자들의 전성시대다. 이제는 아예 드러내놓고 북한의 세습 독재정권 편을 든다. 골수 종북관료 출신의 정세현이도 마찬가지다. 정세현이는 통일부장관 시절 그의 화려한(?) 종북 짓거리로 퇴임 후 문재인으로부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란 자리까지 꿰찬 작자다. 그러니 그 밥값도 문정인이와 함께 야무지게 하고 있다. 근자에 북한의 다양한 대남도발성의 위협 발언에 정세현이가 가만 있을리가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정세현에게 따라붙는 별칭이 하나 있는데, 이게 좀 웃긴다. '한반도의 현인(賢人)'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 비핵화 등을 포함한 남북 및 미북 관계 등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여러 현안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賢人'이라는 말 그대로 가장 지혜롭고, 어질고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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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혹은 지나간다村 學 究 2020. 6. 16. 08:01
오늘 어슴프레한 새벽의 산책길. 천변 길을 생각에 잠기어 더듬더듬 걷고있다. 자전차 한 대가 어둠 속에서 후-욱 하며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간다. 좀 놀라 멈칫거리는데, 자전차는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늙수그레한 영감님이 천연덕스럽게 손을 흔들며 자전차와 함께 가고 있다. 내 곁을 툭 스치듯 지나가는 낡은 자전차와 늙은 영감, 그리고 그가 흔들어대는 손. 이상교 선생이 보내 준 책의 한 글이 생각나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삶이란 어떻게든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어서 지나가게." ('지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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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를 기다리며(before confession)' by Alexei Korzukhin, 1877컬 렉 션 2020. 6. 15. 06:58
'고해성사를 기다리며(before confession).' 19세기 제정 러시아 때 초상화와 종교화를 많이 그렸던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코르주킨(Alexei Ivanovich Korzukhin, 1835-1894)의 1877년 작품(Oil on Canvas).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해야하는 고행성사지만 대개는 이걸 좀 부담스러워 한다. 140여년 전의 러시아 사람들도 그랬었고 지금의 가톨릭신자들도 그럴 것이라는 건 이 그림을 통해서도 짐작해볼 수가 있다. 고백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저마다의 그런 표정을 담고 있다. 어린 손자에게 고해성사와 관련해 뭔가를 말해주고 있는 듯한 할머니의 표정은 퍽 심각해 보인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의 가톨릭 교인들의 고해성사는 올스톱되고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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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대신 새끼오리misce. 2020. 6. 14. 15:25
호수공원 연못 바위 위에 새끼오리 두 마리가 앙증스럽게 앉아있다. 연꽃 보러 갔다가 대신 새끼오리들과 잠시 놀았다. 연못 데크 길에서 연꽃을 보러 서성이는데, 연꽃이 별로다. 그러고 있는데 카메라를 맨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보며 바위를 가리킨다. 저것 좀 보세요. 쟤들이 엄마 먹이 갖고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요. 뭔 말인가 싶어 바위를 보니 새끼오리 두 마리가 않아있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그 새끼오리들이 귀여워 죽겠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나더러 어서 빨리 저 새끼오리들을 찍으라는 거다. 시키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아주머니는 계속 오리 얘기다. 죽 지켜보고 있었는데, 새끼오리와 있던 어미오리가 새끼들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는 어디론가 갔는데, 아마 먹이를 구하러 간 것 같다는 것. 그걸 지켜보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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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rtist Ivan Shishkin' by Ivan Kramskoi, 1873컬 렉 션 2020. 6. 14. 07:43
요즈음 페이스북을 통해 19세기 서구 미술의 이른바 황금시대(golden age)의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The Golden Age: Paintings & Illustration 1850-1950'이라는 그룹은 그 시대를 그린 유. 무명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매일 서너 편씩 올리고있다. 오늘은 19세기 중반 러시아의 풍경화가 이반 시시킨(Ivan Shishkin, 1832-1898)의 모습을 그린 'Portrait of Artist Ivan Shishkin'이라는 작품이다(Oil on Canvas). 시시킨과 동시대의 작가인 이반 크람스코이(Ivan Kramskoi, 1837-1887)가 1873년에 그렸다. 크람스코이와 시시킨은 절친한 사이였으며, 시시킨은 크람스코이가 이끌던 러시아 미술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