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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의 訃告기사 두 개obituary 2020. 6. 8. 13:03
정확히 32년 전의 부고기사 두 개다. 나와는 인연이 있는 두 분이 같은 해에 세상을 뜨셨다. 두 분 다 영자신문에 오래 계셨는데, 당시 영어저널 'vantage point'를 만들 때 감수를 하셨다. 지금 살아 계시면 원로 언론인으로 대접받을 분들인데, 묘하게도 두 분 모두 1988년 별로 많지 않은 연세에 차례 차례 사고로 별세하셨다. 계광길 씨는 코리아헤럴드에 오래 계시다 연합통신 상무를 관 둔 그 이듬 해, 관악산 산행 중에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댁이 그 때 과천이었는데, 아침에 기사 픽업하러가면, 술 좋아한다고 조니워커 블랙 한 컵을 따라다 주시던 기억이 난다. 한기형 씨는 당시 코리아타임즈 논설위원으로 계셨다. 댁이 수유리였다. 그 해 초 여름 어느 날, 각종 여름 꽃 만발한 댁에서 아침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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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그림들과 외사촌 형님컬 렉 션 2020. 6. 8. 08:02
그림에 관해 잘 모른다. 어릴 적에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좀 들었는데, 커가면서 다 까먹고 내 살아가는 관심 밖의 일이 됐다. 그림 소질은 타고난다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나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어릴 때 같이 그림을 하던 친구들이 미술대학엘 가는 바람에 주변에 그림하는 친구나 후배들은 좀 있다. 그래도 미술에는 여전히 문외한이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어도 이해의 폭이 남 달라 쉽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외사촌들 가운데 늦게 그림에 눈이 트인 형님이 한 분 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수년 전부터 이따금씩 SNS 등을 통해 접해보는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에서 얘기했듯 그림에는 과문한지라 그냥 대수롭잖게 여겨왔다. 그래도 그 수준에서 처음 형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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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우가 그리운 6. 6일 현충일, 그리고 김영준 대위추억 속으로 2020. 6. 6. 06:58
다시 6월 6일 현충일이다. 매년 돌아오는 현충일이면, 호국영령에 대한 추모의 염과 함께 되살아나는 추억이 있다. 젊은 날 군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나는 1973년 육군 1사단에 배치돼 6개월 간의 개성 바로 앞 '송악OP' 근무 후 임진강을 건너 파주 광탄 1사단 사령부 통신보급대에서 근무했다. 주특기는 280, 그러니까 무선정비병이다. 하지만 나는 시설보급일을 맡아 참모부 통신보급대 행정서기병으로 근무했고 거기서 제대했다. 거의 반 세기에 가까운 먼 옛날이다. 잊어먹기 전에 한번 생각하고 기억해 놓자. 사단장으로는 김봉수 장군, 통신참모로는 이희달 중령, 보급관으로는 이정복 대위, 김영준 대위(한 분을 더 모셨는데,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선임하사로 박종진 중사, 통신보급대 대원으로는 내 사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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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기'의 힘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5. 08:14
걷기의 힘이 대단한 걸 실감한다. 매일 새벽 걷는 길에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두어달 전 처음 봤을 때는 거의 부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걸음걸이로, 허리 수술의 심한 후유증으로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데, 지나칠 때는 혹시 쓰러질까 걱정되는 몹씨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그러면서 매일 보는데, 한 일주일 전부터는 걸음걸이가 많이 나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거의 완연한 활보 수준의 걸음걸이다. 지팡이도 짚지 않고 손에 든 채 걷고 계셨다. 뒤따라 걷는 내 마음이 웬지 즐거웠고 뒤따라 걷고 싶었다. 그 할머니를 쫄쫄 뒤따라 걷다가 이런 촌극도 일어났다. 돌아가는 지점 부근에 그 할머니의 지인 되시는 분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 할머니의 뒤를 따라가니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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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측시스템'이라는 것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4. 09:35
"사람은 편안하게 살 집을 고르듯이 이 세상을 떠날 방법을 고를 수도 있는 권리가 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Lucius Annacus Seneca)는 자살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이런 말로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은 죄악이다. 종교적으로는 두 말 할 나위 없다. 상식적으로도 자신의 생명이지만, 그 것을 스스로 해한다는 것은 살인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살은 인간역사 이래로 쉼 없이 줄곧 이어져오고 있다. 자살을 하는 동기와 이유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것을 3자의 입장에서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맘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유추는 유추에 그칠 뿐이다. 지난 1960년대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재미난 통계가 있다. 자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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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홍은혜 여사와 馬山, 그리고 '무궁화와 사쿠라'내 고향 馬山 2020. 6. 4. 07:49
고향 마산에 관한 책, '그곳에 마산이 있었다'를 펴낸 게 2016년 11월이니 4년이 다 돼간다. 책 내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선배와 같이 썼다는 공저 자체부터가 그랬다. 어떤 좋지않은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 의도 때문에 글 내용도 일부 수정되고, 아무튼 글을 쓴 처지에서는 그렇게 기분좋은 느낌이 들지 않은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쓴 책이지만 그 책을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그 책과 관련해 이런 저런 분들이 연락을 많이 해 오는 바람에 그 책을 한번 씩 펼쳐보곤 한다. 책의 글 내용과 관계되는 분들이다. 가족사를 들첬다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모르는 사실을 알게해 줬다며 고맙다는 분도 계셨다. 나는 그 또한 그저 그러려니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