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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Kropotkin)의 모스크바사람 2020. 6. 3. 10:13
"... 파리로 치면 생제르망에 해당되는 스타라야 코뉴세나야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조용하고 평화스럽게 보였다. 아침나절에는 아무도 거리에 나타나지 않았고, 한낮이 되어서야 아이들이 프랑스인 가정교사나 독일인 보모를 따라 눈쌓인 가로수 길로 산책을 나오곤 했다. 오후가 되면 부인들이 두 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 설매 위에는 하인 한명이 좁은 판지 위에 올라선 채 - 외출하는 것이 보인다. 혹은 부인들이 커다란 활모양의 스프링이 달린 구식 四頭마차를 타고 앞에는 한명의 마부, 뒤에는 두명의 하인을 데리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집들은 불빛이 휘황찬란했고 창문도 닫지 않았기 때문에 응접실에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왈츠를 추고있는 모습이 길가에서도 보였다." (표토르 크로포트킨) 크로포트킨(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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追憶의 사진 한 장추억 속으로 2020. 6. 3. 08:08
어느 책 갈피에서 이 사진이 나왔다. 1993년 11월의 어느 날이다. 김영삼 대통령 첫 방미 때 수행해 김종환 워싱턴 특파원과 함께 백악관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 미정상회담 후였을 것이다. 사진 뒤에 동아일보 김영만 선배가 찍어 준 것으로 적혀있다. 이 사진을 찍은 후 워싱턴 시내 한인식당에서 소주를 마셨을 것이다. 소주를 공개적으로 팔 수가 없으니까 흰 종이로 감싼 주전자에 담아 몰래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날 밤 취한 상태에서 호텔로 들어가 기사를 썼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아이구 싶었다. 노트북은 켜져있는 상태였는데, 기사를 송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기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덩연히 징계감이다. 급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노트북을 살펴보니 어라,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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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掌篇) 소설’curiosity 2020. 6. 2. 09:33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를 오랜 만에 만난다. 지난 연말에 어떤 글을 쓸 게 있어 야스나리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의 어떤 작품의 문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만난 야스나리는 나에겐 전혀 새로운 것이다. 이름하여 야스나리의 ‘장편 소설’이다. 장편이라 함은 긴 소설을 뜻하는 게 아니다. 손바닥 ‘장掌)’으로, 풀이하자면 ‘손바닥 소설’이다. 이런 장르가 있었나 싶었다. 손바닥 소설은 말 그대로 손바닥 크기의 분량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10 여매 안팍으로 쓰여진다는 것인데, 야스나리의 이 소설집에서 제일 짧은 것은 원고지 2매 분량의 것도 있다. 이런 류의 소설을 야스나리는 1920년대 초부터 썼다고 하는데, 그간 야스나리에 관해 좀 안다고 설쳐댔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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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week 日本語판, 한국 4.15 부정선거 의혹 보도뉴스 엮인 글 2020. 6. 2. 07:46
미국의 시사주간지 Newsweek 日本語판이 6월 1일자에서 한국의 4. 15총선 부정 의혹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East Asia Research Center'의 리포트를 인용하는 정도의 보도로, 크게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유력 외신이 한국의 부정선거 의혹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관련기사: https://www.newsweekjapan.jp/stories/world/2020/06/post-93560.php?fbclid=IwAR2NPtZU7WtQqq4IOtjmBAqBsEFnj3yeslQH17MRscs3Yxb9WzI2MqZRX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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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Long, Marianne' - Leonard Cohen & Marianne Ihlen컬 렉 션 2020. 6. 1. 18:03
마리안느 일렌(Marianne Ihlen), 혹은 마리안느 젠센(Jensen).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이 1960년 그리스 히드라 섬에서 만나 일생을 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그리스 여자. 그리고 평생 코헨의 주옥같은 노래의 영감이 됐던 여자. 코헨이 사랑하는 마리안느를 위해 만들어 1967년 발표한 노래가 'So long, Marianne'다. 일렌은 그리스 이름이고, 젠센은 코헨이 놀웨이 식으로 지어 준 이름이다. 2016년 7월 그녀의 임종이 다가오자, 코헨은 그녀에게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를 남긴다. "한 없는 나의사랑하는 오랜 친구, 이제 저 세상에서 봅시다 (Goodbye my old friend. Endless love, see you down the road)." 그녀가 죽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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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 驛의 '미켈란젤로'사람 2020. 6. 1. 09:55
시는 생각하기 나름으로 이해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당산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마주 친 한 편의 시. 미켈란젤로가 썼다. 불멸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일지언정, 하늘 앞에서는 한낱 미생의 존재인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담겨져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는 알려지기로 생전에 300 여편의 시와 소네트를 남겼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래서 보기에 이 시도 그 맥락에서 씌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잘 알려진바와 같이 소문난 동성애자였다. 그가 남긴 시와 소네트의 대부분은 그가 남색(Sodoma) 대상으로 사랑했던, 카발리에리에게 바친 것 들이다. 얼마나 그 글 내용들이 추잡스럽고 기괴했기에 그가 죽고난 후 그가 쓴 글들의 남성대명사를 모조리 여성대명사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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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 날, 묵주기도 28일 째村 學 究 2020. 6. 1. 08:02
6월의 첫날이다. 매일 새벽 기도와 명상으로 걷는 산책길에서 스치며 만나뵙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항상 분홍색 슈트를 입은 모습이기에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한달 전 처음 지나쳤을 때 상당히 불편한 걸음걸이의 모습이셨다. 지팡이에 의지해 느릿느릿 걸으시는 모습이 아마 다리나 관절, 허리 쪽에 이상이 있어 그러시는 걸로 보였다. 지나치면서 슬쩍 보는 얼굴도 그 안색이 안 좋으셨다. 항상 찌푸린 모습이었다. 오늘 새벽, 내가 걷는 길을 한 바퀴 돌아서는데, 저 멀리 그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인사라도 한번 드려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문득 할머니의 표정이 떠 올라 그냥 그대로 지나치자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매일 걷는 그 방식 그대로의 패턴으로 걸었다. 할머니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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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그리고 '일 포스티노'사람 2020. 5. 31. 08:22
이론을 씹기를 거부함* (I Refuse to Chew Therories) 내 편집자이자 친구인 는 브라질의 세 명의 시인들이 번역해 준 내 시집에 몇 마디의 소개의 말을 넣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금 나는 긴 식탁에서 건배를 올려야 하는 사람처럼, 무엇을 말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쉰세 살이지만, 시가 무엇인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정의할지도 모릅니다. 이 어둡지만 매혹적인 주제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조언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였을 때나 성인이 되었을 때나, 도서관이나 작가들보다는 강과 새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인의 영원한 의무가 인민, 가난한 이들, 그리고 착취당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가? 글을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