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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컬 렉 션 2020. 4. 20. 16:33
어느 날 늦은 귀갓길 전철 안에 앉아 찍은 사진인데, 그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잔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찰나 포착의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취한 와중이었지만 아마도 그런 느낌이 퍼뜩 들어 부지불식 간에 들이댄 카메라에 이 정경이 잡혔던 모양이다. 늦은 밤, 피곤한 표정들로 집으로 가는 표정들인데, 역시 부지불식 간에 찍혀진 분들에게는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니 송구스럽다. 라이카(Leica) D-Lux를 항상 포켓에 넣어 다니는데, 어쩌다 카메라를 열어보면 이런 사진들이 한 두어장 씩 들어있다. 사진 제목은 '무제(Untitled)'로 했다.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많이 쓰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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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흐린 陵谷 하늘컬 렉 션 2020. 4. 20. 10:10
오늘 이른 아침, 잔뜩 흐린 능곡의 하늘 풍경입니다. 능곡에 산지 20년인데, 아마도 저 포인트에서 능곡 하늘을 찍은 사진이 꽤 될겁니다. 같은 지점에서의 사진들이지만, 찍을 때의 느낌은 항상 다릅니다. 무념무상일 때도 있고 어떤 바램, 혹은 기원 같은 걸 담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또 좀 다릅니다.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내가 '마리안 로드(Marian Road)'로 명명한 산책길의 그 포인트에서 처음으로 찍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지점일지언정 또 다른 의미로 잔뜩 흐린 하늘을 보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Cloudy Neung-go sky in the early morning today, viewed from my 'Maria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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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拔’ 김형윤 선생과 ‘馬山野話’내 고향 馬山 2020. 4. 19. 10:19
옛 마산을 얘기하고 다룬 근대의 책들은 마산의 오래 된 역사에 비추어 그리 많지 않다. 몇 권이 전해지는데, 공식적인 것으로는 예전부터 마산시에서 발간한 ‘마산市史’라는 게 있고, 개인이 쓴 책들로는 ‘향토마산‘ ’간추린 마산역사‘ ’향토마산의 어제와 오늘‘ ’마산유사‘ '오늘의 마산(1979)' 등이 있다. 이들 마산을 얘기한 책들 가운데 내용적으로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재미있어 고전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책이 있다. 바로 목발(目拔) 김형윤 선생이 쓴 ’마산야화(馬山野話)‘다. 이 책은 1973년 발간됐는데, 목발선생의 유고집으로 나왔다. 목발(目拔) 김형윤(1903-1973)선생은 마산에서 태어나 무정부주의와 항일정신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거쳐 향토 마산의 언론인으로 40여 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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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코로나 타이프라이터(Corona Folding Portable Typewriter)' Circa 1917컬 렉 션 2020. 4. 18. 10:32
미국의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는 타자기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입니다. 저도 1980년대 초반부터 한 7년간 영문기사 쓰는 일을 하면서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래 된 빈티지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한 대 구입하면서 스미스 코로나와 관련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미스 코로나가 오랜 역사적인 측면에서 단일 브랜드로서 미국의 문방산업 부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게 아니라, 많은 과정을 겪어 생겨난 브랜드라는 사실입니다. 스미스 코로나의 연원은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욕주 리슬(Lisle) 출신의 라이먼 C. 스미스(Lyman Cornelius Smith)가 인근 시라큐스에 '스미스 프리미어 타이프라이터 컴패니(Smith Premier T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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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리안 로드(Marian Road)'村 學 究 2020. 4. 17. 08:50
이른 아침, 걷기운동 하는 집 뒤 농로 길. 한번 오가면 대략 1km 된다. 다섯번을 오가니 5km다. 걸으면서 무념무상일 수 없다. 이런 저런 생각, 그 중에서도 잡상들이 많다. 그래서 그럴 바에야 이걸 하자 생각했다. 묵주기도다. 묵주기도 한 단에 성모송 53번 바치면 거의 다섯 바퀴 쯤에 맞다. 15일 선거 날엔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빌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나의 기도와는 딴판이었다. 아무래도 하늘의 뜻이 그러했는가 보다. 오늘 아침엔 바람이 세차고 비가 좀 내렸다. 꾸무적한 흐린 하늘 아래 후드를 바짝 조이고 비를 맞고 걷는데, 문득 마음이 아늑하면서 편해졌고 길이 다감하게 다가왔다. 이 길에 이름을 지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안 로드(marian road)'로 명명했다. My 'ma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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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Zawistowski컬 렉 션 2020. 4. 16. 10:34
그렇게 기대했던 선거가 허망하게 끝난 오늘 아침, 갑자기 왜 이 여인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이 여인이 자꾸 떠오릅니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여 생을 마감한 여인. 문득 나는 이즈음 소피(Sophie)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역시 아직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영화와 책을 접한 이후 삼십 수 년이 흘렀습니다만, 아직 그렇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범주 속에 항상 소피는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치와 홀로코스트는 소피를 연상케 하는 키워드입니다. 소피 짜비스토우스키(Sophie Zawistowski). 그녀는 월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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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 熏 선생의 '그 날이 오면'컬 렉 션 2020. 4. 15. 11:38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 훈(1901-1936), '그 날이 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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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총선 '패배주의'時事 터치 2020. 4. 14. 10:29
미래통합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사람이 4.15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왜 저러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들이 분분합니다. 여론조사 상으로 엄청 밀리는 상황에 대한 솔직한 입장 표명이라는 관측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한편으로는 전략적이라는 것으로 풀이도 합니다. 말하자면, 여론조사 상으로 집권당에 대한 열세의 국면에서 국민유권자들에 대한 일종의 읍소작전이라는 것이지요. 어떤 것이든 보기에 참 씁쓸합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저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저런 식으로 국민들 앞에서 읍소하는 게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것입니다. 저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유권자에게 패배주의를 안기는 행동입니다. 지휘자가 최선을 다해 싸워보지도 않은 채 전투를 앞두고 패배를 자인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