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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의 추억추억 속으로 2020. 4. 3. 09:45
어제 옛 직장 후배가 전화를 해 왔다. 근 십여 년만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갑작스러운 전화라 좀 놀랐다. 후배는 연변 과기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곽승지 박사다. 그 후배는 인터넷에 떠 다니는 나의 옛글을 우연히 접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다. 후배로부터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라는 말이 나왔다. 맞다. 내가 2016년에 블로그에 끄적여 놓은 글이다. 8년 간 매달려온 그 영문저널이 수명을 다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자취라도 남겨야 하겠다는 아쉬운 생각에 쓴 글인데, 그 글을 후배가 어디서 본 것이다. 후배는 내가 1990년 그 일을 그만두고 신문사로 가면서 통신사를 나왔을 때 내 후임으로 그 잡지를 만들었고, 자신이 2014년 회사를 나온 후 폐간됐다고 했다. 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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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想의 北漢山 진달래컬 렉 션 2020. 4. 1. 09:14
봄의 전령인 진달래는 북한산에도 한창이다. 이즈음의 북한산 진달래는 산의 형세에 따라 제각각이다. 활짝 꽃을 피운 것도 있고, 끝물도 있다. 더러는 아직도 꽃을 피울 망울이 봄바람에 팔랑인다. 서북쪽 대서문 쪽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진달래는 좀 늦다. 서북사면이라 그런지 이 쪽은 겨울도 유난히 길고 춥다. 진달래도 그런 류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보는 진달래는 좀 갸날픈 느낌을 준다. 화려한 봄의 정취를 더 해주는 꽃이라기 보다, 뭔가 좀 쓸쓸하고 생각에 젖게하는 진달래다. 노적봉 아래 노적사 길목에 노적교가 있다. 등산로에서 꺽어지는 길목인데, 이 다리는 저만치 먼곳에서 보는 조망이 나름 좋다는 생각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이라 언제 보아도 고즈녁한데 봄날, 이곳을 지나치면서 드문드문 핀 진달래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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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계사전(周易, 繫辭下)에 이르기를...사람 2020. 3. 31. 09:35
周易의 계사전(辭繫下)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周易, 辭繫下) 풀이하자면, 덕이 부족하면서 지위가 높고, 지혜가 적으면서 도모함이 크고 힘이 약하면서 임무가 무거우면 화가 미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는 뜻입니다. 이 구절에서 이 시대의 한 인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일까요? 또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黃帝堯舜垂衣裳而天下治 蓋取諸乾坤” 황제, 요, 순이 의와 상을 걸치자 천하가 다스려졌다. 모든 것은 건과 곤에서 취하였다 는 뜻이지요. 황제 요와 순은 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왕들입니다. 의와 상, 의는 윗 옷, 상은 아래 옷을 가리킵니다. 의와 상을 걸치자 천하가 다스려졌다는 것은 단순히 옷을 입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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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에 나타난 '해무리'curiosity 2020. 3. 29. 17:43
어제 28일, 서울 강남 일원의 하늘에서 목격된 해무리. 1917년 5월 폴튜걸 파티마에 성모님이 발현하실 때 태양의 흔들림과 해무리가 나타났었는데, 웬지 그 때를 연상케합니다. 저 날 새벽 바티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달라고 내리는 비 속에서 간절히 기도했었지요. 해무리는 공기 중 수분이 많은 날 햇빛이 대기 중 수증기에 산란하면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무지개라고 과학적으로 정의합니다만, 이런 시기에 뭔가에 맞물려 나타난 저 해무리는 뭔가 인류에게 보내는 하늘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사진은 서울 삼성동에 거주하는 친구의 처제가 찍어 보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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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의 오찬즐거운 세상 2020. 3. 29. 10:37
어제, 후배들과 의왕 모락산 둘레길을 걸었다. 원래는 바라산을 가기로 했는데, 평촌 역에서들 만나서 바꾸었다. 평촌에 부는 바람이 좀 차가웠기에 내가 제안을 했고 후배들이 받아들였다. 모락산 둘레길은 평탄하다. 해발이 300m도 안 되는 산인데, 산길 곳곳에 나 있는 길들이 부드럽고 다양해 둘레길로 조성한 것이다. 모락산 초입으로 걸어 들어가 좀 올라가면 근동에서는 잘 알려진 묘지 하나가 나온다. 세종대왕의 네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묘소다. 마침 한 후배가 임영대군의 후손이다. 그 후배의 안내로 제실과 묘소를 둘러봤다. 양지바른 곳에 아담하게 지어진 제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락산 둘레길의 한 언덕받이 길을 올라가는데, 한 후배가 제의를 한다. 기왕 시작한 거, 백운산까지 가는 게 어떻겠냐는 것. 일단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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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elujah' by Leonard Cohen카테고리 없음 2020. 3. 27. 10:24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어도, 3월 봄날 아침의 햇살은 무궁한 생명력을 안기는듯 합니다. 밝고 따뜻하게 상처난 마음들을 감싸주고 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봄볓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이 노래가 듣고싶어 졌습니다. 할레루야'는 주지하다시피 신을 찬미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레너드 코헨은 이걸 반어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신에 대한 기쁨과 찬미가 아니라 의심과 낙망과 갈등의 할렐루야로 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삶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고 눈물짓는, 신을 향한 원망의 소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할렐루야입니다. 망가진 후 원상과 회복을 갈구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아마 하늘 저 위에는 하느님이 계시겠지요/ 이제껏 사랑으로부터 배운 것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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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미국의 '모래-폭풍 헬멧(sand-blasting helmet)'볼 거 리 2020. 3. 26. 14:12
1936년 10월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탄광 지하노동자의 규폐증 보호를 위해 새로 개발한 헬멧이라는, 이름하여 '모래-폭풍 헬멧(sang-blasting helmet)'을 테스트하고 있는 옛 사진입니다. 일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탄광 근로자들에게 보급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자국민들의 위생건강 보호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미국이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우환아닌 우환을 맞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photo from www.shorpy.com) Protected: 1936: Oct. 15, 1936. Washington, D.C. "Protection against that dreaded disease Silicosis is assured underground workers with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