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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Her(Him) Was Easier Than Anything I'll Ever Do Again' by Kris Kristofferson카테고리 없음 2020. 3. 25. 10:58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아침부터 어디에선가 이 노래 멜로디가 흘러 나왔던 것 같고, 아니면 내 머리 속에 멜로디가 궁얼궁얼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무척 감미로운 멜로디에 가사 또한 그렇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1971년에 글을 쓰고 곡을 붙였다. 'Loving her was easier than anything I'll ever do again.' 노래 타이틀이기도 하면서 이 노래의 핵심적인 가사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다시 할 수 있는 어떤 일보다 쉬웠다." 이 한 마디로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고있다. 오리지널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노래가 가장 압권이긴 하지만, 스키타 데이비스(Skeeter Davis)가 1972년 리바이벌 한 노래도 무척 감미롭다. 대신 스키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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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옛 가족사진추억 속으로 2020. 3. 23. 15:39
외사촌동생이 귀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내 어머니의 가족사진이다. 그러니까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오빠, 동생들인 이모. 외삼촌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을 찍을 무렵이 일본으로 전 가족이 들어가기 전이라고 하니, 대략 1940년대 초 쯤이겠다. 외할머니의 젊었을 적 모습은 이 사진이 처음이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고만고만한 어린 자식들을 먹여살리랴 공부시키랴 갖은 고생을 다 하신 외할머니다. 사진 속의 외할머니는 젊은 아낙의 모습이신데, 힘든 생활에 지친 수심이 얼골에 가득하다. 왼쪽 끝이 내 어머니다. 교복 같은 걸 입은 게 아마도 소학교에 다니던 당시가 아니었던가 싶다. 올해 91세인 어머니를 갓 십대 무렵의 저 모습에 대입을 시켜보려니 눈물이 나려한다. 어머니는 세째 딸이었는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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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 일도...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22. 19:12
어제 저녁,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집으로 오다 휴대폰을 분실했다. 집에 와서야 잃어버린 걸 알았다. 난감했다.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아내가 집에 들어오고서야 아내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삼송역이란다. 찾으러 가겠다고 했더니 역무실로 빨리 오라고 했다. 아내는 그 길로 차를 몰아 삼송역으로 내 달았다. 30분 정도 걸렸을까. 아내가 내 휴대폰을 찾아왔다. 삼송역 역무원 아저씨가 그렇게 친절할 수 없다고 했다. 자칫 골치아픈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일이 이리도 쉽게 풀려지니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어안이 좀 벙벙했다. 살다보니 일이 잘 풀리는 이런 일도 생긴다. 어쩌다 그런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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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火 '오봉산 호랑이'와 백모님추억 속으로 2020. 3. 20. 11:59
간밤 꿈에 어렴풋하나마 어떤 분이 보였는데, 아침에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백모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 머리맡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것이었는데, 백모님이 왜 보였을까가 궁금하다. 이즈음이 봄날이라서 그랬을까.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경주 아화에 있는 큰집을 자주 갔다. '큰 어무이'라고 부르던 백모님은 바지런하셨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 잠시도 쉬지않고 사시사철 매일을 일만 하시는 것으로 보여 측은한 마음까지 들게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오후였을 것이다. 큰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는데, 백모님이 화급하게 집으로 들어 오신다. 뭔가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백모님을 따라 집으로 온 몇몇 아낙네들도 같은 모습이다. 백모님 말씀은 호랑이를 보셨다는 것이었고, 얼마나 무섭고 다급했던지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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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村 學 究 2020. 3. 18. 11:38
오랜만에 해보는 묵주기도다. 2006년 견진 받을 때, 그리고 2011년 어떤 난감한 일에 부닥쳐 해보고는 지금껏 그냥 잊고 살았다. 그러니까 나에게 묵주기도는 신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필요할 때만 찾는, 이기로 점철된 행위라는 게 스스로 느껴지는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묵주기도는 그러한 나름의 심한 자책감이 담겨진 좀 두려운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니 묵주를 다시 들고 기도를 해보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다시 묵주를 들어본다. 아니 다시 들게하는 어떤 힘을 느낀다. 오래 전부터 갖고있던 묵주가 있었다. 오래 전에 고인이 되신 처 할머니가 1979년 12월 나의 영세를 축하한다며 주신 것이다. 뜨개질 주머니에 담겨진, 고색창연하고 묵직한 묵주였다. 묵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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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 듯 글을 쓰는 사람컬 렉 션 2020. 3. 17. 16:54
말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그러니까 말이 곧 글이 되는 것이니 타고 난 글쟁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분 중에 두 분이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분은 조 모라는 기자였다(근자에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고있어 과거형으로 적는다). 종편에 많이 나오는 기자인데, 논조가 정연하고 기자답게, 하고자 하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 이를 토대로 말 또한 달변이다. 그런데 이 분이 페이스북에 쓰는 글도 그렇다. 방송을 보고 느끼는 것이지만, 방송에서의 그 달변이 그대로 글로 이어지고 있는 걸 많이 봤다.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또 한 분은 나의 고등학교 선배님이다.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하고 계신데, 시인이다. 그 선배의 이런저런 글을 또한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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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6. 20:19
아내와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내도 나의 그런 생각에 굳이 토를 달지 않는다. 동네 수퍼마킷에서 산 막걸리 한 병을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고 앉았는데, 다리가 풀리고 맥이 풀리는 게 술 잔 잡을 힘 조차 달아나고 없다. 결국 마시질 앉은 채 그냥 술병만 보고 멍청히 앉아았다. 오늘 하늘과 땅을 오르내렸다. 절망의 구덩이를 어떻게 용케 벗어나긴 한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희망이 어슴프레 그 품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희망의 노래를 드러내놓고 부를 수는 없다. 가벼이 나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맥이 빠졌다지만, 막걸리 한 병 못 마실 수야 있을까. 다만 술에 취해 가벼이 촐랑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촐랑대면 그를 시기해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이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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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3.15의거'와 옥희 누나추억 속으로 2020. 3. 15. 13:54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마산 3.15의거' 60주년이다. 이 사건을 나는 어릴 때 겪었다. 선거 부정을 규탄하기 위해 떨쳐나선 사람들이 관에 의해 죽고 다친 무서운 사건이라 이를 '추억'으로 생각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그때 내 나이 고작 9살, 철 들기 전이라 그때를 돌이켜 추억이라 해도 그리 욕 먹을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때를 생각하면 한 소녀가 생각난다. 그 당시 좀 살만한 집에는 '식모'를 뒀다. 지금으로 치면 가정부다. 우리 집에도 있었다. 나보다 서너 살 더 먹은, 경북 김천에서 소개를 통해 온 소녀였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옥희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많이 울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먼 객지의 생면부지의 낯선 집에 왔으니 얼마나 서럽고 두려웠겠는가. 어머니는 나더러 그 소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