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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淸 땅의 梅花가 그리운 봄날컬 렉 션 2020. 3. 3. 10:34
봄날, 지리산 山淸 땅의 梅花를 보러 갈 일이다. 南沙里 예담촌의 700년 된 '元正梅,' 남명 조 식 선생이 수식한 산천재의 '南冥梅,' 그리고 구름골 斷俗寺址의 '政黨梅'를 두루두루 둘러 볼 일이다. 지리산 봄맞이의 初禮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운신을 못하고 집에만 박혀있는 처지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어여 툴툴 털고 일어나 밤 차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그 길이 자꾸 멀어지는 느낌이다. 예전에 보면서 찍어 둔 사진으로나마 답답한 마음을 달래본다. 고려말 경주부윤 등을 지낸 河 楫 선생이 남사리 자신의 생가에 직접 심어 길렀다는, 수령 700년의 '원정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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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智異山村 學 究 2020. 3. 3. 08:16
몸이 나아지면 지리산으로 갈 것이다. 원지에 내려 단성 땅 운리로 간다. 해질 녘이면 좋겠다. 단속사 절 터 오누이 3층 석탑을 볼 것이다. 나의 지리산에 대한 초례(初禮}는 그 석탑이다. 지리산을 품에 안아 보낸 천년이다. 지리산 천년의 내음은 그리움이다. 품어도 품어도 갈증처럼 더해가는 그리움이다. 내가 그린 지리산도 그 안에 있다. 웅석봉으로 오를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히어리꽃 나뭇 잎이 한층 짙어져 있을까. 히어리는 추억이다. 지리산 이른 봄의 추억이다. 산 꼭대기 그 아저씨는 아직도 있을까. 산 지키고 불 지키는 그 아저씨는 곰을 닮았다. 그 말에 곰처럼 웃었다. 검수레한 얼골에 허연 이빨까지. 내려오는 길, 옥수 흐르는 계곡에 철퍼덕 엎드린다. 물을 먹는다. 곰 처럼. 추성동엘 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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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 정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3. 08:07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을 달고 사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일 수도 있다. 그러니 걱정은 말하자면 인간 생활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좀 과하게 말해 사람은 걱정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사람과 걱정은 불가분의 관계지만, 걱정을 자신으로부터 드러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으로써 걱정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이 저마다 달라진다. 나로서는 큰 걱정거리인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 반대로의 처지도 생긴다. 그러니 사람들 저마다의 걱정거리는 그들마다의 견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걱정의 수준과 관련한 정답이 아닐까 싶다. 그런 걱정을 해소하는 방식도 저마다들 다르다. 걱정거리를 오픈시켜 다른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면서 그 해결방안을 궁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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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술'(I taste a liquor never brewed)카테고리 없음 2020. 3. 2. 14:04
(214) I taste a liquor never brewed - From Tankards scooped in Pearl - Not all the Vats upon the Rhine Yield such an Alcohol! Inebriate of Air - am I - And Debauchee of Dew - Reeling - thro endless summer days - From inns of Molten Blue - When "Landlords" turn the drunken Bee Out of the Foxglove's door - When Butterflies - renounce their "drams" - I shall but drink the more! Till Seraphs swing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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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같은 친구'의 訃音obituary 2020. 2. 29. 14:06
'형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 같은 과 동기입니다. 1970년 시골에서 대학 다니러 서울로 올라 왔을 때 나는 그야말로 까까머리 촌놈이었습니다. 30명의 과 동기들과 서로들 인사는 나눴지만, 서울 출신들에 비해 지방에서 온 우리들은 그냥 꿔다 놓은 보리짝 마냥 삐죽삐죽했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낯 선 서울도 그렇지만 서울 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요. 학교 앞에 하숙집을 잡았지만, 낯 설고 소외감을 가지기는 거기서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때 같은 과의 키가 크고 잘 생긴 누군가가 나에게 스스로 다가와 인사를 청했습니다. 서울 출신이었습니다. 아마 서울 올라 와 처음 말을 나눈 서울 사람이었을 겁니다. 휘문고 출신이라고 했는데,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습니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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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with '술'村 學 究 2020. 2. 27. 11:06
막걸리 한 병이 이내 비워졌다. 속에서 좀 더 달라한다. 사러가기도 귀찮고 해서 얼음 위스키나 한 잔 하려는데 어라,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위스키 병이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혼자 주절대는 와중에 부엌 쓰레기 통에 비워진 위스키 병이 보인다. 누군가 병을 쓰레기 통에 버린 것이다. 내가 그랬을리 없다. 꽤 긴 기간동안 술병만 확인했었지 마시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러면 아내가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밤늦게 술 먹고 들어오다 크게 한 소리를 들었는데, 위스키는 말하자면 그 여파의 희생양으로 아내에 의해 버려졌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이 든 것이다. 집에 온 아내에게 그걸 따져 물었다. 하지만 아내는 아니라며 펄쩍 뛴다. 몇 번을 되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