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친구 一週忌obituary 2020. 3. 15. 10:04
친구 세상 뜬지 일년이다. 세월 참 빠르다. 가까운 친구들 몇몇이서 오늘 친구보러 가자고 날짜를 잡았으나 코로나 때문에 얼마쯤 미뤘다. 입원해 있던 친구를 처음 본 날, 친구는 병실에서 모짤트를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 '티볼리'라는 음향기구를 자랑했다. 블루투스도 됩니더. 곁에서 보영 씨가 거들었다. 뜬금없이 왜 그때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저 세상에서도 친구는 모짤트를 듣고 있을 것이다. 친구는 지리산을 참 좋아했다. 마산의 한 석태 형이랑들 해서 같이 많이 다녔다. 어느 해 늦여름이었을 것이다. 웅석봉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찍은 사진이다. 참 건강했던 친구였다. 많이 그립고 보고싶다.
-
루르드(Lourdes)컬 렉 션 2020. 3. 12. 07:55
프랑스의 남서부 지역 피레네 산맥 북쪽에 있는 루르드(Lourdes)라는 곳은 나에게는 좀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곳이 성모마리아의 발현지로서 카톨릭의 성지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겪었던 나름의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1982년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못했다. 병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유미흉(spontaneous chylothorax)'이라는, 당시로서는 고칠 수가 극히 어려운 거의 불치에 가까운 신생아 질환이었다. 서울대 병원에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저 가슴팍에 파이프를 꽂고는 심장에 매일 고이는 림프액을 받아내는 정도였다. 영양공급도 할 수 없는 바람에 아이는 바싹 말라가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였고, 우리들은 ..
-
'聖母頌'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1. 08:34
나는 이를테면 사이비다. 카톨릭사이비라는 얘기다. 근데 예전에 읊던 몇몇 기도문은 입에 좀 발렸다. 요 며칠 새 절로 입에 올려지는 기도문이 있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은총이 가득하신..."으로 시작되는 '성모송'이다. 내가 신앙에서 사이비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이 기도문이 입에 발렸다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급하고 뭔가를 추구할 때 입에 말 그대로 절로 주절거려지는 게 이 기도문이다. 아내에게 좀 안 좋은 질환이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요 며칠 사이다. 그래서 그런가, 근자에 또 절로 이 기도문이 주절거려진다. 나도 모르게. 내일 아내의 S대 병원 진료가 잡혀있다. 마음이 싱숭맹숭하다. 근데 오후에 병원을 변경했다. 외사촌 조카 때문이다. 조카는 A병원 간호사로 있다. 오늘 어떻게 해서 이뤄진 통화에서..
-
동네 우체국 직원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0. 15:18
동네 우체국 직원. 젊은 친구다. 일 처리도 잘하고 싹싹하다. 오늘 아침 미국가는 소포 두개를 부치는데, 한 개의 무게가 1009g이다. 스케일에 올려 놓고는 9그램만 줄이면 되는데... 혼자서 중얼거린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9그램만 줄이면 요금이 3천원 준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했더니, 박스 밑 부분의 날개 부분을 잘라내면 된다고 했다. 귀찮고 번거러워 그냥 그 무게대로 해 주라 했더니, 이 친구 그여코 박스를 뜯어 날개 부분을 잘라내고는 무게를 9백그램 후반대로 맞춘다. 고맙다고 했더니, 나더러 우체국 고객이신데... 한다. 동네 우체국을 자주 들린다. 국제발송을 많이 하는 바람에 담당 직원과는 좀 친숙해 왔다. 지금 직원은 한 4개월 정도 됐을 것인데, 업무 처리도 그렇고 특히 국제우편에 ..
-
갑갑한 날들村 學 究 2020. 3. 8. 09:39
안 하던 짓을 해 보았다. 청와대에서 문 씨 내외의 파안대소로 유명세를 탄 '짜파구리'라는 걸 만들어 본 것이다. '너구리'가 없어 '진짬뽕'을 대신했다. 그러니 굳이 작명을 한다면 '짜파짬뽕'이라 하겠다. 그걸 만들어 본 건 그게 갑자기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수공원 길을 걷다가 갑자기 허기가 났고, 그 틈새에 짜장면이 끼어 들었다. 짜장면, 짜장면 생각하다가 문득 '짜파구리'가 떠 올려진 것인데, 만들어 먹은 소감은 한 마디로 말해 무슨 특출한 맛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랬다. 너구리 대신 진짬뽕으로 했기에 그런 것일까. 이런 걸 만들어 그 위에다 채끝살까지 얹어 먹으며 중인환시리에 파안대소하던 그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갑갑한 날들이다. 십여 일이 넘어간다. 나만 이..
-
이덕무(李德懋), ‘自言’ 중에서카테고리 없음 2020. 3. 5. 16:26
... 談利慾則氣隳, 談山林則神淸, 談文章則心樂, 談道學則志整 ... (이익과 욕망을 말하면 기가 꺾이지만, 산림을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문장을 말하면 마음이 즐거워지며, 도학을 말하면 뜻이 차분해 진다) - 이덕무(李德懋), ‘自言’ 중에서 조선말기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의 '자언(自言)', 곧 스스로에게 하는 말에 나오는 글귀이니, 얼마나 세상을 요령 없게 살았기에 이런 말로 스스로를 달래려 할까. 나 또한 이 글귀처럼 요령부득이고 아둔하다.
-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볼 거 리 2020. 3. 5. 12:30
아침에 배달된 조선일보가 엄청 두껍다.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이라 그렇다. 100주년에 걸맞게 100면 발간으로 맞추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다. 호기심에 한번 세어 보다가 부질없다는 생각에 중간에 그만 뒀다. '100년 전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창간 100주년 기념사설인데, 그 의미를 부각하고자 1면 머리에 실었다. 조선일보 하면 많이 보고들어 익숙해진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바로 '1등 신문'이라는 것. 근데 100주년 특집호에 그 캐치프레이즈는 안 보인다. 대신 긴 제목의 사설과 함께 '100년을 달려 온 아침'이라는 문구로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뭔가를 자랑삼아 내세우기 보다는 실용적인 미디어로서 독자층에 파고들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
원로 時調시인 김교한 선생사람 2020. 3. 4. 21:02
고향 마산에 계시는 원로 시조시인 김교한(93) 선생이 어제 전화를 주셨다. 반갑고 황송했다. 2016년 말에 뵙고는 처음이다. 올 봄, 책 발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있던 중이라 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새로 쓴 시조작품을 수록하게 될 시집이라고 하셨다. 선생은 지금도 여전히 작품을 많이 쓰신다. 선생의 시조는 선생의 성품처럼 단아하면서도 청량한데, 노산 이은상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생은 노산이 아끼던 제자였다. 그런 관계로 선생은 지금껏 노산을 기리고 받드는 일에 노고를 아끼지 않고있다. 선생은 통화에서 뜻밖에도 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셨다. 2016년에 펴낸 내 책에 수록된 노산에 관한 글 때문이다. 노산을 올바르게 평가했다는 칭찬을 주셨다. 김춘수 시인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