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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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이'세상사는 이야기 2020. 7. 14. 11:45
나이의 존대어는 연세다. 당연히 어머니의 그것도 연세라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이'로 적고있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대구에서 어머니가 내게 물으셨다. "철이 니 올해 몇이고?" "예, 70입니더."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물음과 대답이었다. 그 다음부터가 좀 이상해졌다. 어머니가 툭 던지는 말씀. "나는 올해 팔십다섯이다." 무슨 말씀인가 싶어 팔"십다섯예?" 하고 되물었다. 어머니는 "그래, 나는 올해 팔십다섯이다 와?" 하신다. 무슨 뜬금없는 말씀인가 싶어 눈을 좀 홀기며 내가 한 말을 하려하자, 곁에 있던 누이동생이 내 팔을 잡고는 나에게 눈치를 보낸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하는 말. "맞다 옴마는 올해 팔십다섯 맞다." 어머니의 그 말씀에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팔십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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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여동생세상사는 이야기 2020. 7. 6. 11:49
누이동생이 셋 있다. 그 여동생들에게 좀 무심했었다. 어제 그걸 드러냈다. 조카 아들 혼사에 큰 여동생이 올라 와 친지들과 함께 한 자리. 나는 여동생이 60나이 언저리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66살이란다. 여동생은 그러면서 "참 오빠도..."하며 말을 흐리는데 그 말 속에 서운함이 스며있다. 여동생은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학 박사다. 그리고 아직도 부산에서 현직으로 있다. 친지들과의 자리 후 여동생 모녀와 따로 앉았다. 조카도 어머니의 직을 이어 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고 어색해 결국 나는 술을 마셨다. 자리가 익숙해져 가면서 모녀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참 다정스럽다. 내가 낄 여지가 없을 정도다. 헤어지면서 동생은 나에게 쇼핑백을 건넨다. 약 등을 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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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나들이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13. 18:39
어제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 서대문 역 인근의 선배가 하는 음식점에서의 모임 때문이다. 약속시간이 좀 남아 동네를 좀 걸었다. 서소문 아파트. 무척 오래 된 아파트다. 지은지 반세기가 된 아파트다. 70학번으로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 아파트에서 살뻔 했다. 어떤 연유에서 그랬고 왜 살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그 때의 새로 지은 이 아파트는 참 이뻤고, 이 아파트 때문에 동네가 번화해져서 괜히 볼 일도 없는데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낡았다. 가로지리로 주욱 늘어선 아파트의 모습이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 일층 상가엔 몇몇 노포들이 있다. 우동집 한 곳은 십수년 전 광화문에서 일할 때 일부러 찾아와 먹던 집이다. 간판도 옛 그대로다. '서대문집.' 선배가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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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기'의 힘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5. 08:14
걷기의 힘이 대단한 걸 실감한다. 매일 새벽 걷는 길에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두어달 전 처음 봤을 때는 거의 부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걸음걸이로, 허리 수술의 심한 후유증으로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데, 지나칠 때는 혹시 쓰러질까 걱정되는 몹씨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그러면서 매일 보는데, 한 일주일 전부터는 걸음걸이가 많이 나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거의 완연한 활보 수준의 걸음걸이다. 지팡이도 짚지 않고 손에 든 채 걷고 계셨다. 뒤따라 걷는 내 마음이 웬지 즐거웠고 뒤따라 걷고 싶었다. 그 할머니를 쫄쫄 뒤따라 걷다가 이런 촌극도 일어났다. 돌아가는 지점 부근에 그 할머니의 지인 되시는 분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 할머니의 뒤를 따라가니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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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측시스템'이라는 것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4. 09:35
"사람은 편안하게 살 집을 고르듯이 이 세상을 떠날 방법을 고를 수도 있는 권리가 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Lucius Annacus Seneca)는 자살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이런 말로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은 죄악이다. 종교적으로는 두 말 할 나위 없다. 상식적으로도 자신의 생명이지만, 그 것을 스스로 해한다는 것은 살인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살은 인간역사 이래로 쉼 없이 줄곧 이어져오고 있다. 자살을 하는 동기와 이유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것을 3자의 입장에서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맘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유추는 유추에 그칠 뿐이다. 지난 1960년대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재미난 통계가 있다. 자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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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메가도스(megadose)'세상사는 이야기 2020. 4. 7. 11:49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인 '메가도스(megadose)'가 나에겐 어떨런지 모르겠다. 메가도스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논란이 없잖아 있는 건 알고있어 궁리가 좀 있었다. 하지만 비타민C가 사람 몸에 좋고 거의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어제 낙성대 친구 약국에서 구입을 했다. 1000mg 비타민C와 비타민B. 이 요법을 생각한 건 나와 아내의 혈압 때문이다. 둘 다 지금껏 혈압에 관해서는 모르고 살아오다 근자에 혈압에 이상 신호가 와 대처를 하던 중에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들었다. 혈관을 깨끗하게 하면 혈압이 떨어진다는 전제 하에 비타민C 메가도스가 혈관을 청소한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하루에 3000mg을 복용키로 계획을 잡았다. 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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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 일도...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22. 19:12
어제 저녁,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집으로 오다 휴대폰을 분실했다. 집에 와서야 잃어버린 걸 알았다. 난감했다.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아내가 집에 들어오고서야 아내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삼송역이란다. 찾으러 가겠다고 했더니 역무실로 빨리 오라고 했다. 아내는 그 길로 차를 몰아 삼송역으로 내 달았다. 30분 정도 걸렸을까. 아내가 내 휴대폰을 찾아왔다. 삼송역 역무원 아저씨가 그렇게 친절할 수 없다고 했다. 자칫 골치아픈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일이 이리도 쉽게 풀려지니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어안이 좀 벙벙했다. 살다보니 일이 잘 풀리는 이런 일도 생긴다. 어쩌다 그런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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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6. 20:19
아내와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내도 나의 그런 생각에 굳이 토를 달지 않는다. 동네 수퍼마킷에서 산 막걸리 한 병을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고 앉았는데, 다리가 풀리고 맥이 풀리는 게 술 잔 잡을 힘 조차 달아나고 없다. 결국 마시질 앉은 채 그냥 술병만 보고 멍청히 앉아았다. 오늘 하늘과 땅을 오르내렸다. 절망의 구덩이를 어떻게 용케 벗어나긴 한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희망이 어슴프레 그 품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희망의 노래를 드러내놓고 부를 수는 없다. 가벼이 나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맥이 빠졌다지만, 막걸리 한 병 못 마실 수야 있을까. 다만 술에 취해 가벼이 촐랑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촐랑대면 그를 시기해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이 다시 ..